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시대의 신앙

<과학시대의 신앙>, 존 호트 지음, 장재호 옮김, 두리반 출판사, 2021

신학교에 막 들어갔을 때, 교회에서 해 오던 성경공부의 연장선으로 조금 더 깊이 공부하는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신학 공부를 시작하면서 전혀 다른 세계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성경공부나 신앙교육과는 꽤 거리가 먼 학문적으로 하나님에게 다가가는 신학을 공부해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신앙과 신학, 사실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인데, 처음에는 연결 고리가 전혀 없다고 생각되었습니다. 하지만 신학을 공부할수록 하나님을 더 가까이, 그리고 깊이 알아가는 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조지타운 대학교의 명예교수인 존 호트는 과학과 종교의 대화에 관한 20여 권의 책을 저술했습니다. 그 중 <과학시대의 신앙>에서는 이전에 그가 쓴 <과학과 종교, 상생의 길을 가다>(구자현 역, 들녘 출판사, 2003)에서 다룬 것들의 주제에 ‘기적’, ‘지능’, ‘사후세계’, ‘외계인’의 주제를 더했습니다(머리말). 저자가 이야기하는 ‘종교’(신앙)는 아브라함 전통의 종교들, 즉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와 관계된 인격적인 신을 믿는 종교적 믿음을 전제로 합니다. 

특히 저자는 본 책에서 ‘종교’라는 모호한 개념보다 ‘신앙’과 ‘신학’에 초점을 두고, 과학과 신앙이라는 주제로 12개의 질문에 자연과학과 신앙이 서로 배타적이라는 ‘갈등’, 과학과 신앙이 서로 다른 수준의 실재 또는 서로 다른 차원의 실재와 각각 관계를 맺는다는 ‘분리’, 종교적 신앙과 자연과학이 세계를 다른 방식으로 이해한다고 보는 분리 입장에 동의하지만, 신앙과 과학이 필연적으로 상호 소통한다고 보는 ‘대화’의 각각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존 호트는 12개의 주제 가운데 ‘대화’ 입장에서 세계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종교적 신앙의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고, 신학적 관점은 과학적 발견의 의미를 깊게 이해하도록 도울 수 있다고 봅니다. 과학이 발견한 것은 끝이 아니라 더 많은 것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연다는 입장에서 ‘새로운 우주 이야기’와 우연, 자연 선택의 예측 가능성, 충분한 오랜 시간을 포함한 생명의 ‘드라마’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보통 신앙의 창조론과 자연과학의 진화론은 만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존 호트는 다윈의 과학은 생명, 인간 존재, 그리고 하나님에 대한 신앙적 이해에 적합한 지적·영적 틀을 제공하는 새로운 우주 이야기의 핵심 요소(p.77-78)라고 합니다. 그래서 과학은 우리에게 웅장한 새로운 이야기, 즉 진화의 서사와 거대한 우주적 드라마를 선사한다고 말합니다.

처음 이 책을 읽으며 과학적인 지식이 많지 않아 계속 검색을 해야만 했고, 몇 번을 읽은 곳도 있습니다. 저자가 마치 세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이야기를 이어가서 더 그랬습니다. ‘과학과 신학이라면 모를까, 과학과 신앙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물음표를 던지며 책을 읽어 갔습니다.

책을 덮으며 과학이 발견해 놓은 것들 속에서 우리의 신앙을 더욱 단단하게 다져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하나님의 아름다운 감동의 드라마 속에서 우주는 여전히 만들어져 가고 있고, 우주는 보다 더 나은 모습이 될 수 있다는 희망, 그 희망이 바로 ‘우리’라는 것을 확신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오충환 목사(꿈이있는미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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