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세스 이코노미
<프로세스 이코노미>, 오바라 가즈히로, 김용섭(해제), 이정미 옮김, 인플루엔셜, 2022
저자는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아이티 비평가다. 이전에는 다양한 기업들에서 새로운 사업을 제안하는 프로젝트를 여러 차례 성공시켰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오늘의 책을 출간하며 ‘프로세스 이코노미’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한다.
저자는 물건만 좋다고 팔리는 시대는 지났다고 선언한다. 아무리 혁신적인 상품을 내놓아도 비슷한 품질에 더 저렴한 가격의 후발주자들이 발 빠르게 따라잡는다며 질 좋은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배워온 우리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을까 질문한다.
5만 원 대 프로스펙스의 농구화와 몇 백만 원을 호가하는 나이키 농구화에 질적인 차이는 사실상 거의 없고 오히려 프로스펙스가 더 좋을 수도 있다고 한다. 다만 같은 농구화라도 이를 만드는 과정과 그에 얽힌 스토리가 격차를 벌린다는 것이다.
“중소기획사에 출신에 불과한 BTS는 어떻게 글로벌 아이돌이 되었고, 샤오미는 어떻게 삼성과 애플 사이에서 살아남았으며, 70년 전통의 곰표는 어떻게 1020세대의 픽이 되었을까?” 물으며 이제는 아웃풋, 즉 결과가 아니라 프로세스, 과정이 가치를 만든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1장에서 왜 프로세스인가에 대한 논의를 진행시키며 그 전제로 욕망하지 않는 세대들의 등장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여러 가지 사례, 특히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2장에서는 사람들이 언제 과정과 스토리에 공감하게 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공감의 메카니즘, 감정에 호소하는 이야기들, 마음을 사로잡는 시그니처 스토리 등을 언급하며 인간의 궁극적인 욕망이 무엇인지에 대해 탐구해 간다.
3장에서는 정담을 버릴 때 얻을 수 있는 통찰력을 언급하고, 4-5장에서는 프로세스 이코노미를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안들과 커뮤니티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하며 BTS가 세계 시장을 석권한 이유에 대하여 면밀히 분석하여 제시한다.
6-7장에서는 프로세스에만 집중하게 될 때 당할 수 있는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며 확고한 자기만의 기준을 세우고 거기에 집중해야 하며, 좋은 아웃풋을 기본적으로 갖출 것과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직시하고 이상에 치우치지 않아야 함을 강조한다.
종교인의 입장에서 저자의 이야기에 주목하는 것은 그가 프로세스 이코노미를 최고로 잘 실천하고 있는 곳이 종교라며 종교에서 배우라고 강조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저자는 욕망하지 않는 세대의 등장과 더불어 종교를 대신하는 브랜드들에 대해서 언급도 한다.
저자의 입장에서 종교만큼 과정을 중요시 하고 과정에서의 가치와 스토리를 찾아내는 곳이 없다고 하는 것은, 종교 자체가 결과 중심이기보다 과정 중심이기 때문인데, 저자는 바로 이점에서 지혜와 통찰력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요즘 새로운 세대들이 종교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걱정하며 종교의 어두운 미래 전장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저자의 관점으로 볼 때 종교의 전망은 그리 어둡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종교가 공감과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면.
신태하 목사 (보문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