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성과 영성의 만남
<지성과 영성의 만남>, 이어령·이재철 지음, 홍성사, 2012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스승, 멘토의 멘토에게 길을 묻다’라는 설명이 붙은 <지성과 영성의 만남>은 양화진문화원 주최로 2010년 4월 8일부터 12월 2일까지 여덟 번에 걸쳐 공개적으로 열린, 깊은 지성으로 대표되는 이어령 선생과 견고한 영성으로 대표되는 이재철 목사의 대담을 엮은 책이다.
10여 년 전의 대담이지만, 여덟 개의 주제에 대해 이어령 선생과 이재철 목사는 삶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교육, 사회, 경제, 정치, 세계, 문화, 종교까지 시대와 상황을 뛰어넘어 본래의 존재 가치와 목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준다.
삶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 가운데 이재철 목사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남을 위하는 마음을 키워 가는 것’(p. 43)이라고 하는데, 부모가 어른으로 제 역할을 해주어야 자녀들이 바르게 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령 선생은 가족에 대해서 누가복음 10장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인’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사랑이 있고 믿음이 있을 때 진정한 혈족이 된다’(p.53)고 한다. 희생적인 사랑과 자신의 자리를 잘 지켜야 가족이 바로 세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에 대해서 이어령 선생은 ‘달라고 하는 게 먼저고, 주는 게 나중’(p. 61)이라고 한다. 그런데 현재 대한민국의 교육은 그 반대로 주는 것에만 힘쓰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이 아니라‘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끄집어내라는 것이다(p. 98). 이재철 목사는 적어도 그리스도인 부모라면 ‘왜’ 공부를 시켜야 하는지를 알고, 죄로 인해 사람다움을 잃어버렸으니 ‘사람이 되기 위해’(p. 64) 배우도록 해야 한다고 한다.
사회에 대해서 집, 자연, 자살, 성(性) 등 우리가 관심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재철 목사는 희년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자신만이 아니라, 공동체 안의 모든 사람이 기본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성(性)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이어령 선생은 ‘생식을 위해 존재하는 성이 다른 쪽, 곧 쾌락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p. 144)이라고 보고, 이재철 목사는 성(性) 문제는 상대의 성을 지켜주어야 해결될 수 있다고 한다(p. 147).
경제에 대해서 이재철 목사는 모든 기업이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함께 구현해야 하며(p. 153), 나눔의 원칙에 대해서 하나님의 몫과 이웃의 몫이 있음을 알고 나누며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p. 186). 이어령 교수는 크리스천은 자본을 신봉하는 대신 생명, 사람, 목숨을 자본으로 해서 이것이 번져 나가도록 하는 생명자본주의를 이루어야 하고(p. 161), 기업은 사회적인 철학이 있고, 이웃을 사랑하고, 이윤을 분배할 줄 아는 ‘굿 컴퍼니’가 되어야 한다(p. 181)고 말한다.
정치에 대해서 이재철 목사는 가장 이상적인 정치는 인간의 생명을 세상 그 무엇보다 우선시 하는 정치,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정치라고 본다(p. 222). 이어령 선생은 사회·문화가 있고, 기술이 있고, 경제가 있을 때 정치가 필요한 것이지, 정치가 앞에 나와서 문화, 기술, 경제를 움직이려 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p. 224).
세계에 대해서 이채철 목사는 그리스도인은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볼 수 있는 눈, 모든 사람을 대등하게 대할 수 있는 마음, 하나님의 창조 질서 속에서 그들과 조화롭게 살 수 있는 지혜를 지녀야 하며(p. 233), 그 조화를 통해 서로가 자기 헌신으로 상대를 섬겨 평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말한다(p. 251). 이어령 선생은 변화무쌍한 세계에서 중심이 되어 독립도, 의존도 아닌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고 한다(p. 236-237).
문화에 대해서 이어령 선생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이어오기도 하고, 바뀌기도 하고, 새롭게 생겨나기도 하는 ‘나누는 방법’(p. 274)으로 보면서, 우리의 문화가 기독교 정신과 맞닿는 본질이 무엇인지 늘 살펴야 한다고 한다(p. 268). 기독교 문화에 대해서 이재철 목사는 ‘섬김의 문화’라고 한다. 다른 모든 신은 인간의 희생을 요구하지만, 하나님은 인간을 위해 희생해 주셨기 때문에 기독교 문화는 그 시대의 약자, 소외된 사람들을 섬기는 문화라는 것이다(p. 264).
종교에 대해 이어령 선생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 구하는 것, 즉 내가 구하는 것’(p. 298)이라고 한다. 사람이 할 수 없는 것을 인정하고 할 수 있는 존재에게 의지하는 것이다. 이재철 목사는 고등 종교와 하등 종교의 구별하는 분기점을 ‘자기 부인(否認)’으로 본다. 고등 종교가 타락하면 나타나는 형상이 있는데, 성직자가 급증, 종교기관이 급증, 종교의 기복화(祈福化), 종교의 이해 집단화(p. 293-294)이다.
이어령 선생은 영성이란 ‘인간의 지적 오만을 넘어서는 어떤 힘, 그 앞에서 자신이 오만해 질 수 없는 힘’(p. 333)이라고 한다. 이재철 목사는 지성적인 능력을 우리가 배양할 수는 있지만, 그 능력 역시 하나님이 주시는 것이기 때문에 하나님이 주시는 지성을 내가 연마할 때, 깊은 영성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p. 333).
<지성과 영성의 만남>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크리스천들에게 자신의 존재 이유와 가정, 사회, 국가를 넘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밑바탕이 되어 준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보금자리와 터전을 지키고, 이 땅에서 수고하여 얻은 것을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길을 알려 준다. 그리고 그 길을 잃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는 방법도 알려 준다. 그것은 이성과 영성이 함께 하는 것이다.
오충환 목사(꿈이있는미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