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의 꿈

<갈매기의 꿈>(완결판), 리처드 바크, 공경희 역, 나무옆의자, 2018

낚시 배와 해변 가까이 갈매기 떼들은 눈앞의 먹이를 얻으려고 서로 밀고 다툰다. 이들 갈매기 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조나단 리빙스톤은 홀로 비행 연습을 하고 있다. 조나단에게 중요한 것은 먹이가 아니라 더 높이 더 빠르게 더 뛰어나게 비행하는 것이다. 완벽한 비행 기술을 갖추는 것이 조나단에게는 행복이고 자유이고 살아야 할 이유이다. 조나단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리들이 조롱하고 부족에서 추방을 해도 흔들림없이 자신의 꿈에 도전하며 고독한 날갯짓을 멈추지 않는다. 수많은 실패와 도전 끝에 조나단은 마침내 빛나는 날개를 펼치고 바람을 타며 완벽하게 나는 법을 통달하게 된다. 

조나단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자유이고 수련을 통해서 완벽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이러한 자신이 아는 진실을 제자 갈매기들에게 알려 주려고 애쓴다. 조나단의 제자들도 먼 곳에 있는 갈매기 부족을 찾아다니며 자유와 비행에 대한 조나단의 가르침을 전파하려고 한다. 그러나 조나단과 제자들은 그들로부터 존경과 숭배는 받지만, 아무도 조나단의 가르침과 진실에 대해 귀기울이지 않는다. 비행을 수련하는 새들은 점점 줄어들고 의례는 극단적으로 변한다. 그리고 새롭게 비행을 꿈꾸는 앤서니를 통해 작은 희망을 보여준다.

<갈매기의 꿈>은 직업이 비행기 조종사였던 작가가 자유로이 하늘을 비행하며 다녔던 경험들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3장까지 출판된 이후 45년이 지나서야 4장이 추가되어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신의 꿈을 향해 꿋꿋하게 도전하며 살아가는 수많은 독자(특히 젊은이)의 가슴에 뭉클한 감동을 주었다. 정밀한 비행을 꿈꾸는 한 갈매기를 통해 자유와 자기 완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 준다. 그리고 조나단의 길고 고통스러운 수련 과정은 도전하는 젊은이에게는 격려가 되고 힘이 되었다.

그러나 세상에 대해 좀 더 알고 나이가 들어서 읽는 이 작품은 편하지가 않다. 삶은 내 자유 의지와 상관없이 환경과 운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태어날 때부터 가진 조건 때문에 열매 맺지 못하고 꽃 피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 작품에서 자기실현을 이룬 ‘영웅 조나단’이 지나치게 부각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웅 조나단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위안이나 격려가 아니라 한번 더 상처가 되고 좌절이 될 수도 있다. 글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가 있는 소외되고 약한 세상의 수많은 갈매기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 작품을 읽으며 여러 유형의 조나단(조나단의 고독과 고민, 어려움을 이겨내는 용기, 부족에 대한 사랑 나눔 등)을 같이 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새롭게 추가된 4장에는... 예수 사후 제자들과 세상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대목에서 작가는 큰 가르침을 얻어도 근본적으로 변하기 어려운 인간 세상의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또 제일 마지막에는 변하지 않은 세상을 아파하며 새롭게 비행을 꿈꾸는 갈매기 앤서니를 통해 작은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 혹시라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고민하지 않고 지금껏 살아 온데로 반복적인 삶을 살고 있다면, 한 번쯤 자신이 잊었던 꿈을 다시 생각해보면 어떨까?

신영배 (경기중부기독교교회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