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의 홈트레이닝으로서의 책읽기
<정신과 의사의 서재>, 하지현, 인플루엔샬, 2020
요즈음 오은영 박사의 프로그램이 워낙 인기가 많은 거 같다. 많은 사람들이 묻기도 하고, 상담실에 온 사람들 중에는 그런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도 상담을 받아볼까 해서 왔다고 하는 이들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하지현 선생님이 쓴 <정신과 의사의 서재> 라는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은 정신과 의사이면서도 다독가이고 작가이기도 한 그가 자신의 책 읽기에 대해 쓴 책이다. 저자의 책 읽기 시작의 고백 에피소드가 나랑 비슷해서 피식 웃음이 났다. 나도 어린 시절 별 존재감 없는 아이였는데, 어느 날 내가 읽은 책의 내용을 아이들 앞에서 요약해서 들려준 적이 있었다. 아마도 국민학교 2학년쯤. 아이들이 너무 재미있게 들었다. 그리고 다음부터도 나에게 책 읽은 이야기를 해 달라고 했다. 내가 무슨 이야기꾼 할머니도 아닌데... 어쨌든 그러면서 점점 더 나는 많은 책을 읽어야만 할 아이처럼 되었고, 실제로 꽤 많은 책을 읽기도 하고, 책을 좋아하기도 했다.
또 하나 저자가 가진 습관과 닮은 점을 발견해서 기뻤던 점은 여행 갈 때 책을 가져간다는 것이다. 나도 여행을 갈 때 꼭 내 책방을 둘러보거나 아니면 미리 책을 주문해둔다. 기차나 비행기에서 읽을 책, 숙소에서 읽을 책, 여행지를 어슬렁거리다 문득 들어가는 까페에서 읽을 책 등 2, 3권을 챙겨가는 편이다. 주로 소설일 때가 많고, 에세이나 시집 등 책 읽기는 때로 여행에서 아주 좋은 동반자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정신분석에 관하여, 우울에 관하여, 불안에 관하여 등에서 읽을 수 있는 책들을 간략하게 소개해 준 것도 매우 흥미있었다. 늘 궁금했다. 정신과 의사와 심리상담사는 같은 종류의 책들을 읽을까? 상담을 전공하는 사람으로 지은이가 소개해 준 책들은 대부분 읽으면서 매우 마음에 들어 했고, 또 공부에 매우 도움이 되는 책들이기도 했다. 아는 책 이름이 나오니까 반가움도 컸다.
정신과 의사든 심리상담사든 사람의 마음을 듣고, 돌보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 늘 ‘사람’이라는 자체, 그리고 일어나는 현상들에 관해 사람의 마음과 연관 지어 보는 건 일종의 습관처럼 형성된 일인 가보다. 그러니 책들도 그런 종류의 책들을 많이 읽게 되기도 하고, 서평도 그렇게 관련지어서 많이 남기게 된다. 지은이의 깔끔한 소개와 따뜻한 문장이 매우 반가웠다.
정신과 의사의 서재를 읽으면서 내가 읽는 종류의 책들을 대충 분류해보았다. 영성과 관련된 신학, 심리학과 상담학, 인문학, 사회학이 대부분이고 소설과 에세이들이다. 음.. 치우친 읽기임에 분명하다. 과학이나 경제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는 거 같기도 하다. 그래도 젊어서부터 읽지 않아서 그런지 과학이나 경제 관련 책들은 손에 잘 잡히지도 않고 읽히지도 않지만, 이제 조금씩 취미를 붙여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도 든다.
가끔씩 책으로나마 다른 다독가나 작가의 서재를 살펴보는 건 참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이며, 나도 저렇게 책에 묻혀 살고싶다라고 생각했던 내 유년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와 <서재결혼시키기> 이후 (생각해보니 너무 옛날이긴 하다) <정신과 의사의 서재>는 굉장히 오랫 만에 읽은 누군가의 독서 여정에 대한 기록에 관한 책이었고, 반가웠다.
지은이가 서문에 기록한 "시공간을 뛰어넘어 내 정신세계의 코어를 강화하는 독서야말로 내가 매일 할 수 있는 마음의 홈트레이닝이다" 이 문장이 매우 마음에 든다. 자기만의 마음을 다스리는 홈트레이닝들이 있을터인데 나에겐 결국 책읽기와 기도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각인하게 된다.
권미주 목사 (희망나무 심리상담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