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데 위험해요

<위험한 자본주의> 마토바 아키히로, 사람과 나무사이, 2015

기독교인은 하나님의 나라를 꿈꾼다. 예수님이 가르치신 기도의 내용처럼 하나님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필자도 그렇다. 부끄럽게도 나는 하나님의 통치를 바라기는 하지만 바란 만큼 믿거나 구체적으로 그려보지는 못했다. 꾸준하게 악한 사람들과 사회제도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이라는 내 조건이 속절없다 해도 그럴싸한 핑계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억지로라도 그려보아야 하겠다.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진 사람의 속, 사람들의 관계와 사회와 자연을, 피곤한 주일 아침에 교회 가려고 침소에서 일어나는 심정으로라도 기어코 그려보아야 하겠다. 

무언가를 그릴 때 잘 바뀌지 않는 것들이 있다. 가령 어릴 때 그림을 그리고 스케치북 모서리에 태양을 그려 넣는 것처럼 말이다. 그걸 그리지 않는다고 그림이 아닌 게 아닌데, 비가 오는 날에도 그려 넣는 태양처럼, 법칙처럼 꼭 들어가는 무엇이 있다. 우리가 하나님의 나라를 그릴 때도 그런 요소가 있지 않을까? 믿음의 부족, 상상력의 부족으로 늘 하나님 나라의 배경으로 그려 넣고야 마는 그 무엇이 있지 않을까? 그런 것을 꼽으라면 아마도 태어날 때부터 당연한 것처럼 누려온 것이나 별로 나빠 뵈지 않는 것부터 의심해 보아야 하겠다. 

제도가 그렇다. 내가 태어난 나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그 의미를 학교에서 배운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어른이 된 이후로는 통장 잔고로 자본주의의 매운맛을 눈으로 확인하며 살아왔다. 자유와 평등과 민주, 좋은 가치들이다. 그런데 그런 가치들을 높이 사는 문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안에서 살아왔는데 이곳이 천국은 아니었다. 왜 아니었을까?

오늘 소개하는 책 <위험한 자본주의>의 저자 마토바 아키히로는 자본주의의 여실함을 드러내며 위의 질문에 시원한 답을 준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내포한 위험성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한다. 1장에서는 자본가와 노동자와의 관계에 드리운 노동자가 피할 수 없는 절망적인 그늘의 실체를 설명한다. 그리고 교육이 자본 축적에 이용되는 것을 꼬집는다. 민주주의와 개인주의를 말하는 3장은 정치와 기독교와 철학과 자본주의와의 관계를 분석한다. 이후로 저자는 다양화하는 세계 속 여러 나라들의 구체적인 상황과 사건을 들어 자본주의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노동과 세계경제와 그 사상의 미래를 내다본다. 

커닝을 악한 행위로 처벌해야 할까, 공동체를 혐오하는 기독교, 이와 같은 참신한 목차의 소제목들에 홀려서 집어들은 책이다. 많이 배웠다. 퍽 좋다. 막연히 알았던 것을 자세히 알게 된 정도가 아니다. 소제목을 통해 예상했던 것을 훌쩍 뛰어넘어 새롭게 배운 지식과 통찰이 많다. 경제와 세계의 정세를 바라보는 안목에 루테인을 끼얹은 느낌이다. 세상을 보는 새로운 안경을 얻은 느낌? 하나님의 나라를 침노하는 세력과 대항할 무기를 하나 얻었다. 

정치제도나 경제제도를 말하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하나님의 나라도 사람 사는 세상일 텐데 우리가 어떻게 제도와 구조를 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찌 정치와 경제를 말하지 않고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 논할 수 있을까? 퍼렇게 날 선 자본의 세상 속에서 알아서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어 뵈는 십자가와 좁은 길 말하기를 주저하는 누군가에게 권하고 싶다. 

김국진 목사 (산돌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