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급 인생을 찾아오신 하나님
(<B급 인생을 찾아오신 하나님>, 마이클 야코넬리 지음, 마영례 옮김, 아바서원, 2014)
마이클 야코넬리는 열 살에 예수님을 만났다. 그가 만난 예수님은 흰 도포를 입고 후광이 비추고 낭랑한 목소리에 지표 위를 떠다니는 신묘한 분이 아니라, 현실 속에 살아계신 분이었다. 연약하고 부족한 자신을 인정해주시고 곁에서 힘이 되어주신 주님을 만났다.
이러한 마이클 찰스 야코넬리가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난 다음 그의 아내 칼라 야코넬리가 남편이 만난 하나님을 글로 고백하는 책이다. 만약 자신의 남편이 살아 있다면 이 책을 읽고 모험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해 주었을 말을 전한다.
“친애하는 여러분, 힘을 내십시오. 당신만 힘든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모든 허물과 결점과 고민과 마음의 상처와 약점과 실패와 실책과 낙담과 실수에도, 당신은 예수님이 함께하시며 함께 먹고 놀고 이야기하고 울고 웃고 싶어 하시는 예수님의 제자입니다. 당신은 하나님이 친히 이름을 부르시며 사랑하시고 총애하시는 그런 사람입니다. 당신은 하늘과 땅의 주재이신 거룩하신 하나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시는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당신은 그 이상이었고 언제나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런 사람일 것입니다.”
‘뒤죽박죽 뒤엉킨 엉망진창’이라는 말이 이 책의 바탕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완전하길 원하지 않으신다. 성경과 교리, 그리고 교회에서 이야기하는 거룩한 영성이 아니라, 언제나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는 삶, 넘어져도 하나님께서 내미신 능력을 손을 붙잡고 일어서는 삶을 이야기한다. 마이클이 말하는 ‘영성’이란 ‘예수님을 생각하고, 예수님을 찾으려 하고, 현실 속에서 진정한 기독교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야 하는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완성되거나 완벽해지는 것에 관한 것이 아니라, 미완성 상태에서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이다. 그래서 ‘영적인 사람이란 비록 불완전하고, 불충분하지만 하나님을 위해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한다.
예수님은 사람들의 능력보다는 기대와 반응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셨다. 요한복음 4장에 나오는 사마리아 여자와의 만남에서 예수님은 그녀의 실수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하나님을 만나고 싶어하는 그녀의 열망에 초점을 맞추셨다. 잘못된 곳을 헤매면서 사랑을 찾으려고 했던 그녀의 인생을 알아보셨고, 그 마음속을 들여다보심으로써 그녀의 불미스러운 과거를 존중해주시며 그녀를 예수님에게 이끄셨다. 예수님은 현재의 열망을 보셨으므로 과거는 상관하지 않으셨다.
기독교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기회를 주고 모두에게 열려 있기에 ‘좋은 소식’이다. 예수님은 갈 곳이 없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만들어 주셨다. 오히려 그들을 통해서 영적 성장이 이루어졌다. 영적 성장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곳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문제들 한가운데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아주 작은 것에서 그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 전투기를 공격을 받은 영국 폭격기, 5발의 총탄이 연료탱크 옆 기체를 통과했는데, 연료만 흘러나왔고 기적적으로 기지로 돌아왔다. 5발의 총탄이 박혀 있는데, 놀랍게도 다섯 개의 총탄에는 모두 화약이 들어있지 않았다고 한다. 그 중 하나에 아주 작은 종이쪽지가 있었는데, 그 쪽지에는 공장에 끌려와 총탄을 만든 폴란드 포로가 쓴 것으로, 자신들이 총탄을 만들 때 감시자가 보지 않을 때 총탄에 화약을 넣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작은 일이지만, 최선이라고. 그리고 4명의 폴란드 전쟁포로의 서명이 있었고, 가족들에게 자신들이 살아 있음을 알려달라는 것이었다(7장 작은 친절 중).
위대한 일은 사소하고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 하나님은 처음부터 큰 것을 두고 작은 것을 택하셨다. 골리앗 대신 다윗을, 수천 명의 미디안 군대 대신 기드온과 그를 따르는 300명의 용사를, 바알의 선자자들 대신에 엘리야를, 아흔아홉 마리의 양 대신에 양 한 마리를 선택하셨다. 영성은 소소한 일, 사소한 행동, 우리의 삶 속에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향한 작은 반응에서 이루어진다. 영적인 삶은 성공하는 삶이 아니라 열매 맺는 삶이다.
책의 마지막에 이 책의 목적이 담겨 있다.
“‘내가 널 사랑한다’고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맑고 영롱한 음성을 들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완성되지 못하고 무능력한 당신의 삶 속, 다시 말해서 당신의 독특하고 뒤죽박죽 뒤엉킨 삶 속에 그분이 계시다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란다.”
교단에서 인정하는 목사 안수를 받지 않았고, 세상이 볼 때 건전한 성도들이 모이지 않은 작은 교회를 섬겼던 마이클 야코넬리, 비록 세상이 ‘B급 인생’이라고 업신여겨도 그는 누구보다도 하나님과 가까운 하나님의 사람이었다. 하나님이시지만, 사람이 되셔서 부족하고 연약한 우리의 처지를 아셔서 찾아오시고, 지켜주시고 돌봐 주실 것을 약속하신 분이시다. 이러한 하나님은 기꺼이 그를 만나주셨다. 물론 B급 인생이어야만 하나님께서 만나 주시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처한 모든 상황에서 하나님을 만나길 바라면 언제나 만나 주신다.
우리는 A급이라고 자만하거나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업신여겨서도 안 되고, B급 이라고 자괴감에 빠져 있어서도 안 된다. 우리의 모든 것을 아시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것을 믿고, 그분을 의지하며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자리를 아름답게 만들어가면 될 뿐이다.
오충환 목사(꿈이있는미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