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의 새로운 사회에 대한 묵상
<에베소서 강해>, 존 스토트, IVP
한 가지 넓은 주제를 성경의 여러 부분을 통해 설명해주는 책들도 좋지만, 하나의 성경을 가지고 한 절씩 주해해주는 책들을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산꼭대기에서 전체를 조망하는 일도 즐거운 일이지만, 산 속으로 들어가 숲의 여기저기를 탐색하고 싶은 갈망도 있기 때문이다.
존 스토트의 ‘에베소서 강해’는 에베소서라는 한 권의 책을 깊이 있게 탐색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에베소서라는 깊은 숲 속에 빠져 들어가 에베소서의 메시지에 깊이 잠기게 해주는 책이다. 존 스토트의 에베소서 강해는 성실한 연구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세밀한 주해를 통해 깊이를 잃지 않으면서도, 목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성경의 숲 속을 탐색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깊은 만족을 준다.
존 스토트는 에베소서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하나님이 계획하시고 이루시는 개인의 구원을 넘어 하나님이 빚으시는 새로운 사회 공동체를 소개해준다. 한 사람의 구원에 그치지 않고, 교회라는 하나님의 새로운 사회를 이루어가는 길을 소개한다. ‘하나님의 새로운 사회’라는 부제에 걸맞게 에베소서를 통해 발견한 구원의 궁극적인 목적,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가는 일을 소개한다.
존 스토트는 에베소서의 전반부에서 개인적 구원을 소개한다. 하나님의 구원의 드라마를 삼위일체적으로 묘사해주며, 사람이 경험하는 구원을 죽음과 생명의 대비를 통해 실감나게 설명하면서, 구원을 향한 바울의 경탄에 우리를 참여하게 해준다.
개인적 구원에 대한 경탄은 중반부에서 하나님이 세우신 새로운 공동체에 대한 경탄으로 이어진다. 그리스도를 통해 소외와 갈등의 벽을 넘어 평화로운 관계성으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작업을 소개한다.
중, 후반부는 하나님이 지으신 새로운 공동체, 사회인 교회가 어떠한 사회가 되어야 하는지를 소개한다. 하나님과 사람을 소외시킴으로 부패함과 갈등을 양산하는 세상 속에서 하나님께서 계획하셨던 새로운 대안적 사회로서의 하나님 나라, 즉 교회의 모습을 소개한다. 하나님과 사람을 향한 사랑과 섬김, 성결함을 통해 소외와 갈등이 아닌 하나 됨, 부패함이 아닌 성결함을 이루어가는 교회의 모습을 그려준다.
마지막에는 새로운 사회에 속하게 된 사람에게 요구되는 새로운 관계성을 알려준다. 가정과 일터에서의 새롭게 정립되어야 할 관계들을 알려주고, 이를 무너뜨리려는 영적 존재들 속에서 견고히 서는 길을 소개한다.
존 스토트와 안내 속에 에베소서의 숲을 함께 걸어가면서, 경험한 몇몇 생각들을 나누려고 한다.
첫째, 찬양으로서의 신학이다. 하나님을 알아가는 여정은 메마른 지식을 쌓아가는 여정이 아니라 내게 주어진 하나님의 삼위일체적 구원에 대한 경탄과 감사, 찬양 속에서 이루어지는 여정이라는 점이다. 영적 죽음에서 생명으로 이끄시는 하나님의 구원의 사역은 하나님의 선물이자, 은혜라 칭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찬양으로 응답되고 결론 지어지는 여정일 수밖에 없다.
둘째, 구원의 공동체적 요소이다. 복음전도에서 개인의 결단과 개인적 구원에 대한 약속은 익숙하다. 그러나 개인적 구원이 새로운 공동체로의 편입이라는 점은 낯설게 느껴진다. 그러나 진지하게 에베소서를 읽은 사람이라면, 하나님의 구원을 개인적 구원에 가두어 둘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에베소서는 하나님이 꿈꾸셨던 하나님 나라가 교회를 통해 실현된다는 교회의 복음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루어진 하나님 나라가 교회임을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구원은 하나님 나라를 향한 참여라고 할 수 있다.
에베소서가 그리는 교회의 영광에 비해, 오늘날 교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상당한 간극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의 교회를 기준으로 성경의 메시지를 판단할 순 없다. 성경의 메시지를 통해 현실의 교회를 성찰하고, 지향점을 새롭게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에베소서는 개인의 구원을 교회적 차원으로 확장시키고, 교회가 걸어가야 할 지향점을 제시해준다고 할 수 있다.
셋째, 교회의 사회적 책임이다. 에베소서의 후반부는 가정과 일터에서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한다. 개인적 구원과 새로운 사회로의 편입을 넘어 세상 속에서의 교회의 모습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 구원받은 사람들의 공동체는 여전히 세상 속에서 그 믿음대로 살아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넷째, 기도와 영적 전투의 현실성이다. 에베소서의 중간, 중간에 들어가 있는 기도문은 의미심장하다. 개인의 구원과 교회의 성숙이 한 사람의 노력으로만 빚어지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한다. 이는 은총의 사건이다. 그러하기에 기도는 성도의 의무나 특권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삶의 태도일 수밖에 없다. 교회가 교회되려는 노력의 저변에 영적인 요소가 결부되어 있기에, 하나님을 의지하는 일이 그 여정에 반드시 필요함을 다시금 상기시켜 준다.
좋은 안내자가 숲을 함께 걸어가며, 안내해 준다면, 그 길을 걷는 자에겐 큰 유익이다. 넓게는 하나님의 구원의 숲, 좁게는 에베소서의 숲을 걸어갈 때, 그 길을 탐구하고 먼저 걸었던 신앙의 사람의 안내와 설명을 듣는다면, 그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앞을 향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존 스토트의 ‘에베소서 강해’는 좋은 안내자의 설명과 인도 속에 에베소서라는 숲의 길을 걷는 경험을 누리게 해주는 책이었다. 그 속에서 하나님의 구원과 새로운 사회를 마주할 수 있게 해주었다.
정승환 목사 (한우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