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의 지구; 충분히 상상하고 행동하기
(에릭 홀트하우스 지음, 신봉아 옮김, 교유서가)
기후위기가 임계점을 넘어 파국으로 가고 있다. 이상기후로 대규모 산불과 가뭄, 홍수와 태풍, 폭설과 폭염 뿐 아니라 빙하 소멸이 일상화되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지구 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지만,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순 영점으로 만드는 것에 희망을 거는 이들은 별로 없어 보인다.
절망이 클수록 희망을 말하자. ‘미래의 지구’의 저자 에릭 홀트하우스도 위기가 아닌 희망을 말한다. 2020~2050년까지 10년 단위로 인류가 기후위기를 극복해나가는 희망의 30년 서사를 말한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위기의 생생한 현장을 보여주면서도, 종말론적인 시선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영역에 있는 이들과 나눈 인터뷰를 통해 지구와 인간 사회가 공존할 수 있는 미래의 지구를 보여준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잃어버린 것, 사라진 것들을 애도하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함께했던 이들과의 상실을 애도하면서, 다가올 미래에 대한 획기적이고도 대안적 비전을 세운다면 한 마음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비전은 지금부터 2030년, 길게 잡으면 2050년까지의 비전을 세워봐도 좋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까지, 우리가 살아갈 지구에 가장 도움이 될 세상을 함께 충분히 상상하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보자. 모든 가족, 교회, 마을, 도시, 국가와 함께 상상하고 함께 행한다면, 그 꿈이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2050년까지 우리는 기후를 안정화하고, 수많은 미래세대에게 살 만한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하나의 문명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대부분 마쳤다.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소망적 사고이며 불가능한 일이라고 비웃음을 받았지만, 우리는 이 성과를 통해 역사상 가장 놀랍고 영웅적이며 상상을 초월하는 혁명을 이뤄냈다(미래의 지구, 194쪽)”
에릭 홀트하우스가 꿈꾸었던 2050년이다. 그가 그린 2050년이 희망적일 수 있었던 건, 더 좋은 세상을 상상할 수 있도록 자신에게 용기를 주고 모든 사람이 존중받는 미래를 향해 사랑으로 자신 있게 나아갔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 세계 여러 곳에서 모든 이들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의 빠른 변화가 나타났다. 인도에서는 동물, 새, 강에게 법적 인격 지위를 부여했고,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기후변화의 피해를 제한해야 한다는 편결도 나왔다. 쿡 제도에서는 태평양도 인간과 동등하게 보호받아야 한다는 법원판결도 나왔다.
우리도 상상하는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 시스템 바깥에 있는 옵션까지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수 있다. 자원이 한정된 지구에서 안정적으로 ‘생육하고 번성’하려면, 순환경제를 통해 인류의 안녕과 지구위험 한계선을 동시에 우선시하는 세상을 상상해야 한다. 모든 제조 및 생산 과정을 전면 개편해 쓰레기라는 개념 자체를 없애버릴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세상을 상상한다면, ‘나와 내 자손이 잘살려면’ 지구의 회복력을 지킬 수 있다.
만약 꿈꾸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한 방향을 바라보며 다양한 실험을 하면, 유의미하게 지속 가능한 사회를 향해 나아가게 될 것이다. 일례로, 필란드의 헬싱키시인데, '날마다 1시간씩 시민의 시간을 아껴 주자'는 실험을 한다. 2030년이면 교통의 흐름이 원활해지고 원격 근무를 할 수 있는 유연한 시설과 사회 인프라가 갖춰져 1시간의 여유를 더 누릴 수 있으리라는 꿈을 꾸고 있다. 프랑스 파리시는 '15분 도시', 즉 15분 안에 집에 돌아가 '배우고, 운동하고, 스스로 돌볼 수 있기를 바라며, 도심 주차공간을 없애는 시도를 과감히 하고 있다. 거리와 공원에도 변화를 주었는데, '아기 1명당 한 그루 나무심기'로 6년간 17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고, 4개의 대공원이 조성되어 자전거를 타는 이들이 늘고 육류소비가 줄고, 텃밭이 활성화되는 등 사회적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지금 내가 사는 곳은 어떤 도시, 어떤 마을이었으면 좋겠는지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상상해 보자. 만약 바꿀 수 있다면, 어떤 도시, 어떤 마을로 바꾸고 싶은가? 그것을 위해 나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 우선은, 가까운 사람들과 기후변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또 생각이 같은 사람들과 연대 및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더 나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자녀가 나타나 도움을 줄 것을 기다리는 이웃과 자연을 그냥 버려두지 않겠다고 하는 도덕적 명확성이다. 희망으로 가는 지구의 미래는 그 가운데 행하는 작은 것으로 시작된다. 아일랜드의 작은 시골 마을은 버려진 터를 과수원으로 일구면서 '피크오일'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안을 만들었다. 자연의 순환체계를 모방해서 경작지와 주거지를 설계하고 자연과 조화롭게 살면서, 마을의 생명력을 복원하고 자립적이면서 지속가능한 마을을 위한 에너지절감계획을 만들었다. 그것을 영국의 토트네스 마을이 받아들였고, 지역먹거리운동, 텃밭나눔운동, 에너지자립운동, 마을정원프로젝트, 지역화폐 등의 직접행동으로 연결하면서 전 세계로 확산됐다. 어떻게 '함께' 전환을 꿈꾸며 더불어 행동하느냐가 관건이다.
주위를 둘러보자. 함께 두려움이 아닌 사랑으로 세상을 바라볼 이들을 찾아보자. 함께 ‘참 좋다’ 하신 세상을 상상하면서, 지구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시작해보자. 교회라면 마을로서 주민들과 함께 지역의 학교와 기업, 풀뿌리 환경단체들과 함께 꿈꾸며 이루어가보자. 그러면 생명들마다 받은 복을 풍성히 누리게 될 것이다.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