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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3]
 
 
 
     
 
 
 
작성일 : 22-07-18 03:18
   
교탁과 4분단
 글쓴이 : dangdang
조회 : 10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7850 [131]


 

교탁과 4분단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류승연, 푸른숲, 2018

 

초등학교를 다니던 동생의 담임선생임을 만나고 돌아오신 어머니가 뜻밖의 이야기를 꺼내셨다. 동생이 선생님을 자꾸 째려본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몇 번 지적했지만 여전히 째려본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는 것이다. 우리 가족은 그 소식에 무척 놀랐다. 동생이 친구들과 버성기게 되었다는 소식이라면 그렇게까지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릴 때 자동차 사고로 생긴 장애 때문에 행여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거나 주눅 들어 지내지는 않을까 걱정해왔기 때문이다. 교과서를 나눠주던 날 책을 뒤로 넘기라는 선생님의 지시에, 맨 앞자리에서 자신의 교과서를 남기지 않고 몽땅 뒤로 넘기는 실수를 하고는 어쩔 줄 몰라 울음을 터트린 심약한 동생이 감히 선생님을 째려보다니, 지적을 받고도 계속해서 째려보다니, 우리 가족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그야말로 사건이었다. 더 놀라운 건 절대로 그러지 않았노라고 딱 잡아떼는 동생이다. 

 

동생은 선생님을 째려보았지만 째려보지 않았다. 사고로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을 뿐이었다. 시력의 전부인 한쪽 눈으로만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째려보는 것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한 주일이 지나고 분단을 바꾸면 점점 더 많이 째려보거나 덜 째려보게 되었을 것이다.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우리 식구는 한동안 복잡한 감정에 휩싸여 지냈던 것 같다. 장애를 가진 사실을 알면서도 한 번도 동생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지 못한 것은 선생님이나 우리 가족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화가 나기도, 미안하기도 했다. 

 

역지사지는 어렵다. 내가 그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되어서 그 사람의 상황을 똑같이 겪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기독교인으로서 이해와 용서와 사랑의 첫걸음 같은 역지사지를 포기할 수는 없겠다. 남이 되어보는 일은 늘 상상에 그치는 일이겠지만 결코 헛되지 않다. 

 

늘 상상에 그치는 일이라는 것, 내 경험과 조건이 남과 달라서 내 상상은 그 대상을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확연하다는 것, 역지사지에 드리운 ‘나는 나’라는 한계를 조금이라도 넘어서고 싶은 마음이 오늘의 책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이라는 책을 소개하는 마음이다. 지은이는 장애인의 어머니다. 비장애인의 아버지로서, 사랑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많이 배우고 알게 되었다.

 

오래전에 불그스름한 넥타이를 사서 매었을 때 그게 대체 무슨 색이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언어로 깔끔하게 포착되지 않는 그 넥타이의 색상을 불편하게 여기는 마음이 나를 향한 관심보다 더 많이 느껴졌더랬다. 사람들은 모르면 불안해한다. 그 불안함을 해결하기 위해서 모르는 것을 나쁜 것, 혹은 적으로 규정하고 없애버리려고 한다. 나의 시야나 생각에서 없애기 위해 거리를 두는 일도 없애기 위해 총칼을 드는 일처럼 없어져야만 하는 대상에게는 폭력적인 일이겠다. 내가 장애인을 무심결에라도 피했던 일처럼 말이다. 

 

동생의 분단이 옆으로 한 칸 옮길 때마다 속절없이 변해갔을 째려보는 각도의 차이를 선생님은 첨예하게 느꼈을까? 선생님의 기분도 그렇게 각도에 따라서 첨예하게 달라졌을까? 그러지는 않았을 테지만 선생님의 기분이 내 동생에게는 첨예하게 포착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반에 네다섯 분단 정도가 있었다면 너덧 주가 지나는 동안 동생과 선생님은 서로 달처럼 차고 기우는 감정을 주고받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진실은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겠다. 우리는 좀 알자. 내가 장애인을 까마득히 몰랐던 것처럼, 누군가에게는 가장 사각일 수 있는 무지의 교탁에서 서로 째려보지 말자. 작가의 말 중에 짜장 나누고 싶은 말이 있어 나누며 글을 마친다. 누군가에게 너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드라마)처럼 되라고 말할까 봐.

 

비장애인에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면,

장애인에게 행복은 발달순이 아닐 게다.(191)

 

김국진 목사(산돌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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