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 계신 예수의 비밀의 말씀
오강남 김영사 2022
성서를 읽으며 늘 감사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성서 안에 모순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 가운데 특히나 네 개의 복음서가 함께 성서에 들어와 있음은 단순한 감사를 넘어 기독교인들에게 엄청난 복임을 고백합니다.
서로 다른 네 공동체의 시선으로 예수님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네 복음서는 각기 다른 서술에도 불구하고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은 성서학자들이 공관(공통의 관점)복음이라 부를 뿐 아니라 요한복음까지도 나란히 신약성서를 시작하는 네 권의 복음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성서에 어떤 말씀이 있는지보다 어쩌면 이렇게 기록의 시기도 다르고 또 각기 다른 시선으로 쓴 각각의 책들이 한 권의 경전 안에 존재한다는 자체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커다란 은총입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더 큰 은총은 이러한 다양성을 넘어 성서에 포함되지 못한 더 풍성한 이야기들이 존재하고, 그것이 조금씩 조금씩 발견되어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1896년 <막달라 마리아복음> 발견.
1945년 ‘나그함마디 문서’ 발견.
1947년 ‘사해 두루마리’ 발견.
1970년 <유다복음> 발견. 등등.
이렇게 발견되고 있는 다양한 문서들 가운데 많은 주목을 받는 것이 콥트어(Coptic. 이집트 고대어 중 하나)로 기록된 ‘나그함마디 문서’인데 그 가운데서도 ‘이것은 살아 계신 예수께서 말씀하시도 디두모 유다 도마가 받아 적은 비밀의 말씀들입니다.’로 시작되는 <도마복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신약성서의 네 복음서는 있는 그대로 읽으면 되는 것을 해석한다고 하면서 본질을 흐리는 경우가 더 많은 실제 그냥 그대로 누구나 읽고, 누구나 자신이 느낀 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문서라면 오히려 도마복음은 예수님의 어록만으로 기록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해석이 필요한 난해함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도마복음>의 몇 구절을 소개합니다.
● 이것은 살아 계신 에수께서 말씀하시고 디두모 유다 도마가 받아 적은 비밀의 말씀들입니다. “이 말씀의 뜻을 올바르게 풀이하는 사람은 결코 죽음을 맛보지 아니할 것입니다.” (도마복음 제1절)
● “언제 새 세상이 이르겠습니까?” 예수가 그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이 기다리는 것이 이미 와 있지만, 여러분들이 이를 알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도마복음 제51절)
●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모든 것 위에 있는 빛입니다. 내가 모든 것입니다. 모든 것이 나로 부터 나왔고 모든 것이 나에게로 돌아옵니다. 통나무를 쪼개십시오. 거기에 내가 있습니다. 돌을 드십시오. 거기서 나를 볼 것입니다.” (도마복음 77절)
<도마복음>은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예수님이 하신 말씀들로 주변적인 설명이나, 기적, 행위 등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예수님 어록으로 때로는 너무 직설적이고, 때로는 선문답 같은 구절들로 인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는 경우도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찬찬히 곱씹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순우리말 가운데 ‘톺아본다’는 말이 있습니다. ‘샅샅이 더듬어가며 살피다’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도마복음> 이야말로 ‘톺아보기’에 적절한 성서가 아닐까 합니다.
이렇게 <도마복음>을 톺아볼 때 곁에 두면 좋을 책이 오강남의 도마복음 풀이 《살아 계신 예수의 비밀의 말씀》입니다. 2009년 《또 다른 예수》라는 제목으로 초판을 낸 후 편집과 각주 등의 변화 그리고 부록을 수록하여 2022년에 내 놓은 개정판 《살아 계신 예수의 비밀의 말씀》은 예수님을 만나 깨달음의 길을 함께 걸어가기를 소망하는 믿음의 제자들에게 좋은 동반자가 될 것입니다. 여유가 되신다면 도올 김용옥 선생님이 쓰신 <도마복음한글역주>도 곁에 두고 읽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평화~~
박정인 하늘씨앗교회 목사 / 기독교기본소득포럼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