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의 해법, 기후정의

<기후정의>, 메리 로빈슨, 서민아 역, 필로소픽, 2020

“기후 변화의 원인과 영향이 초래하는 비윤리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점을 인식하고 그것을 줄이기 위한 사회 운동.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기금을 마련하거나, 기후 변화에 대처할 재정이나 기술이 없는 개발 도상국을 지원하는 일을 한다.”

위의 내용은 기후정의에 대한 설명이다. 기후변화의 원인과 영향이 무엇이며 기후변화와 정의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18세기 중반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이산화탄소를 비롯해, 대기 밖으로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다른 기체들의 배출량이 증가했고, 그 결과 지구온난화가 촉발되었다. 지구온난화는 극지방의 빙하를 녹여 해수면을 상승시키고 기후 회복력을 떨어뜨려 이전과 다른 기후와 갑작스런 날씨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기후변화의 원인인 이산화탄소의 상당량은 산업혁명의 중심지인 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들 나라는 제국적 팽창주의로 약소국을 침략하고 약탈하면서 경제적 부를 쌓았다. 그런데 기후변화가 아닌 기후위기, 기후재앙의 피해를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는 이들은 그들의 지배를 받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의 사람들이다. 경제적 약소국들은 대부분 1차산업에 기반하고 있어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과 홍수로 그들의 피해는 직접적이고 심각한 수준이다.

메리 로빈슨의 기후정의는 기후변화로 고통당하고 있는 케냐, 차드 공화국, 베트남, 키리바시 공화국과 같은 경제적 약소국, 그리고 미국과 같은 강대국 안에서도 경제적 약자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지역인 미시시피주 발록시와 빙하가 녹고 있는 알래스카에서 사는 사람들의 증언과 기후변화를 저지하기 위한 몸부림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해 내가 소비한 에너지가 어떻게 지구촌 이웃의 일상을 망가뜨리는지 보게 한다. 그와 더불어 화석연료를 생산하면서 생활하는 노동자의 그림자도 기억한다.

저자는 기후정의의 문제를 파리기후협약과 같은 국가 간의 약속이행에 희망을 걸고 있다. 기후위기의 문제는 전세계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속에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의 희망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의 질문을 거듭하게 된다. 하지만 희망 없이 무슨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나는 기후변화나 기후정의보다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을 보게 된다. 맹자의 양혜왕 상편에 보면 하지 않는 것과 못하는 것의 차이에 대해 논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에 대해 맹자는 이렇게 답했다.

“태산을 옆구리에 끼고 북해를 뛰어넘는 것에 대해 남에게 ‘나는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경우, 그것은 참으로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른을 위해서 안마를 해드리는 것에 대해 ‘나는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경우, 그것은 하지 않는 것이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후변화를 단시간에 극복할 대안을 찾는 것은 태산을 옆구리에 끼고 북해를 뛰어넘는 것처럼 할 수 없는 일이기에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후정의에 소외된 이웃의 어려움을 보고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것은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는’ 무책임이다. 기후정의는 할 수 있는 일들이다. 기후정의를 이루어 간다면, 기후변화가 아닌 사람을 위해 행동한다면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이 책을 읽으면서 확신하게 된다.

이원영 목사(예장통합총회농촌선교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