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과 사유의 조화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장석주, 을유문화사, 2019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들 중에는 무엇이 있는가? 오늘날 행복에 대해서 말하고자 하면 은근히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만큼 우리의 삶과 행복이 떨어져 있다는 말이다. 언젠가부터 행복의 기준은 상대적이기에, 그리고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고 돈의 유무에 달리지 않았기에 언제든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이 자기 합리화로 변해버렸다. 아마 많은 이유 중의 하나는 결국 돈이 아닌 다른 것을 보고, 많이 소유하는 게 행복의 길이 아니라는 위로의 말들이 기만이라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무튼 삶에는 행복이 필요하고 행복은 여전히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그리고 누구나 알 듯이 사유의 방법은 인문학과 연관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책은 삶과 인문학의 연결을 맛보게 해준다. 인간은 사유의 동물이다. 한나 아렌트의 유명한 말처럼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지점이다.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게 된다면 우리는 선택의 순간에서 큰 실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책은 작가의 삶을 엿보면서도 그와 동시에 작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인문학적인 교양을 볼 수 있다. 근데 그 두 가지가 서로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삶에서 보고 체험한 것을 인문학적인 내용으로 적용하거나, 해석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따라서 행복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어떤 해석이 옳고 그르다는 것은 없다. 하지만 단순히 소유하는 것만이 행복의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기준이 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은 너무나도 많이 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기분 좋다면 우리는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 무언가 맛있는 것을 먹을 때 누군가 떠오른다면 그 순간은 행복하다. 이렇게 행복에 대해서 다양한 관점을 가지게 된다면 행복은 수많은 방향에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행복은 가까이 있다.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넣을 수 없는 비물질적인 것들을 신뢰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에 대한 사유는 우리가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하다.
희망이 필요한 시대 속에서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은 생각보다 많이 있다. 다만 다들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현실적인 면에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수는 있다. 그러나 현실이 너무나도 어렵고 상황이 힘들다고 해서 행복과 희망 자체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행복의 순서는 여전히 돈에 있지 않고, 내가 바라는 세상에 있다.
이번 책은 내가 바라는 세상을 천천히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안내해 준다. 철학자들의 책처럼 어떤 현상과 사상을 논증하지는 않는다. 아마 그것은 이 책의 목표가 아닐 것이다. 책을 보다보면 작가가 일상적으로 즐기는 일들에 행복을 찾아볼 수 있다. 그거는 정말 단순하다. 쓰기, 보기, 먹기, 듣기 등등 모든 만인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속에서 행복과 동시에 고통도 존재한다. 행복은 행복으로만 존재할 수 없다. 마냥 행복하다는 것은 어딘가 무엇인가 결핍되어 있다는 말과 동일하다. 그런 점에서 행복은 그 반대말이 함께 있어야 표현가능하다. 따라서 우리의 삶은 행복과 동시에 절망도 있는 상태다. 하지만 행복만 바라보며 살 수 없는 것처럼 절망만 삶의 모든 것은 아니다.
이경우(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