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종일련
<만종일련(萬宗一臠)>, 최병헌 지음, 이동원 역주, 삼필문화사, 2022
이 책은 탁사(濯斯) 최병헌 목사의 저서인 <만종일련>(1927년 간행)을 역주(譯註)한 책이다. <만종일련>은 한국 기독교 신학의 선구자로 꼽히는 탁사 최병헌(1858-1927)이 남긴 저서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이라고 보는데, 그것은 그가 목회에서 은퇴하던 시기에 펴낸 책으로써 그의 목회살이와 신학적 사고의 원숙미가 잘 드러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탁사 최병헌의 일생을 크게 세 시기로 나눈다. 첫째는, 입신양명의 꿈을 안고 학문에 매진하던 시기이다. 모두 다섯 차례나 과거에 응시했지만 그때마다 합격하지 못했다. 둘째, ‘기독교’로 개종하여 ‘그리스도인’이 된 시기이다. 친구를 통해 감리교 선교사인 존스의 한국어 선생으로 들어갔고, 그 후 존스 목사로부터 세례를 받았다. 셋째, 목사와 신학자로 활동하던 시기이다. 1902년 목사안수를 받고 상동교회와 정동제일교회 담임목사로 목회하였고, 1922년 은퇴한 후에는 ‘감리교협성신학교’ 교수로 ‘비교종교학’과 ‘한국문화’를 강의했다. 따라서 <만종일련>은 그의 신학과 사상이 최종적으로 결집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만종일련(萬宗一臠)’이란, ‘저민 고기 한 덩어리’로 ‘온 솥 안의 맛을 알 수 있다’는 의미이다. 물론 이때 ‘저민 고기 한 덩어리’는 기독교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독교 안에 모든 종교의 진리가 들어 있기 때문에 기독교를 알면 모든 종교를 알 수 있다는 의미이다.
<만종일련>은 머리말과 총론을 포함하여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머리말에서는 책의 집필 동기를 밝히고 있는데, 각 종교가 난립하여 자기 종교만이 참 진리라고 주장하는 혼란 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참된 종교의 가르침을 제시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그리고 총론에서는 각 종교의 개요를 소개하는 한편, 참 종교의 기준인 3대 관념, 즉 유신론, 내세론, 신앙론을 제시한다. 이 중 하나라도 결핍되면 참 종교가 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논리이다.
제1장부터 5장까지는 유교, 불교, 도교, 이슬람교, 힌두교를 순서대로 다루고 있다. 반면 제6장은 “기타 각교(各敎)”라는 제목하에 국내외의 다양한 종교 전통을 다루고 있다. 국외의 종교는 신교(神敎), 천리교(天理敎), 조로아스터교, 라마교,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의 종교, 중국의 백련교(白蓮敎) 등이 포함되어 있고, 국내의 종교로는 태극교(太極敎), 대종교(大倧敎), 천도교(天道敎)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제7장은 기독교에 관한 것으로서 기독교의 분열사, 다른 종교와 비교되는 기독교의 독특성과 우월성, 그리고 신제덕행(信梯德行)이라는 기독교인의 신앙성숙을 위한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이 책은 수많은 종교 전통을 비교의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는 일종의 세계종교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기독교를 종교의 모델로 하고 있지만, 당시 한국인들에게 매우 낯선 종교 전통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가치 있는 문헌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만종일련>은 당시에 통용되던 국한문 혼용체로 되어 있어 일반 독자는 물론 연구자들도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다. 이 책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역주본이다. 국한문체로 쓰인 원문을 평이한 우리말로 번역하여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하였다. 더욱 중요한 것은 탁사가 책을 쓰면서 인용한 원자료의 출처를 역주 작업을 통해 밝혔다는 것이다.
이 작업을 이동원 목사(서울남연회 양천지방회 인자교회)가 해냈다. 그의 수고에 찬사를 보낸다. 그는 성실한 목회자요, 올곧은 선비 같은 목사이며, 그리고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인간적인 목회자다. 그를 알고 있고, 같은 시대에 고뇌하며 함께 목회의 길을 걸어가고 있음에 감사하다.
오늘날 다양한 종교가 혼재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기독교가 과연 진리의 종교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또한 ‘그리스도인들은 진리의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이 제기되는 상황이기에, 이와 같은 탁사의 고민과 시도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의미가 있다고 역자는 말한다.
“종교의 세계에서 진리를 닦고 배우는 성도(聖徒)들은 전날의 관습을 버리고, 늘 조심하며 공손한 마음으로 선한 것을 보면 그것을 따라야 한다. 또한 의로운 것을 들으면 즉시 따라야 하고, 뜻은 공허하고 간사한데 두지 말아야 하며, 행동은 반드시 바르고 곧게 해야 한다. 이렇게 성심으로 기도하며, 자신을 수양하여 덕을 세우는 사람은 마침내 마루에 올라 방에 들어가서, 환하게 통하여 진리를 깨달음으로써 완전히 성결(聖潔)한 반열에 뛰어오르게 될 것이다.
- ‘신제덕행(信梯德行)’에서
권종철 목사 (예수마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