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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3]
 
 
 
     
 
 
 
작성일 : 22-07-08 00:27
   
자, 가서 인간이 되시게
 글쓴이 : dangdang
조회 : 9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7809 [110]



자, 가서 인간이 되시게


(<인간의 대지>, 생 떽쥐베리, 시공사 세계문학의 숲)

 

왜인지 몇 년 전,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이 여기저기서 많이 읽혔다. 코로나로 비대면 인간관계와 개인의 안위를 지키려는 의식이 강해진 MZ세대의 인간에 대한 불신이 기본 정서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책을 보고 동감하고 마음 아파하는 청년들을 볼 때마다 나는 그 책 대신 이 책, <인간의 대지>를 추천해 주고 싶었다. 분명 인간의 나약함과 모순, 뼈아픈 죄성을 깨달을 필요는 있지만 그 다음에는 반드시 인간이란 무엇이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더 나아가 우리에게 주어진 이 땅에서의 삶, 인간의 대지를 걸어 나가 ‘서로 만나려고 해야 하(<인간의 대지>,12p)’며, ‘다른 사람들을 발견함으로서 스스로를 넓혀 가(44p)’ 진정한 인간의 모습을 갖춰가야만 한다. 

 

<어린왕자>의 작가로 잘 알려진 생 떽쥐베리의 자전적인 책인 <인간의 대지>는 <어린왕자> 보다 덜 은유적이고 덜 상징적이어서 훨씬 작가의 목소리가 생생하다. 또한 모든 생 떽쥐베리의 저서들을 관통하고 있는 인류애, 인간관계에 대한 희망, 인간에 대한 사랑이 어디에 근간하고 있는지를 드러내고 있어 읽으면 읽을수록 감동적이다. 

   

인간의 모든 것이 모순적이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중략) 인간의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진실, 그것은 스스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다. (중략) 인간에게 있어 진리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다. 관계의 품위, 승부에서의 정직함, 생명을 거는 상호존중의 태도를 아는 사람에게 허용된 이러한 숭고함...(후략) (같은 책 8장 中) 

 

야간비행, 참전 등의 경험담과 생각이 소주제로 자유롭게 묶인 이 책은 제 1장 항공노선으로 시작해 제 8장 인간들로 귀결된다. 이 중 백미는 역시 <어린왕자>를 떠올리게 하는 사막 불시착의 이야기다. 비행 도중 실종된 동료, 사막에 불시착했다 살아 돌아온 동료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화자 자신이 직접 사하라 사막에 떨어져 죽을 고비를 넘긴 이야기까지 들어있는 불시착 에피소드는 아무것도 없는 사막에 떨어진 위태로운 생명의 이야기치곤 지나치게 낭만적이다. 물 한 모금 먹지 못하고 사구를 힘겹게 걸으면서도 놓치지 않는 지구와 사람과 본질에 대한 사유들, 아득한 별과 모래알과 희망과 소망의 기록들은 경이로울 정도로 아름답다.

 

사람의 흔적을 찾아 헤매는 사막의 여정은 그러나 광야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크리스천들은 모두 광야의 여정을 안다. 성경 속에서 읽은 인물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삶이 그렇다는 것을 안다. 극한의 한계로 몰아가는 정신의 사막에서 야곱의 사다리를 만나기를, 불기둥과 구름기둥을 만나기를, 만나를 내려 주시기를, 기도하는 도중의 사탄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주시기를, 종국에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인도해 주시기를 간구하는 경험을 안다.  

 

어제 나는 아무 희망 없이 걸었다. 오늘 희망이라는 단어는 그 뜻을 잃었다. 오늘 우리는 그저 걷고 있기에 걷는 것이다. (중략) 어제 나는 오렌지 나무들이 있는 낙원을 꿈꾸었다. 그러나 오늘 내게 더 이상 낙원은 없다. 더 이상 오렌지들의 존재도 믿지 않는다. 

 

 

바싹 말라버린 가슴 이외에 내 내면에서 더 이상 아무것도 찾을 수 없다. 나는 쓰러질 것이고 이제는 절망도 알지 못한다. 고통조차 없다. (중략) 사막, 그것은 나다. (176-177p) 

 

화자, 작가도 마찬가지다. 생명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뜨겁고 건조한 사막에서 살아나려면 인간의 흔적을 찾아야 한다. 사람을 만나야 한다. 오아시스, 우물, 구조해 줄 사람을 찾아 헤매다 죽음의 목전에서 사람을 만난다. 그런데 베두인이다. 적으로 두고 싸우기도 했던, 노예로 삼는 사람도 있었던 베두인이다. 

 

나는 결코 너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너는 진정한 인간이며, 동시에 모든 사람의 얼굴을 하고서 내게 나타난다. 너는 우리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지만 이미 너는 우리를 알아보았다. 너는 무척이나 사랑하는 형제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모든 사람에게서 너의 모습을 알아보리라. (중략) 네 안에 있는 나의 모든 친구들, 나의 모든 적들이 내게 다가온다. 그래서 이제 세상에 내 적은 하나도 없다. (181p) 

 

어떤 사람들은 인간 세상에서의 번뇌와 시름을 잊기 위해 사람을 피해 산으로, 동굴로, 인간을 피해간다. 스스로 사막으로 내몰고 하염없이 극한의 건조와 갈증의 상태로 자신을 내몬다. 거기에서 신과 독대하는 것만이 참된 수행의 길이라고 믿던 아토스 산의 수사들도 있었다. 하지만 생 떽쥐베리는 ‘인간’으로 향한다. 사막에서 죽어가던 인간을 구해주는 것은 결국 인간이다. 신은 많은 때에 인간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온다. 

 

세계대전을 겪은 작가들은 대체로 인류에 대해 회의적인 경우가 많았다. 맹목적인 학살을 경험하면서 인간에 대한 애정을 지킨다는 게 가능하기는 할까? 지금도 우크라이나의 참혹한 현장을 살펴보면, 아니 멀리까지 가지 않고 뉴스에서 보도되는 사건 사고만 봐도 인류애를 잃어버리게 되는데 어떻게 생 떽쥐베리는 1, 2차 세계대전을 겪고 나서도 인간의 숭고함, 품위, 인간의 진리, 인간의 가치에 애틋한 마음을 품을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 때문에 더욱 더  인간에 대한 회의감과 상실감이 드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저자가 경험한 인간들에게 대해서, 그리고 마찬가지인 인간 자신이 야간 비행과 사막 속에서 느낀 생각을 따라 읽으면서 어떻게 해야 인간 실격이 아닌 인간 자격을 갖추며 살아갈 수 있는지 생각의 전환을 하도록 권하고 싶다. 코로나 시기의 비대면에 창백하게 질린 얼굴들에 모험심을 심고 홀로 떨어진 사막에 실격으로 불시착한 얼룩진 인간상에 희망을 불어 넣어주고 싶다. 

 

그에게는 걸을 때 거치적거리는 인간관게의 무게, 눈물, 작별, 비난, 기쁨, 사람이 어떤 몸짓을 할 때마다 아껴주거나 고통을 주게 되는 그 모든 것, 그를 묶어 무겁게 만드는 수많은 관계들이 없었다. 하지만 바르크에게는 벌써 수천 가지의 희망의 무게가 생겼다…….(123p)

 

저자는 한 노예를 풀어주며 말한다. “가서 인간이 되시게, 바르크 영감.” 앙드레 지드는 <인간의 대지>를 추천하며 이렇게 말했다. “작금의 문학은 인간을 고발하는데 열중하지만 우리가 진실로 보고 싶은 것은 결연한 의지가 이루어내는 이 같은 자기 초월이다.” 

 

인간에 대한 고발은 우리를 노예로 만들고 실격의 시대로 이끈다. 그러나 저자는 인간의 대지를, 인간의 흔적들이 가꿔나가는 희망의 무게와 그 조밀한 인간의 정신을 고양시키고자 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하나님의 손으로 빚어지고 숨결로 호흡을 받은 인간이 아니던가. 우리여, 인간이 되어보시게.

 

박창수 목사 (인천선한목자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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