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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4]
 
 
 
     
 
 
 
작성일 : 22-06-13 00:18
   
거시기 머시기
 글쓴이 : dangdang
조회 : 4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7678 [143]



​거시기 머시기


<거시기 머시기>, 이어령, 김영사, 2022

 

2001년으로 기억된다. 다니던 회사 일을 하면서 이어령 선생을 만나 뵈었다. 당시 중앙일보 고문으로 계셨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어령 선생께 한국의 문화적 특징에 대하여 여쭈었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중 Dynamic이란 단어를 선생께 여러 차례 들었던 것 같았다. 선생은 향년 89세로 2022년 2월 26일에 별세하셨다. 언론에선 현존하는 위대한 한국의 지성으로 평가하였다. 어떤 평가이든 나에겐 위와 같은 특별한 기억이 있어 선생 작품을 기억하게 되었다. ‘축소지향의 일본인’과 ‘젊음의 탄생’ 그리고 ‘디지로그’ 세 권의 책을 읽고 한국인과 일본인의 차이를 그리고 젊음은 무엇이며 젊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돌아 가신 후 새로이 출간하신 책을 읽어 보아야 하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거시기 머시기’, 책 제목이 재미있어 읽게 되었다. 그의 간단한 약력을 살펴보면, 1934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하여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서울대 재학 시절 〈이상론〉으로 문단의 주목을 끌었고 곧 기성 문단을 비판하는 〈우상의 파괴〉로 데뷔한 이래 서울신문을 시작으로 한국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 등의 논설위원을 맡으면서 논객으로 활약했다. 1966년 이화여자대학교 문리대학 교수로 시작해 30년 넘게 교단에 섰으며, 1988년 서울올림픽 개폐회식 행사를 총괄 기획해 ‘벽을 넘어서’라는 슬로건과 굴렁쇠 소년으로 전 세계에 한국을 각인시켰다. 1990년 초대 문화부장관으로 재임하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과 국립국어원 발족을 추진했다. 2021년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축소지향의 일본인》 《디지로그》 《지성에서 영성으로》 《생명이 자본이다》 등 160여 권의 저작을 남겼다. 2022년 2월 영면에 들었다. (교보문고에서 발췌) 

 

‘거시기 머시기’라는 책은 일생을 언어의 힘에 대하여 연구해 온 언어적 상상력과 창조의 근원을 담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언어, 그 생각의 뿌리를 엿볼 수 있는 강연 원고와 대담 8편을 모아 놓았다. 선생은 머리말에 ‘거시기 머시기’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그럴 때 우리는 말을 더듬다가 잠시 고향을 생각한다. 그리고 너 나 할 것 없이 친구들과 사투리로 이야기하던 시절을 기억한다. 그 순간 바로 '거시기 머시기'란 말이 나타날 것이다. 더듬던 말이 곤충의 더듬이(촉각)처럼 탐색하기 시작한다. 아무리 애매하고 복잡한 것이라고 해도, 오래된 과거나 먼 미래의 낯선 풍경이라 해도 '거시기'라고 하면 그들은 미리 알고 머리를 끄덕일 것이다. '머시기'라고 하면 말을 듣기도 전에 미소를 지을 것이다. 한쪽은 암시하고 다른 쪽은 짐작한다. 그래서 '거시기와 머시기'는 서로 공유하고 있는 집단 기억에 접속하는 ID이고 비밀번호다.” 중략 “그래서 한국인들은, 특히 전라도 지역의 사람들은 단지 이 두 마디 말만 가지고서도 서로의 복잡한 심정과 신기한 사건들을 교환할 줄 안다.”

 

서양의 문명 또는 과학은 원근법(Perspective)의 발견으로부터 발전되었다고 한다. 원근법이란 멀고 가까움을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고 애매모호를 인정하지 않는 접근 방법이다. 반면 ‘거시기 머시기’는 엉거주춤, 엇비슷과 같이 탈 경계를 보여주는 애매어인과 동시에 언어적 소통과 비언어적 소통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있는 곡예적 언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지금 우리가 AI시대에 살고 있지만 이분법적인 해석으로 완전한 소통을 이룰 수 없을 강조한다. 그래서 이 책은 번역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화자의 언어를 통역자/번역자가 정확하게 해석하고 이를 독자/청자에게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재해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소통의 경계를 없애기 위해 우리는 ‘거시기 머시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파하고 있다.  이제 그의 ‘거시기 머시기’적인 사고를 두 가지 강연을 통해 소개할까 한다. 

 

헴록을 마신 뒤에 우리는 무엇을 말해야 하나(2001년9월 이화여자대학교 고별 강연에서). 언어의 이중성에 대하여 설명할 때 우리 모두 다 알고 있는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예를 들었다. 이 시는 이별가이며 슬픈 내용을 담고 있고 우리는 배웠다. 그러나 산문의 언어가 모노세믹(monosemic, 단일 기호)라면, 시의 언어인 ‘진달래꽃’은 구조적으로 폴리세믹(polysemic, 복합기호)라는 것이다. 그래서 사물을 흑백으로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회색존(gray zone)이 있고 회색 존으로부터 새로운 의미를 창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가위의 역할의 예를 들었다. "보자기는 주먹을 이기고 주먹은 가위를 이깁니다. 거꾸로, 가위는 주먹을 이긴 보자기를 이깁니다. '가위바위보'에는 관계만이 있을 뿐 그 어떤 것도 정상에 선 절대적인 승자는 될 수 없습니다." 

 

가위바위보는 동양에서 서양으로 건너간 거의 유일한 놀이이다. 최루탄과 대자보가 흑백이란 관점으로 진행되는 학원가에는 흑백 아니고는 아무것도 존재할 수 있는 존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 회색이 존재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회색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회색이 존재해야 역발상이 가능해 지고 최루탄과 대자보의 극한 대치는 없어지고 새로운 방향과 해결점이 모색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진달래꽃’에서 ‘죽음’ 통해 ‘생’을 말하는 역발상이 나오게 되었고, “슬퍼 죽겠다”, “좋아 죽겠다”라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 이런 표현은 우리 한국인의 저변에 깔려있는 표현 방법이다. 그래서 회색의 역할과 회색이 역발상을 일으키고 창조를 만들게 한다는데 공감하고 하고 현대 정치라는 측면에서 양당제(현재는 다당제이지만 현실적으론 양당제)가 아닌 실질적 다당제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도 해보게 되고 이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디지털 시대, 왜 책인가(2013년7월, 제20회 도쿄국제도서전 특별대담, 대담자: 이어령+다치바나 다카시). 선생은 초등학교를 가기 전 어렸을 때 천자문을 한 달 만에 뗐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또 하나의 천재인 양주동 선생은 3주 만에 떼었다고 한다. 천자문을 얼마나 빠르게 습득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몸으로 배운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제목을 알 수 없는 책. 즉 엄마 배 속에서부터 배운 근원적인 책. 우리가 기억할 수 없는 책. 이런 책을 선생은 디지털 세계와 연결하고 싶어 하였고 그의 평생 화두로 삼았다. 그가 초등학교를 갔을 때는 천자문도 아니고, 엄마와 같이 사용하던 한글도 아닌 일본어 이었다. 지금 한국에 사는 모든 사람(80대 중반 이후를 제외한)은 모국어를 사용하는데 제약을 받은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므로 한국과 일본 관계, 지식인의 연대, 전자책을 만드는데 앞의 문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그 중 교과서를 디지털화 하는 것이다. ‘글’이란 암벽과 같이 딱딱한 것을 어원으로 하고 있다.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긁다, 그리움, 그림 전부 글에서 나온 것이다. 책은 글이다. 말과 다르다. 말은 날아가 버리는 것이다. 사랑의 말은 날라 가지만 사랑하는 이에 대한 그리운 마음에 흔적을 남긴다. 

 

“이것을 가장 극적으로 말한 삶이 바올이다. ‘이것은 먹으로 된 글씨가 아니요. 석판에 새긴 글씨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 내 마음에 쓴 흔적이다.’ 일본에서 책을 '혼(本)'이라고 합니다. 같은 한자를 쓰는데 일본은 '혼'이고 우리는 '책(冊)'이라 한다. 자기 남편을 서방(書房)이라 하는데, 책방(冊房)이라는 뜻입니다. 세상에, 남편을 책방이라고, 서점이라고 부르는 민족은 한국인밖에 없을 겁니다. 한옥에는 흔히 물고기 세 마리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어魚’와 '여(餘)'는 통하는 글자입니다. 삼어(三漁)는 삼여(三餘)와 통하고 삼여는 비 오는 날, 겨울, 밤을 뜻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세 가지 여유는 있다는 뜻입니다. 어렸을 땐 그냥 물고기 세 마리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비 오는 날, 밤, 겨울이 되면 반드시 여가가 있으니 책을 읽으라는 가르침이었던 것입니다.“ “중국에서 책은 '서(書)'입니다. 한·중·일 세 나라 사람이 책을 한자로 썼을 때 세 나라가 다 다릅니다. 앞으로 이 세 가지 다양성이 묶이면 아주 흥미로운 일이 벌어질 겁니다. 한국에서는 '공부' 하면 'study'를 뜻합니다. 중국어로는 '시간 있느냐?' '여유 있느냐?'라는 뜻입니다. 희랍어의 'skole'과 같습니다. 여유, 시간, 휴가를 뜻합니다. 일본어로는 아이디어를 말합니다. 세 나라 말을 합치면 기가 막힙니다. 여가가 있어야 공부하고 공부하면 아이디어가 생깁니다.“ 

 

이런 혼합의 사고는 그 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이런 방법으로 ‘디지로그’라는 책을 만들었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실제 제목도 없지만) 엄마 자궁 속에서 배운 근원적 지식과 태어나서 배운 지식의 혼합을, 디지털로 표현할 수 없는 아날로그를 ‘디지로그’로 풀어내려는 그의 시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생각하고 언제나 지지하고 동참하고픈 주제이다. 

 

선생은 기호학자이면서 번역 전문가였다. 그는 88 서울 올림픽을 개막식을 연출하면서 ‘벽을 넘어서’라는 주제를 정하였다. 미국과 러시아 냉전 시대에 의해 두 번의 올림픽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었던 상황과, 남북 분단, 그리고 각국 간의 벽을 허물고자 ‘벽을 넘어서’이란 주제를 선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벽’을 wall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었지만 영어 총감독이 barrier라는 추상적 단어를 사용하자고 주장해서 이를 막지 못해 매우 아쉬움을 표현하였다고 한다. ‘Wall을 넘어서’와 ‘Barrier를 넘어서’인데. 그는 wall이라고 함으로써 베를린 장벽이 무너짐을 연상시키고 남북의 벽이 무너질 것을 기대하는 배경이 있었던 것이다. 그만큼 언어를 이해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너무나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세대의 차이에 따라 쓰는 단어가 다르다. 국가 간 언어에서도 다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노벨 문학상이 배출되지 못한다고 한다. 

 

“이해력과 상상력을 끌어올리는 단 두 마디 거시기 머시기의 마법부터 죽음을 통해 생을 말하는 모순과 역설의 미학, 소통 불가능한 세계를 지배하려는 번역의 욕망, 그리고 디지털 시대 집단 기억 장치로서 영원히 남을 책이라는 보물까지. 시인, 소설가, 평론가, 기호학자, 문화기획자, 교육자, 장관으로 종횡무진 활약하며 지의 최전선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온 이어령 80년 인생을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 '언어'에 대한 탐구.”라고 서평에 기록되어 있다. 

 

‘거시지 머시기’적 이해가 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완전한 소통이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이 시대에 신기술이 발달되어도 ‘거시지 머시기’는 그 중요성이 커 갈 것이다. 과학을 대변하는 신기술은 모든 세상을 바꾸어 가고 있다. 빅데이터, AI, 메타버스 등 여러 미래에 대한 변화 즉 디지털이 이끌어 가고, 가려는 세상에 대하여 전편 독후감에서 저자의 생각 그리고 그 책을 읽은 나의 생각을 피력하였다. 디지털이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지만 그 미래는 꽃길만 있지 않다. 불안도 있다. 종교는 과학을 대신할 수 없다. 그러나 과학이 못하는 그 무엇이 있다. 왜냐 탄생과 죽음 때문일 것이다.  ‘거시지 머시기’를 통해 우리의 불안한 미래는 좀 더 완화되고 편안해 지며 높은 곳으로 승화될 것이다. 죽음을 앞둔 그를 더 이해하기 위해 최근에 출간된 ‘메멘토 모리’라는 책을 읽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종일 대표 ((주) 비앤에이치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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