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텍스트를 넘어 콘텍스트로
<텍스트를 넘어 콘텍스트로>, 최종원 저, 비아토르, 2019
저자는 유럽 중세사를 전공한 역사학자이면서 인문주의자이다. 교회 갱신의 역사는 인문주의자의 신랄한 비판,풍자,상상력을 통해서 이루져 왔다고 믿는다. 인문주의의 핵심은 교리의 단순한 이해가 아니라 인간의 가치와 존엄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비판적 성찰이라고 한다. 이 책은 인문주의의 시선으로 역사의 여러 사례를 검토하여 한국 기독교가 직면한 난제들을 헤쳐 나갈 길을 제안하고 있다.
먼저 ‘텍스트를 넘어 콘텍스트를 고민하라’고 주문한다. 인간의 존엄과 사회문제가 성경의 문자적 말씀에 의해 외면 당한다면 말씀이 우상이 되고 교회는 텍스트(성경, 말씀)에 갇히게 된다. 콘텍스트(인간존엄, 현실문제, 사회변화)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해석이 없다면 텍스트 속에서 길을 잃게 된다. 구약의 선지자들은 시대를 읽는 자였다. 구조 넘어서 현상을 보고 읽을 수 있는 자였고 그 구조를 깨트리는 혁명가였다. 성경공부에 앞서 콘텍스트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텍스트는 콘텍스트 속에서 정합성을 찾아야 한다. 성경을 문자적으로 믿는다고 고백하는 것보다는 성경이 가르치는 인간관,세계관에 따라 살겠다는 실천적 고백이 필요하다. 성경 말씀을 인용하여 독선과 배제를 정당화하는 것은 ‘오직 성경’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경으로 도피하는 것이다.
최근 한국교회에서는 기독교의 순수성이라는 이름으로 배제와 혐오가 정당화되고 있다. 자신의 신앙의 정합성을 드러내기보다는 상대방이 틀렸다는 부정을 통해서 스스로의 정당성을 찾고자 한다. 타자를 쉽게 악마화 한다. 동성애,차별금지법,이슬람,페미니즘을 무조건 반대부터 하고 본다. 배제와 혐오는 타자에 대한 명시적인 차별과 업악과 함께 내부자에게는 무한한 자부심과 단결을 가져다 준다.
신앙이 도덕적 윤리적 개인적 완성을 추구하는 엄숙주의로 흐르면 그렇지 않은 타자에 대한 정죄로 이어지기 쉽다. 그런 사람의 모임에는 사람 냄새가 안난다. 개인의 거룩한 삶에만 집착해서 공동체의 죄악,시대의 죄악에 눈을 감을 수 있다. 예수님을 닮는다는 것은 외형상 거룩한 존재로 사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예수님처럼 낮아져 약자를 향하고 형제애의 영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진정한 복음주의자라면 그리스도의 복음이 제시하는 인간관에 반하는 배제,차별,혐오,불평등에 문제제기를 하고 사회개혁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 구원과 심판은 죽고 난 후에 받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서 선고된다. 복음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내세의 새 하늘 새 땅이 아니라 현세에서 부활하는 새 하늘 새 땅이다.
종교는 국가주의나 애국주의라는 허상을 통해 정당성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아파하는 작은 한사람을 위하는 일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의식이 깨어서 저항하지 않으면 악은 너무나도 평법한 모습으로 작동한다. 교인들이 교회 제도와 설교 속에서 길들여지고 주체성을 상실하면, 내부의 집단성은 외부의 비판을 차단하는 작용을 한다. 구원은 배타함으로 성취되는 것이 아니다. 약한 자들을 포용하고 함께 나눌 때 이루어 진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질문한다. ‘신앙은 개인적 것인가?’ ‘공동체로서 교회에 주어진 소명은 무엇일까?’
기독교 신앙은 개인의 종교 체험에 머물러서 안된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사회변혁을 위해 나서야 한다.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고, 눈먼 자에게는 다시 보게 함을, 포로된 자와 눌린 자에게는 자유를 주기 위해 헌신해야 한다. 교회의 잃어버린 교회의 소명인 공공성과 공동체성을 찾아 나서야 한다.
신영배 (경기중부기독교교회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