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말 어감사전
<우리말 어감사전>, 안상순, 유유, 2021
예전에 인기 있었던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서 '애정남이라는 인기코너가 있었다. '애매한 걸 정리해주는 남자'의 줄인 말이었는데, 말 그대로 애매한 걸 명쾌하게 정리해 새로운 깨달음을 줬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뚱뚱한 것과 통통한 것의 차이이다. 그 차이는 서 있을 때, 배가 나온 건 뚱뚱한 것, 앉아 있을 때 배가 나온 건 통통한 것이라는 거다. 그 얘기를 듣고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 기억이 있는데, 우리가 쓰는 언어에도 그런 애매한 말들이 많다. 비슷하지만 사실은 다른 단어들, 이번에는 그런 애매한 언어를 정리해주는 책 하나를 소개하려고 한다. '우리말 어감사전'이다.
저자인 안상순은 30년 넘도록 사전을 만든 사람. 모든 말은 소중한 우리말 자원이자 한 시대의 문화와 사유가 응축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가능한 많은 어휘를 채집하고자 노력했고 방치된 말을 부지런히 찾아 풀이를 붙였다. 그럼에도 사전 편찬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미완성의 작업이라고 느낀다. 금성출판사 사전팀장으로 일하며 1989년 국어연구소(현 국립국어원)의 어문규정 개정 후 그 내용을 바로 반영해 출간한 <금성판 국어대사전>(1991)의 총괄책임을 맡았고, 이후 <표준국어대사전> 정보 보완 심의 위원, 국립국어원 말다듬기 위원, 문화체육관광부 국어심의회 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데스크국어사전>, <뉴에이스국어사전>, <콘사이스국어사전>, <뉴에이스문장사전> 등의 편찬에 참여했다. (http://www.yes24.com/) 모호한 '감'으로 익힌 한국어에서 단단한 '앎'에 기반한 한국어로의 전환을 위해 이 책을 저술하였다.
우리들은 가치(價値) 있는 일을 하고 있을까? 값어치 있는 일을 하고 있을까? 둘의 차이가 느껴지는지? 가치나 값어치 모두 어떤 것의 쓸모 또는 유용성을 말한다. 하지만 가치는 값어치가 담지 못하는 그 이상의 어떤 의미를 갖고 있다. 세상에는 그 자체로 의미 있고 소중한 것이 있다. 어떤 용도로 쓰이지 않아,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을지라도 그 자체로 빛나고 귀한 것들이다. 이런 것을 의미하는 말이 바로 '가치'인데, 이럴 때 가치는 어떤 것을 참되고 의미 있게 만드는 것'으로 규정할 수 있다. 일반적 세상에서 우리들이 하는 일은 값어치 있는 일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우리 인생을 되돌아볼 때 우리가 해 온 일들은 값어치 있을 뿐 아니라 '가치 있는 일이었기를 바란다.
단념(斷念), 포기(抛棄), 체념(諦念)도 서로 비슷한 말이다. 단념의 단은 끊을 단(斷)이다. 생각을 끊는다는 뜻이니까 하려던 일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는 것이다. 생각을 그만두는 것을 말한다. 포기(抛棄)는 던질 포(抛), 버릴 기(棄)다. 던지고 버린다는 뜻이다. 하던 일이나 하고자 했던 일을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포기의 핵심은 행동이다. 행동을 그만두는 것이 포기이다. 사업을 포기한다는 건 마음먹는 게 아니라 실제 사업을 그만두는 것이다. 그렇다면 체념은 무엇일까? 체념의 체는 살필 체(諦)이다. 살핀 후 그만둔다는 의미일 것이다. 단념이나 포기처럼 무언가를 그만두는 것이지만 그러기까지 살피는 시간이 필요하다. 미묘하지만 뉘앙스는 확실히 다르다.
우리는 모두 부모님을 존경하는지? 공경하는지? 존경(尊敬), 존중(尊重), 공경(恭敬)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존경은 어떤 사람을 훌륭하다고 여기어 그를 따르거나 닮으려고 하는 것이다. 전제조건은 상대에 대한 감동이다. 이상한 사람은 존경하지 않는다. 존경은 강요할 수 없다. 존경은 획득하는 것이다. 반면 공경은 예를 갖추어 윗사람을 섬기는 것이다. 흔히 웃어른을 공경한다고 한다. 이는 모든 어른에게 해당하는 것이다. 존경과 비슷해 보이나 존경처럼 상대가 반드시 인격적으로 훌륭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면 존중은 뭐가 다를까? 존중은 어떤 대상을 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그를 하나의 인격체로서 받아들인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자존감과 자존심은 어떨까? 많은 사람에게 물어보는데 명쾌하고 답하기는 쉽지 않는다.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르다. 자존심은 남에게 굽히지 않고 자신의 품위나 위신을 지키려는 마음이다. 긍정과 부정이 다 들어있다. 근데 시선이 밖을 향한다. 남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민감하다. 자존심과 자존감의 가장 큰 차이는 시선의 방향이다. 자존감은 자존심과 달리 시선이 안을 향하는 것이다. 스스로 어떻게 보는지가 중요하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남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는다. 자존심이 잘 상하지 않는다. 반대로 자존감이 낮으면 자존심을 많이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자존심을 세우기보다는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공부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공부는 명료함의 추구이다. 애매모호함을 벗어나 명료함을 향해가는 것이 공부이다. 근데 명료함은 언어에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에 예민해야 한다. 자주 쓰는 단어를 재정의하고, 애매한 것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말을 애매하게 한다는 건 반투명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는 것과 같다. 쓰는 사람도 헷갈리지만 듣는 사람은 더 헷갈린다. 일반인이야 그럴 수 있지만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그러면 곤란하다. 이 책이 명료함 추구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감사하다'와 '고맙다'가 있다. 이에 대한 저자의 전체적 생각이 담은 내용을 그래로 소개하면서 독후감을 끝내고자 한다.
감사하다'와 '고맙다'는 남의 도움이나 배려에 기쁨을 느끼거나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둘의 뜻이 아주 비슷하여 별다른 구별 없이 사용한다. 그런데 종종 둘을 비교하는 자리에서 논의가 편협하게 흘러갈 때가 있다. 열정적인 우리말 지킴이 가운데 간혹 한자어를 배척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는데, 그들은 한자어를 고유어를 위축시키고 피폐시키는 해악으로 여긴다. '강江'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