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리의 힘
<지리의 힘 2>, 팀 마샬, 김미선 역, 사이, 2022
<지리의 힘> 국내에서 2016년 08월 10일 출간되었다. 세계는 왜 '지리'를 두고 분쟁하는가? 지리라는 렌즈를 통해 세계를 조망한 책이다. 25년 이상 30개 이상의 분쟁 지역을 직접 현장에서 취재하며 국제 문제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해온 저자인 팀 마샬(Tim Marshall)이 중국, 미국, 서유럽, 러시아, 한국과 일본,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중동, 인도와 파키스탄, 북극 등 전 세계를 10개의 지역으로 나눠 <지리의 힘>으로 21세기 현대사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의 터키 특파원과 외교부 출입 기자를 지낸 저자는 영국 스카이 뉴스Sky News 외교 부문 에디터이자 BBC 기자로도 일하는 등 25년 이상 국제 문제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해 왔다. 그는 중동 지역을 비롯해 전 세계 30여 개국의 분쟁 지역을 직접 현장에서 취재하는 등 세계 각 지역의 갈등과 분쟁, 정치, 종파, 민족, 역사, 문화 등을 꾸준히 취재해 왔다. 현재는 <더 타임스>, <가디언> 등에 국제 이슈 관련 글을 쓰고 있으며 그의 블로그 Foreign Matters는 오웰 상(Orwell prize, 우수 정치 저술에 주는 상)의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 책은 현재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등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한국' 편에서 한국의 위치와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 때문에 한국이 강대국들의 경유지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고 '중국'은 왜 영유권 분쟁을 일으키면서까지 바다에 집착하는지, '미국'은 어째서 초대강국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왜 세계는 남극이 아닌 북극으로 향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해답을 담고 있다. 또한 최근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의 신패권주의 경쟁, 알카에다와는 달리 영토를 장악해가는 IS 등을 놓치지 않고 함께 다루고 있다. (지리의 힘, 교보문고)
<지리의 힘>의 작가 팀 마샬이 <지리의 힘 2>를 출간했는데(한국에서는 2022년 04월 10일 출간), 이번에는 다음과 같은 목차처럼 오스트레일리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터키, 에티오피아, 스페인 등 '위치' 때문에 지정학적으로 중요성을 갖는 곳들을 다루고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해왔지만, 지리는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 나라가 왜 풍요롭게 발전하는지, 왜 가난한지, 혹은 분쟁이 끊이지 않는지를 결정하는 가장 기본요소는 지리이다.
서문: 이념은 스쳐 지나가도 지리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1장: 오스트레일리아, 지리적 위치와 면적이 강점이자 약점이 된다.
2장: 이란, 전 세계와 기싸움을 벌이며 신의 과업을 수행 중이다.
3장: 사우디아라비아, 한 가문의 성이 나라 이름이 되다.
4장: 영국, 지리에서 파생된 분리의 정서가 남아 있다.
5장: 그리스, 그 위치 때문에 고대부터 현재까지 열강들의 게임의 대상이 되다.
6장: 터키, 목 좋은 곳에 자리 잡았지만 친구는 별로 없다.
7장: 사헬, 테러와 폭력의 악순환에 시달리는 갈등의 한복판에 있다.
8장: 에티오피아, 그래도 지리는 에티오피아 편이다.
9장: 스페인, 지리의 방해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10장: 우주, 또 다른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가 될 수도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세계에서 6번째로 큰 나라인데, 광활하지만 뜨겁고 황량한 사막이 많다. 가장 가까운 뉴질랜드까지도 2천 킬로미터 거리일 정도로 고립된 까닭에, 영국 죄수를 추방 수용하는 용도로 이주가 시작되었고, 원주민 대량 학살이 지속되었던 곳이다. 이 나라는 천연자원이 풍부하지만 결정적으로 물 부족과 기후가 문제이다. 또한 모두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외부 침략에는 안전했지만 발전이 더디고, 교역 망 확보가 쉽지 않았다. 강력한 해군이 필요하고, 원유 비축과 원유수송선 호위를 하는데, 해안이 방대하여 다 방어하는 게 벅찰 정도이다. 그래서 해군력 못지않게 외교력에 집중하고 있다. 영국이 해상의 최강자일 때는 그들과, 이후 미국과 최우선동맹을 맺고, 미군 기지를 제공하고 핵우산 밑에 있다. 이후 중국이 최대교역국이 되고 여행자와 유학생의 3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경제, 방위 전략, 외교에서 이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한다. 중국과의 관계 관리를 잘못하면 냉전을 불러오고, 너무 약하게 대응하면 중국군에게 뒷마당에 내주는 꼴이 되는 것이다. 인도양과 태평양 거대한 두 수역 사이의 오스트레일리아는 계속 힘든 경기를 펼쳐야 하는 운명에 있다.
이란은 두 가지 지리적 특징이 있다. 국경이 마치 빵의 가장자리처럼 산맥으로 이루어진 것과 내륙의 소금 사막이 그것이다. 산맥은 이란을 일종의 요새로 만들어주어 적이 침공하기도 힘들지만 반대로 국민을 통합시키기도 어렵게 한다. 페르시아 제국시절에 이를 뚫고 진격한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있었고, 이후 몽골족과 오스만제국의 침공을 받았지만 누구도 페르시아 문화에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길 정도로 오래 머무르지 못했는데, 이게 바로 지리의 힘이라는 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란은 석유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2위인데, 그럼 잘사는 나라가 되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에너지 수출의 유일한 통로인 호르무즈해협은, 폭이 좁은 곳은 34킬로미터에 불과한데, 이는 대양진출을 방해하고, 해양의 패권을 쥐지 못하게 하는 약점이다. 반면 다른 국가들에게 폐쇄위협을 가 할 수 있는 즉, 세계 원유공급량의 5분의 1을 봉쇄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로도 쓰이니, 양날의 검이 지닌 이란은 수니파 국가들에 둘러싸인 시아파 국가인데, 이스라엘을 적대시하는 반유대국가로서 미국을 이스라엘의 꼭두각시로 보고 있다. 팔레비 왕가에서 호메이니로 권력이 넘어간 것을 '왕관에서 터번으로'라고 비유했는데, 지금은 '터번에서 부스로'라고 하여, 혁명수비대의 권력이 매우 강하다.(이란의 혁명을 수출하는 전위 부대) 신의 뜻을 집행한다는 강력한 이 신정국가는 미국 같은 슈퍼파워도 다루기가 어려워하는 진퇴양난의 모습인데, 결국 문제는 경제이고, 체제에 환멸을 느끼는 젊은 세대의 대두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가 관건일 것이다. 최근 기사(중앙일보, 2022.09.26)에 의하면 히잡을 부적절하게 착용했단 이유로 경찰에 끌려간 뒤 의문사한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22)로 인해 촉발된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여성, 생명, 자유'를 외치던 시위대의 구호는, 시간이 지나면서 '독재자에게 죽음을'로 바뀌며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귀
추가 주목이 되는 사항이다.
영국은 과연 어떤 지리적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21세기에도 북유럽 서쪽 끝의 섬이라는 지리적 영향은 여전합니다. 대영제국의 번창은 대양 진출이 쉬운 입지의 영향 때문이었고, 세계대전을 거치면서도 유럽 본토만큼의 과도한 정치적 혼란과 전쟁, 대학살로부터 안전할 수 있었던 것도 지리적 이점 때문이었다. 해상권을 장악하며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한 영국은 한마디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지리적 힘을 지닌 나라이다. 하지만 독일이 부상하고 미국의 파워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한쪽 발은 미국에, 한쪽 발은 EU에 걸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최강국이 아닌 차상의 강국의 위치는 확고해 보인다. 브렉시트에서 볼 수 있듯이 영국은 분리주의 정서가 강하다. 현재의 잠재적 문제로 떠오른 스코틀랜드의 독립 요구도 점점 커가고 있다. 만약 스코틀랜드가 떠난다면 영국은 단일 국가일 때 누렸던 전략적 및 지정학적 이득을 더 이상 누릴 수 없게 된다. 그것이 영국의 국제적 위상에 미치는 악영향은 브렉시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9월9일 '영국에서 가장 오래 재위한(70년간) 왕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향년 96세로 밸모럴성에서 서거했다.' 뉴스가 나왔다. 이때 잇따르는 기사는 영국연방이 미래였다. 여왕 장례식으로 위엄 확인한 영국 군주제…앞으로도 건재할까 이다.
그리스는 신이 흙을 체로 걸러 세상을 만들고 체에 남은 돌을 뿌려 만들었다고 할 정도로 6천 개가 넘는 섬들을 거느리고 에게해, 지중해, 이오니아해에 둘러싸여 있다. 그리스에서는 그 어느 곳도 바다에서 100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지 않다. 5분의 4는 들쭉날쭉한 봉우리들과 깊은 협곡이 특징인 산악지대로 이뤄져 있다. 북쪽의 산들은 적의 위협을 막아주는 좋은 방벽이기도 한다. 그리스가 지리적 이점을 살려 번영을 구가하려면 해상 권력을 장악한 해양강국이 돼야 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리스가 끊임없이 열강의 침략과 지배를 받는 이유가 지리적 이유 때문이다. 페르시아와 로마, 영국 등 모두 에게해와 지중해를 지배하려 하고 그들 간의 패권 전쟁은 그리스를 먹잇감으로 삼았다. 게다가 20세기의 심각한 내전은 외세가 개입되면서 엄청난 손상을 입혔고, 쿠데타와 분쟁이 지속되면서 유럽의 다른 나라보다 뒤처지고 소외되고 밀려나는 처지가 되었다. EU의 남동쪽 모퉁이라는 지리적 위치 때문에 부자나라로 가려는 난민들이 엄청나게 몰려오는 루트가 되었다. 경제위기와 난민 문제에다가, 터키와의 긴장된 관계도 개선되기 힘들어 보인다. 다행히 여러 이웃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강대국들에게는 이용가치가 있는 '중요한 부동산'이기도 하다.
스페인은 유럽에서 가장 산지가 많은 국가인데, 산악지형과 강들이 가로막아 부의 창출과 교역에 방해가 되고, 정치적 통합이 어려워, 강력한 중앙집권 국가로 가는 게 어려웠다. 각 지역은 독특한 문화와 언어 정체성을 간직하며 독자적으로 운영해 왔다. 바스크나 카탈루냐 지역이 분리 독립을 요구하며 폭력사태를 일으키는 등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도 강도 높게 지속되고 있다. 유럽의 최강국에서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스페인, 지리는 스페인 편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의 수많은 선택은 우리가 서 있는 곳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지정학적 상황은 복잡다단하며 역동적이다. 지금도 지리적 요인은 전 세계를 요동치게 만들고 있다. 지리적 문제로 혼란스러운 이때 유엔에서 행한 연설 하나를 소개하며 독후감을 끝내고자 한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속에 2022년2월2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인 케냐 대표의 짧은 연설이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마틴 키마니 유엔주재 케냐 대사는 자신의 발언 순서가 되자 푸틴 대통령이 돈바스 지역의 두 공화국 독립을 승인한 것을 규탄했다. 또 유엔 헌장에 근거해 우크라이나의 주권 영토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다자주의는 오늘밤 운명을 다했다"며 유엔의 역할을 촉구했다. 키마니 대사는 과거 케냐와 아프리카가 겪은 식민주의 경험을 불러내며 러시아의 행위를 꼬집었다. 케냐 역시 독립과 함께 인위적으로 구획된 국경을 물려받았지만, 무력을 써서 민족적 동질성을 회복하려 하지는 않는다면 서다. 키마니 대사의 연설 중 관련 대목을 원문 그대로 소개한다.
'케냐, 그리고 아프리카 대부분 국가들은 제국의 종식과 함께 탄생했다. 우리의 국경은 우리가 직접 그린 것이 아니다. 우리의 국경은 런던, 파리, 리스본 등 저 멀리 떨어진 식민주의 메트로폴리스에서 만들어졌다. 그들이 갈라놓은 고대의 민족(국가)은 전혀 고려되지 못한 채였다. 오늘날 아프리카의 모든 국가의 국경 저편에는 우리와 역사적, 문화적, 언어적으로 깊은 유대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만약 우리가 독립하면서 종족이나 인종, 종교적 동질성에 기반한 국민국가 수립을 추구했더라면 수십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피비린내나는 전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 대신, 우리는 우리가 물려받은 국경에서 출발하기로 합의했다. 물론 우리는 아프리카 대륙의 정치적, 경제적, 법적 통합을 계속해서 추구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위험한 노스탤지어(향수)에 사로잡혀 역사 속으로 뒷걸음질 치는 국가를 만들기보다는 이전에 어떤 나라나 국민도 보지 못한 위대함을 향해 나아가기로 선택했다. 우리가 아프리카단결기구(OAU)와 유엔 헌장의 규칙을 따르기 로 한 것은 지금의 국경에 만족해서가 아니라, 평화가 구축할 수 있는 더 위대한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제국이 붕괴하거나 후퇴하면서 만들어진 모든 국가 안에는 이웃 나라와 통합하기를 소망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는 정상적이고 또 이해할 만한 일이다. 형제와 하나 되어 공동의 목적을 추구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케냐는 그런 소망을 무력을 써서 추구하는 것에 반대한다. 우리는 죽어버린 제국의 자취로부터 완전히 회복해야 하지만, 새로운 형태의 지배와 억압에 다시 내몰려서는 안 된다. 케냐는 인종․종족․종교․문화적 요인으로 인한 실지회복주의와 확장주의를 반대했다. 그리고 오늘 다시금 이에 반대하고자 한다.'(경향신문)
김종일 대표 ((주) 비앤에이치웍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