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 살림 80가지
<환경 살림 80가지>, 유미호 · 이인미 지음,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기획, 신앙과지성사 펴냄, 2022
- '뜻밖의'가 아니라 '뜻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여야
- 정말 지구온난화를 멈추고 싶은가? 육식을 멈추자!
- 반지의 날을 아세요?
- 비닐봉지 대신 종이봉투를 쓰면 괜찮을까?
- 옛날 옛날에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가 '있었'어요
- 핵 없는 세상을 위한 재판, 그리고 재판에 대한 기억
-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에 대한 우리 모습은
- '성취중심'과 '생명중심' 사이에서
<환경 살림 80가지> 이야기들 중 일부다. 여든 가지인 이유는 특별한 당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의미라면 기독교 전통이 늘 상서롭게 여기는 마흔을 두 번 겹쳐놓으면 여든이다. 또 최근 자주 언급되는 기후위기 임계점 2030년이 올해 2022년부터 헤아리면 꼭 8년 남았다. 이 책은 어떻게든 숫자 8을 환기하고자 했다. 숫자 8을 품은 여든을 선택한 건 ‘사방팔방(四方八方)’ 방방곡곡을 연상할 수 있기를 바랬다. 할 수 있는 만큼 환경 살림 주제 범위 안에서 구석구석을 가능한 한 골고루 다루고자 노력했다고 할까. 마침내는, 21세기 한국인 평균수명을 고려해 여든 살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한 번 이상 생각하면 좋을 만한 환경 관련 이야깃거리들을 제안하는 책이라는 의미까지 숫자 여든에 걸어두었다.
그래서 이 책엔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다. 하나의 주제를 담은 글 한 편이 끝날 때마다 '나(읽는이)의 물음'을 쓰는 공백이 있다. 일반적으로 책은 읽는이에게 질문을 한다. 글쓴이가 읽는이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생각할 주제를 제공하는) 셈이다. 각종 입시용 참고서나 문제집은 아예 드러내놓고 글쓴이가 읽는이에게 질문을 하고 응답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편집된다. 그러나 <환경 살림 80가지>는 그 반대다. 읽는이가 스스로 질문을 만들도록 요청하고 있다.
살다 보면 머릿속에 온갖 물음들이 어지럽게 떠다닐 때가 참 많다. 여러 물음들이 얽히고설켜 정작 뭐가 제일 궁금한지 혼란스러운 지경에도 빠지고, 시간이 흐르며 궁금증 자체를 잊기도 한다. 그래서 머릿속 물음들을 그때그때 문장으로 만드는 '작문'을 해보는 습관을 지니는 게 유익하다.
게다가 궁금한 것을 의문형 문장으로 작성해보는 작업은 그 질문에 대답할 사람을 예측하며 상상하는 정신 활동을 동반한다. 즉, 의문형 문장 만들기 자체가 소통 훈련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환경 살림 80가지>는 환경 살림 주제에 관련된 머릿속 수많은 물음들을 의문형 문장으로 직접 써보도록 읽는이들을 자극한다. 그것도 무려 여든 번이나!
그와 같은 자극에 대해 이 책 읽는이들께서 적극 반응하면 참 좋겠다는 마음이다. 그러므로 어떤 점에선 <환경 살림 80가지>를 '미완의 책'으로 불러도 좋다. 글쓴이들이 책을 쓰다 말았다는 의미에서 미완의 책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질문을 추가하면서 읽는이들마다 그리고 집집마다 조금씩 다른 색깔과 내용으로 이 책을 최종적으로 완성해간다는 의미에서….
이렇게 80가지 환경 살림 이야기를 읽으면 이야기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삶으로 살아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우선은 홀로 곱씹으며 읽되, 기후위기 시대에 자신이 걸어가고 있는 길을 살피며 읽어보자. 누군가 함께 읽도록 선물하고, 둘셋이 모여 함께 읽는다면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비추어볼 수도 있다. 함께 읽고 나누는 가운데 다양한 기후행동을 전개하는 살림의 공동체로 거듭나게도 할 것이다. 여든 가지 살림 이야기를 한 번에 훅 하고 읽어버리기보다 곁에 두고 하나씩 꺼내어 읽으며 떠오르는 질문을 적어두고 계속 삶을 성찰한다면 더 나은 사회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창조세계 회복을 꿈꾸는 교회(기관, 학교, 직장, 마을) 소모임에서 읽히길 기대한다. 소모임 교육교재로 활용될 때 여든 가지 이야기가 꽃으로 피어나 수많은 씨앗으로 퍼져나가게 할 수 있다. 공부할 때는 이 책의 주제대로 음식과 물, 공기와 같이 우리에게 ‘들어오는 것들’, 각종 쓰레기 등과 같은 우리로부터 ‘나가는 것들’, 기후, 에너지, 교통과 같이 우리를 ‘둘러싼 것들’, 그밖에 우리에게 ‘귀한 것들’을 차례대로 살피면 좋은데, 그로써 2030년까지 날마다 새로워지게 되길 바란다.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