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저자 : 리베카 솔닛
역자 : 김명남
출판사 : (주)창비
출판연도 : 2022
“회고록이면서 회고록이 아니기도 합니다.”로 시작되는 리비케 솔닛의 책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은 불평등을 일상에서 경험하며 살아가는 한 사람의 목소리이자 어쩌면 불평등한 시대에 피해자와 가해자로 나누어진 것 같지만 사실은 가해자도 피해자도 모두가 불평등의 폭력으로 인한 피해자임을 일깨우는 책인 것 같습니다.
‘한국의 독자들에게’라는 덧붙이는 글로 시작되는 책의 맨 앞부분에 어쩌면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핵심을 모두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폭력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영향을 받은 여자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남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라며 결국 불평등의 폭력은 피해자로 지칭되는 일부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의 문제라고 말합니다.
또한 페미니스트 활동가 앤 스니토의 말을 빌어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페미니즘 슬로건의 원래 의미는 “구조는 개개인의 개별적 삶보다 훨씬 더 큰 것이며, 여기에 대해 개인적 해법은 있을 수 없다”며 “세상을 바꾸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자신이 겪은 가정폭력피해, 저자가 글을 쓰고 있는 책상을 준 친구의 데이트폭력 피해, 이성애자들의 동성애자에 대한 폭력에 의한 피해, 유색인종에 대한 폭력에 의한 피해, 이데올로기폭력에 따른 피해 등등 너무도 많은 폭력과 그에 따른 피해 그리고 가해자 또한 피해자임을 발견한 저자는 “성장이란 작은 조각들을 모으고 그것들이 그리는 그림을 읽어냄으로써 차츰 완전해지는 과정일 때가 많다”며 저자는 세상의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 폭력의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다음의 세 질문에 답해야만 한다고 말을 겁니다.
“누구의 권리가 중요한가”
“누구의 목소리가 들릴 것인가”
“누가 결정할 것인가”
너머를 꿈꾸는 리베카 솔닛은 삶의 자리에서 만난 폭력의 현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이 책의 결말부에서 이렇게 정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손상을 입은 삶은 그러지 않았을 때의 삶과는 다른 운명을 낳지만, 우리가 손상을 입는다고 해서 삶을 살지 못하게 되거나 중요한 것을 이루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우리가 어떤 끔찍한 일에도 불구하고 해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일 때문에 운명으로 정해진 존재가 되고, 운명으로 정해진 일을 하게 된다. ‘운명대로 살다’ 이 말을 나는 손상이 없었다는 뜻이 아니라 손상이 있었어도 그것이 내가 세상에 온 목적을 수행하는데 저해가 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가정폭력을 비롯한 다양한 폭력이 일상화된 세상에서 피해자의 경험을 더 많이 지닌 여성의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너머의 세계를 꿈꾸며 잔잔히, 세세히 또 때로는 유려한 필력을 사용해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하는 리베카 솔닛의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은 어쩌면 우리 모두는 오늘 나는 어떤 돌멩이에 걸려 넘어지고 있는지 잘 살피며 내 뒤에 오는 이들이라도 걸려 넘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록하고 노력하자는 작은 손짓 하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목소리를 잃은 모든 이들을 이여 이제 자신의 목소리를 내자.
목소리를 들을 능력을 잃은 모든 이들이여 이제 조용히 귀 기울이자.
그리하여 모두가 말하고, 모두가 듣자.
“세상 모든 것들의 해방을 위하여.” 평화~
박정인 목사 (하늘씨앗교회 담임, 기독교기본소득포럼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