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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2-05-17 01:08
   
조용한 희망에서 읽는 희망을 놓치지 않는 법
 글쓴이 : dangdang
조회 : 12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7509 [120]


 

조용한 희망에서 읽는 희망을 놓치지 않는 법

 

<조용한 희망>, 스테퍼니 랜드, 문학동네, 2020

 

당신이 현재 20대 중반의 싱글맘으로 3살도 안된 아이를 키우고 있으며, 직업은 청소부로 최저시급을 받고 있다면? 아이는 정부 보조로 겨우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지만, 그곳은 시에서 운영하는 저소득층 아이들이 오는 곳이라 아이를 맡기고 돌보기에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아이와 함께 지내는 낡고 낡은 집은 곳곳에 곰팡이가 가득하여 아이는 4계절 내내 비염과 알러지를 달고 살아야 한다면? 일찌기 나와 아이를 폭행하여 길거리로 내쫓다시피 했던 아이 아빠와 지난한 양육권 다툼을 벌여 양육권을 받긴 했지만, 그 아빠는 호시탐탐 나의 잘못을 엿보며 아이를 다시 데려가려고 한다면? 진통제조차 마음 놓고 살 돈이 부족하여, 아껴 먹으며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청소하러 간 집에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더러운 변기를 만난다면? 정부에서 지원해준 식료품 카드로 마트에서 식료품을 계산하고 있을 때 내 뒤에 서 있던 노부부가 “우리에게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요”라며 선심쓰듯 말을 건넨다면? 

 

<조용한 희망>이라는 책에 나오는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소설은 아니고 바로 오늘 우리와 동시대를 살고있는 미국의 한 싱글맘의 자서전적인 이야기를 펴낸 에세이로, 제목은 <조용한 희망>이다. 그야말로 주인공 스테파니의 생존의 기록이다. 저자 스테파니는 남자 친구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지만 결혼은 하지 못했고, 남자 친구와 함께 살면서 폭언과 폭행을 견디다 못해 그 집을 아이와 함께 탈출하듯이 뛰쳐나왔다. 그들이 갈 수 있는 곳이라고는 노숙자 쉼터 밖에 없었다. 정해진 기간 동안 노숙자 쉼터를 거쳐 아주 작은 아파트를 거쳐, 새 남자 친구의 집에서 거의 직원으로 일하면서도 제대로 된 월급 한번 받지 못했다. 그리고 그 집에서 일방적으로 쫓겨난 그녀는 다시 아이를 데리고 곰팡이 천지이며 난방과 냉방이 되지 않은 낡은 아파트로 들어가지만, 그곳의 월세마저 그녀에게는 너무 버겁다. 

 

어린 시절부터 꿈꾸었던 작가의 꿈과 대학을 포기하고 아이를 낳은 그녀의 삶은 너무나 고단했다. 청소부로 몸이 부서져라 일했지만 언제나 그 일자리마저 잃을까 전전긍긍하며, 정부에서 제공되는 식료품 카드로 살 수 있는 값싼 식품조차 아이를 넉넉히 먹이기엔 부족했다. 아픈 아이를 돌보는 것도, 이제 겨우 서른도 되지 않은 자신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이도 오로지 자신이었다. 그녀는 그 와중에도 대학 수업을 들으면서 내 삶이 여기서 끝나진 않으리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미국이든 우리 나라든 싱글맘으로 살아간다는 건 나로선 상상조차 안되는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내 한 몸 지키고 살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그 어린 생명을 제대로 돌보고 키우며 살 수 있는지.. 더구나 그녀에게는 그녀를 돌봐줄 친정엄마나 아빠도 없었고, 전 남편은 폭력적인 사람이었다. 오로지 혼자서 모든 걸 해내야 했다. 어느날 청소하러 간 집에서 눈물을 흘리던 그녀는 숨이 가빠지며 눈물을 멈출 수 없고 마치 가슴이 터져버릴 듯한 경험을 한다. 당연히 그렇겠지. 어떻게 그렇지 않을 수가 있겠나..

 

​복지제도라는 건 그 나라나 이 나라나 언제나 그 당사자들에게 “네가 이게 꼭 필요한 만큼의 가난을 증명해봐”라고 요구한다. 가난하면 자존심도 없고, 희망도 없는 줄 안다. 언제나 내가 많이 증명한 가난의 무게만큼만 나에게 혜택을 주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넌 내 세금으로 그런 혜택을 입으니까 당연히 고마워해야 해. 하지만 난 점잖고 양식 있으니 너에게 그런 고마움의 인사는 받지 않을께”라고 말한다. 얼마나 비열한가. 

 

미국이라는 사회는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금융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최소한의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들은 일을 하지 않아서 가난한거니 그의 책임인거다. 하지만 일을 하지 않아서 꼭 가난한 건 아니다. 가난은 참 벗어나기 어려운 아주 두꺼운 쇠사슬 같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겨우 최저시급밖에 받을 수 없는 이들이 살아가기에는 음식값도, 주거비도 너무 비싸다. 단돈 몇 달러, 몇 만 원으로 어떡하든 이번 달을 버텨내야 하는 참담하고 불안한 시절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아무리 아무리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같은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희망을 가지기 어려운지도 모른다. 결국 지치고 포기하게 되니. 처음부터 희망 같은건 사치라고 말하고 싶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스테파니는 그래도 꾸역꾸역 희망을 가졌다. 그 희망은 그래도 나는 나아질 것이고 내 인생을 청소부로 마감하지는 않을 것이고, 딸과 함께 잘 살아갈 것이라는 희망. 그래서 그 지친 몸을 이끌고도 끝끝내 대학 공부를 끝내고 좀더 나은 직장과 삶으로 나아가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녀의 삶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는 이 책에서 다 말하고 있지 않아서 어떤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가 품었더 희망과 그에 따른 노력이 그녀를 배신하진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희망은 개인만이 가진다고 해서 되는 일은 아니다. 내가 희망을 가지고 걸어가면, 이 사회가 그걸 같이 응원해주고 받아 주고 내 희망에 다른 희망을 보태어줄 것이라는 그 희망이 더해져야 한다. 우리 사회든 미국 사회든 개인에게서 그런 사회적 응원과 제도적 뒷받침으로서의 희망은 제거해버린 채, 모든 것을 개인에게 책임 묻고, “네가 더 노력하면 나아져, 그러니 희망을 가지고 계속 살아가봐”라고 말하는건 너무나 가혹하다. 사회가 개인이 희망을 가지고 걸어갈 수 있는 단단한 안전망이 되어주어야만 한다. 

 

<조용한 희망> 스테파니가 희망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던건 강력한 개인의 의지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모든 이가 그렇게 강력한 희망의 의지를 가지기는 어렵다. 실패하거나 놓쳐버리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때 그들에게도 조금 기다릴테니 같이 가자고 말하는 사회였으면 좋겠다. 모두가 어려운 한 해를 건너고 있다. 희망이라는 말이 어떤 이들에게는 사치일만큼. 

 

그러나 희망을 갖는 법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희망을 놓치지 않는 법을 서로에게 어깨 기대며 알려주는 우리였으면 좋겠다.

 

권미주 목사 (희망나무 심리상담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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