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게시판
바이블25
크리스천라이프
커뮤니티
갤러리
성경/찬송가
지역정보
로중
전도
뉴스
QT
전도모음
Cristian YouTube
     
커뮤니티
칼럼
명언묵상이미지
하늘양식
오늘의책
십자가
명상
영상
설교
말씀
독자편지
독자편지 [123]
 
 
 
     
 
 
 
작성일 : 22-08-07 01:44
   
당신을 위해 그 푸르름을 여기 이 책 속에 담았다.
 글쓴이 : dangdang
조회 : 9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7955 [126]


 

당신을 위해 그 푸르름을 여기 이 책 속에 담았다.

 

인간, 즐거움(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선민 옮김, 문학테라피 출판)

 

여름의 시작과 함께 기대하는 마음으로 궁금하고 읽고 싶었던 책들을 주문했다. 주문한 책들을 받아 몇 권을 펼쳐봤지만 끝까지 사로잡히어 읽게 되는 책은 없었다. 서점에서 직접 읽어보고 신중히 골라 산 책들이 아니라서 그런지 표지나 제목에 매혹된 책들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야 말도록 잡아끄는 힘이 부족하달까.

 

8월의 책은 거실 책꽂이에 가지런히 놓여있던 이 계절과 어울리는 책 한 권을 골랐다. 고단한 일상에 떠밀려 마음과 영혼이 탁해지고 내면의 감각이 둔해진다는 느낌이 든다면, 이 책을 펼치시라. 나는 때때로 책을 읽고 싶으면서도 마음은 쉬고 싶을 때 이 책을 펼친다.

 

“글을 쓴다는 것은 넘을 수 없는 벽에 문을 그려 넣고, 그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다.”

 

“나는 평온한 마음으로 잠을 청하듯 글을 쓴다.”

 

처음과 두번째 챕터를 시작하는 이 두 문장을 처음 만났을 땐, 미술관에서 우연히 마주한 아름다운 작품 앞에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사람처럼 문장을 그저 한참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뻔하지 않은 그만의 시적인 묘사들은 나를 사로잡았다. 

 

“나는 우리가 ‘화창한 날’, ‘푸르른 하늘’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그저 흘려버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말 안에는 신비로움이 묻어 있습니다. 어느 날 한 줄기 빛이 서늘하고 예리한 칼날처럼 우리의 닫혀 있던 마음을 열어젖힙니다. 비로소 우리는 무수히 많은 별 아래에 파묻힙니다. 그리고 이따금 그것을 감지하고 고개를 듭니다. 아주 잠깐 동안 말이죠. 이게 바로 우리가 ‘푸르른 하늘’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p18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한 페이지 한 페이지 그의 문장들이 너무나 신선하고 아름다워서 빠져들었고, 활자만으로도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감탄시킬 수 있으며 영혼을 정화시킬 수 있는지 좋은 쪽으로 충격을 받았었다. 그 마음은 몇 번을 읽어도 변함 없다. 보뱅과 사랑에 빠지게 만든 책. 

 

“나는 책장에 푸르른 기운이 서린 책만을 좋아합니다. 어둠을 이미 경험한 푸르름 말입니다. 나의 문장이 미소 짓고 있는 것도 바로 어둠 속에서 나온 문장이기 때문입니다.” P19

 

“나는 뿌리치기 힘든 우울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며 살아왔습니다. 이 미소를 얻기까지 많은 대가를 치러야만 했습니다. 하늘의 이 푸르름은 마치 당신의 주머니에서 떨어져 나간 소박한 영혼을 당신에게 되돌려 주려고 신이 숨겨둔 선물과도 같은 것입니다. 이 장엄한 푸르름이 절망의 끝을 알려줄 것이고 눈시울을 붉게 만들 겁니다.” P 20

 

“어둠이 진해져야만 별이 얼굴을 내미는 법이다.” P161

 

그에게서 나오는 이 문장들은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온 후에 밝은 곳에 다다라 짓는 평안한 미소였구나, 그래서 그렇게 묵직하고 아름답고 슬픈 빛을 띄고 있구나 했다. 삶에 대한 깊은 성찰 뒤에 길어올린 문장들은 읽는 이의 영혼을 터치할 수밖에 없다.

 

“절대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것, 실패에 대항하지 않는 것이다. 듣고 쓰거나 사랑할 수 없는 처지일 때, 숨 쉬는 일이 힘겨울 때, 언제나 그 처지에 여지를 남겨두고 시간을 주는 것이다.” P42

 

언젠가 상실로 인해 무기력함을 겪었던 시간이 있었다. 힘을 내어 일상을 꾸려나가는 것조차 버거울 때, 그 시간에 맞서거나 너무 애쓰지 말고 그 시간이 지나갈 때까지 잠시동안 그 안에 가만히 머물러 기다려도 된다는 것을 이 문장을 통해 배웠다.

 

“인생은 여러 갈래의 길 중 하나가 막혔을 때 가장 강한 모습을 드러낸다. 인생은 남아 있는 출구를 통해 맑고 순수하게 흘러간다. 말하자면 이런 셈이다. 수도꼭지의 끝을 손으로 눌러 물길을 좁히면 물이 나오지 않다가 어느 순간 세차게 쏟아지는 것처럼 말이다. 여하튼 언젠가는 끝이 찾아온다.” P44

 

평범한 보통의 순간에도 작가는 찰나의 아름다움을 캐치하고야 만다. 작가는 현상적인 것, 그 너머의 것들을 영혼의 눈으로 바라본다. 

 

“아름다움은 부활의 힘을 지니고 있다. 보고 듣기만 하면 된다. 우리가 살아생전에 천국으로 들어서지 못하는 이유는 단지 그런 것들에 마음을 기울이지 않아서다.” P126-127

 

작가에게는 우리가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것, 일상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들이 영감의 원천이자 기쁨이 된다. 이를테면 시골길을 거닐고 책장을 넘기고 장미 꽃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는 것과 같은 일. 

 

이 책을 읽고 나면 영혼의 시력이 좋아지는 기분이 든다. 이 책을 덮고 길을 가던 당신이 하늘을 한 번 더 올려다 본다면, 평소라면 지나칠 수 있는 풍경 앞에 멈추어 선다면, 그걸로 되었다.

 

“당신을 위해 그 푸르름을 여기 이 책 속에 담았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되고, 이 문장으로 끝나는, 푸르른 책.

 

당신의 영혼이 이 책으로 인해 조금은 푸르러지기를 바란다.

 

김은진/윌로우리버 연합감리교회


 
   
 

 
Copyright(c) 2012 http://bible25.bible25.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