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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2-08-14 22:57
   
7요일의 세계에서 8요일을 사는 사람들
 글쓴이 : dangdang
조회 : 7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7990 [132]


 

7요일의 세계에서 8요일을 사는 사람들

 

<미얀마 8요일력> - 노성일 지음, 소장각

 

 

‘8888’ 

1988년 8월 8일에 있었던 미얀마의 민주항쟁을 기억하며 상징하는 숫자다. 사실 ‘기억’이란 단어를 꺼낼 필요조차 없을 만큼 미얀마의 혹독한 시간은 34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얼마 전에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 세력에 의해 민주화운동가 4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되었고, 8월 1일에 군부는 ‘국가비상사태’를 6개월 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미얀마에서 들려오는 소식을 접하며 분노와 무력감이 교차하는 요즘, 가만히 ‘8888’이란 숫자를 바라보고 있는데 묘하게 미얀마 문자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부터 동글동글한 미얀마 글자가 인상적이었는데, 숫자와 문자가 닮아있다는 부분이 그냥 지나치기에는 뭔가 의미가 담겨 있을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우리 집 서재에 <미얀마 8요일력>이라는 책이 꽂혀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디자이너이자 동남아시아 시각문화 연구자인 노성일 작가의 저작으로, 미얀마 사람들이 갖고 있는 독특한 시간관념에 초점을 맞추고 새로운 관점으로 미얀마의 사회와 문화, 과거와 현재를 읽어낸 책이다.

미얀마에서는 ‘월화수목금토일’의 7요일 뿐 아니라, 8요일을 세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월,화,수(오전),수(오후),목,금,토,일’ 즉 수요일을 정오를 기준으로 오전일과 오후일로 나누어 일주일을 8일로 센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신박한 시스템이다. 이렇게 8요일을 세는 이유가 있을까? 이러한 미얀마인 특유의 시간관념은 그들의 종교 및 문화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8요일을 사는 미얀마인은 7요일을 사는 우리와 얼마나 같고 또 어디가 다를까.

 

‘공동체’란 어쩌면 같은 시간을 사는 이들을 일컫는 단어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한 공동체는 기념일, 신념, 종교 등을 통해 공동의 세계관과 가치관이 쌓인 하나의 시간선을 공유한다.”(33쪽) 저자는 미얀마 사람들이 독특한 요일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흥미를 시작으로 그들이 만들어낸 달력에 관심을 가지며, 그 한 장의 달력에 수많은 정보와 이야기가 담겨있음을 포착한다. 하나의 시간선을 공유하면서 고유한 생활양식, 종교, 문화, 의례, 문학, 역사 등을 함께 쌓아온 공동체는 삶의 리듬을 공유하게 되고, 그것은 달력이라는 축약된 정보로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다.

 

책을 읽다보니 미얀마의 달력이 내가 살고 있는 라오스의 달력과도 유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라오스는 미얀마처럼 8요일을 세지는 않지만, 4월에 새해를 맞이한다는 점이나 새해에 물을 뿌리는 풍습이 있다는 점이 같고, 심지어 새해에 관한 설화도 비슷하다. 불교 절기에 따라 중요한 축제나 행사가 정해진다는 것도 비슷한 점이다. 이것은 태국과 캄보디아도 동일하다. 즉 미얀마와 라오스를 비롯해 메콩강에 접해있는 나라들은 지리상으로만 가까운 것이 아니라 시간을 보는 관점과 삶의 리듬까지도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과 여러모로 거리가 있는 한국에서 평생 살아온 나로서는 그 리듬감을 몸으로 익히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이들과 어깨를 걸고 살아가기란 그만큼 낯설고 어려운 일이기만 한 것일까?

 

“바로 여기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달력의 개념을 벗어나 전혀 새롭게 시간을 기록할 방법을 떠올리게 된다. 같은 사건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함께 삶의 리듬을 맞춰 살아가게 하는 것을 달력의 사회적 의미라 해보자. 그렇다면 전혀 다른 공간과 시간을 사는 사람들이 동일하게 겪어 온 사건들, 공감할 수 있는 기억을 기념일로 서로의 시간선에 새기고 연결하여 새로운 달력을 만들 수 있는 것 아닐까?”(97쪽)

 

일주일에 8요일을 사는 미얀마 사람들에게 ‘8’이라는 숫자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88년 8월 8일’을 지나 계속해서 저항의 시간을 살아내고 있는 미얀마 사람들에게 ‘8’이란 어떤 의미를 가질까. 확실한 것은 미얀마 시민들의 투쟁을 응원하는 우리에게 ‘8’은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8888’은 이제 연대를 뜻한다. 1988년 미얀마 땅에서 민주화 투쟁을 했던 이들과 1980년대 한국에서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던 이들, 2021년 2월부터 벌어진 군사 쿠데타 상황에서 치열하게 투쟁하고 있는 미얀마의 시민들과 그리고 지금 우리. 시간과 공간은 서로 떨어져 있을지라도 우리에게는 서로의 시간선에 자국을 내며 같은 시간과 삶의 리듬을 공유하는 새로운 달력을 써내려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연대의 기억을 통해 같은 시간선을 공유할 때, 우리는 더 이상 서로가 낯설지 않은 하나의 공동체로서 어깨를 걸 수 있을 것이다. 

 

-정유은 목사 (꿈이있는교회, 라오스평화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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