
질문이 사라진 시대에 ‘WHY’를 외치다.
<START WITH WHY-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사이먼 시넥 지음, 윤혜리 옮김, 세계사컨텐츠그룹, 2021
지자체 교육기관에서 사회적 기업에 대해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소그룹을 지도하는 강사가 정해졌다. 내가 속한 모둠의 강사는 ‘사회적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을 하려는 목적과 의미가 중요하다’라는 말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그리고 사업을 하려는 미션을 물었다. 여기서 말하는 미션은 회사가 해결하고 싶은 사회적 문제가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기업활동에 대해서 말했다.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알겠는데 왜 하려고 하는지 강사는 계속 물었다. 이 과정에서 ‘왜’에 대한 질문과 ‘무엇’이란 대답이 개그처럼 돌고 돌았다.
강사는 자신이 ‘왜’라는 사회적 기업의 미션을 되짚는 이유를 말해 주었다. 사회적 기업이든 소셜벤처든 사업 아이템 중 ‘해 아래 새것이 없다’고 일갈했다. 이전에 있었던 사업을 수정하고 보완한 것이 대부분이란 말이다. 참신할 수 있어도 혁신적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혁신은 ‘왜’라는 질문에서 나오고 소비자는 물건을 선택하기에 앞서 기업의 가치를 구매하는데 사회적 기업은 더욱 그래야 한다고 강사는 강조했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사회적 기업에서 들었던 ‘왜’라는 단어와 함께 시간을 보내다 사이먼 시넥의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원제는 ‘start with why’다. ‘왜’라는 질문은 기업의 정체성을 찾고 그로 인해 다변화하는 사회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무엇’에 대해서만 말한다. 이 대목에서 책의 내용이 마치 내가 경험한 사회적 기업 강의에서 나눈 이야기들과 교차했다.
‘왜’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동차를 구매한다고 생각해보자. 스포츠카와 승합차 중 어떤 차를 선택할까? 식구가 여섯 명인 가족에게 스포츠카는 무용지물이다. 반면 연인과 드라이브를 즐기고 싶다면 스포츠카가 제격이다. 가격이란 가치로 본다면 스포츠카가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결국 제품을 선택하고 선호하는 기준은 물건의 개념이 아니라 목적과 의미, 즉 why와 맞아떨어져야 한다.
다르게 보면 why는 그 사람의 신념을 담고 있다. 사람들은 그가 지향하는 가치에 따라 제품을 선택한다. 저자는 애플 컴퓨터를 들어 이렇게 설명한다.
“애플 컴퓨터가 다른 제품보다 낫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애플 컴퓨터는 이미 그들이 원하는 어떤 기준을 충족했을 것이다. 애플과 신념이 같은 사람들에게는 애플 컴퓨터가 더 나은 제품이다. 이들은 애플 제품이 객관적으로 더 낫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이 생각을 바꾸려는 시도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모든 것을 다 담으려는 욕심은 망상에 불과하다. why라는 질문 앞에 지향하는 신념을 말할 수 없다면 모든 가지려는 욕망뿐임을 자백할 뿐이다. 우리 속담에 ‘꿩 잡는 게 매’라는 말이 있다. 방법이 어떻든 간에 목적을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why가 사라진 시대의 부, 쾌락, 지식, 상업, 과학, 기도, 정치는 안녕할까? 이 책을 읽으며 간디의 말이 스친다.
“세상에는 일곱 가지 죄가 있다. 노력 없는 부,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지식, 도덕성 없는 상업, 인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기도, 원칙 없는 정치가 그것이다.”
이원영 목사(예장통합총회농촌선교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