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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2-10-19 23:44
   
아픔은 평등하지 않다
 글쓴이 : dangdang
조회 : 5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8323 [108]


 

아픔은 평등하지 않다


<우리 몸이 세계라면>, 김승섭 지음, 동아시아

 

 한 개인이 가지는 건강과 질병은 그가 발 딛고 있는 사회와 무관하지 않다. 나는 작년부터 ‘라오스’라는 나라에 살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특정 계절이 되면 ‘말라리아’ 혹은 ‘뎅기열’ 등의 질병이 유행한다. 7~9월 사이에는 매일같이 뎅기열 감염자가 100건 이상 발생했고, 가장 많은 날은 하루에 538명이 감염되기도 했다. 사망률도 높아서 라오스에서는 코로나19보다 뎅기열이 더 위험하게 여겨졌다. 뎅기열은 뎅기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모기에 물러 감염되는 질병이다. 한국에서는 유행하지 않는 질병이기 때문에 겪어본 적 없는 나로서는 더욱 무섭게 느껴졌다. 

 

뎅기열 환자가 한국에는 거의 없고 라오스와 인접국가에서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뎅기 바이러스를 가진 소위 ‘뎅기 모기’가 이 지역에 많이 서식하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따로 있다. 같은 뎅기 바이러스가 한국인보다 라오스인에게 더 치명적이라는 사실이다. 왜일까? 라오스인과 한국인의 유전자가 달라서? 전혀 아니다. 그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건강/위생 상태와 관련이 있다. 뎅기 모기에 물려도 컨디션이 좋은 상황이라면 뎅기열을 앓지 않고 지나갈 확률이 높고, 뎅기열을 앓더라도 영양 상태가 좋을수록 심하게 앓지 않고 회복도 빠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좋은 영양 상태를 가지고 있는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라오스인에 비해 ‘덜 아플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하고 가시적인 예시다. 지역적 특성이나 저소득, 위생상태로 인한 영향은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요인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요인이 구성원들의 건강과 질병, 죽음과 삶의 질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회 내부에 음습하게 자리하고 있는 권력관계, 차별, 낙인, 빈곤 등과 같은 사회적 요인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승섭은 보건학자로서 사회적 요인이 해당 사회구성원, 특히 사회적 약자의 건강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많은 연구를 진행해왔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 몸과 질병이 사회와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 왜 의학적 지식은 선별적으로 생산되는지, 왜 어떤 고통은 측정되지 조차 않는지, 무엇이 우리를 아프게 하고 어떤 관점이 사회의 질병을 낫게 할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마지막 장의 제목인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을 만드는 일’은 이 책이 말하고 싶은 바를 잘 드러내고 있다. 저자는 이 장에서 한국어로 발표된 학술논문이 영어로 발표된 학술논문보다 그 성과가 낮게 평가되는 현실을 알린다. 한국사회의 고유한 문제를 연구하는 내용조차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발표되는 탓에 정작 그 연구 결과가 한국 내에서는 공유 및 논의되기 어려운 현실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상황을 “전 세계 지식 시장에서 한국이 변방이기에 생겨나는 지식 생산과 유통의 문제점”이라고 꼬집으면서 더 나아가 “한국에서 권력과 자본에 소외된 이들의 삶을 연구할 때에도 비슷한 문제점이 반복되어 나타”난다고 말한다. 이렇듯 지식은 평등하게 생산되지 않는다. 자본과 권력을 가진 집단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지식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으며, 거기에서 소외된 이들은 자신들의 현상을 표현할 언어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이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불평등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드러내는 것, 소외된 이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것, 그래서 어느 누구의 건강권도 위협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 지식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저자의 마지막 말이 마음을 울린다. “부조리한 사회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고통을 과학의 언어로 세상에 내놓는 것은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해보겠습니다.”

 

- 정유은 목사 (꿈이있는교회, 라오스평화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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