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소유
<무소유> 법정스님. 법우사. 1976
법정스님(1932~2010)은 수십권의 수필집을 통해 힘겨운 삶에 허덕이는 현대인에게 올바른 사유의 기쁨과 마음의 안식을 제공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작가이다. 또 '무소유'를 직접 행하며 소리없는 나눔에 앞장섰고 민주화운동에도 참여한 실천적 승려였다. 작가의 뜻에 따라 절판된 지 오래된 책 ‘무소유’를 다시 꺼내어 마음에 울림이 있는 글을 옮겨 보았다.
무소유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날 때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 살만큼 살다가 죽을 때에도 빈손으로 갈 것이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게 되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게 된다.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오해
오해는 이해 이전의 상태이다. 자기 나름의 이해란 곧 오해의 발판이다. 우리는 하나의 색맹에 불과하다. 세상에는 색맹이 또 다른 색맹을 향해 이해해 주지 않는다고 안달이다. 올바른 비판은 올바른 인식을 통해서만 내려질 수 있다.
설해목
모진 비바람에도 끄덕않던 소나무들이 가지 끝에 사뿐히 내려않는 그 가볍고 하얀 눈에 꺽인다. 사람이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은 지식이나 말보다는 맑은 시선,조용한 미소,따뜻한 손길,말없는 행동에 의해서 혼과 혼이 마주쳐야 한다.
본래무일물
본래 내 소유란 있을 수 없다. 이 세상에 날 때 가지고 온 것도 아니고, 이 세상을 하직할 때 가져 가는 것도 아니다. 인연 따라 있었다가 그 인연이 다하면 가버리고 마는 거다. 이 세상은 많은 사람이 함께 어울려 살고 있다. 모든 게 마음 먹기 나름이다. 화나는 그 불꽃 속에서 벗어날려면 생각을 돌이키는 일상적인 훈련이 앞서야 한다.
녹은 쇠를 먹는다
남을 미워하면 저 쪽이 미워지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이 미워진다. 녹은 쇠에서 생긴 것인데 점점 그 쇠를 먹는다. 마음씨가 그늘지면 그 사람 자신이 녹쓸고 만다.
어린왕자
내가 장미꽃을 위해 보낸 시간 때문에 내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하게 된 것이다. 그건 내가 물을 주어 기른 꽃이니까. 내가 벌레를 잡아 준 것이 그 장미꽃이니까. 길들인다는 말은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다. 일단 길들이게 된면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가 된다.
종교
종교란 가지가 무성한 한그루의 나무와 같다. 종교는 하나에 이르는 개별적인 길이다. 같은 목표를 향해 가는 길이라면 따로따로 길을 간다고 해서 조금도 허물될 것은 없다. 이러한 안목으로 기독교와 불교을 보면 털끝만큼도 이질감이 생기지 않는다. 진정한 이해는 사랑에서 비롯된다.
신영배 (경기중부기독교교회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