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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2-03-15 23:48
   
삶과 죽음은 등을 맞대고 있다
 글쓴이 : dangdang
조회 : 9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7149 [126]


 

삶과 죽음은 등을 맞대고 있다


<죽은자의 집 청소> / 김완 지음/ 김영사/ 2020년.

 

오늘 우리 사회에는 참 여러 종류의 문제들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 참 많이 회자되는 문제 중 하나는 고독사에 관한 것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고독사 또한 인간의 존엄을 무참히 짓밟는 어떤 것이다. 누구도 배웅해주지 않는 죽음 앞에서 먹먹함과 슬픔이라는 단어만으로는 표현하기 힘든 어떤 감정들을 떠올리곤 한다. 이 책 <죽은자의 집 청소> 는 고독사로 인해 혼자 죽음을 맞이한 이후, 그들이 살던 집을 청소하고 망자의 유품을 정리하는 등의 일을 하는 특수청소부인 김완 작가가 그려낸 에세이다. 시를 전공했다는 저자의 이력에 걸맞게 나는 이 책의 내용도 좋았지만 문체가 참 좋았다. 요즘 유행하는 글처럼 짧고 간결하지 않지만, 비유와 은유가 섞여 있는 적절히 긴 호흡에, 생을 관조하는 듯한 덤덤하지만 감각적인 문장이 좋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참 소중한 너라서> <행복이 머무는 순간들> <아주, 조금 울었다> <내 마음도 모르면서> 작가가 '캠핑 라이프' 라는 꼭지를 소개할때 등장하는 책 이름이다. 30살 초반의 싱글여성이 자신의 집에 캠핑장 텐트를 쳐놓고는 모든 물건을 정확하고 깔끔하게 정리해두었는데 그녀의 텐트 안에 있던 책들이란다. 이 책 제목을 읽으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이 책을 집 안에 텐트 안에서 홀로 있는 그녀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누군가 그녀의 마음을 알아주고 이해해주었더라면 그녀는 조금은 더 행복이 머무는 순간들을 지내보리라 용기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들이었다. 진하게 아픈 외로움은, 촘촘히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는 듯 보이나, 대부분의 개인이 파편화되고 단절되어진 이 도시에서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외롭고, 훨씬 더 그것을 견뎌내기엔 취약해져가는 상태로 길들여져 가는지도 모르겠다. 

 

알 수는 없으나 너무 착하고 바르게 보였던 어떤 젊은 여성은 자살 직전, 자신의 자살도구까지 분리수거함에 넣어둔채 이 땅에서 이별을 고했다 한다. 남에게 싫은 소리 하지 못하고, 조금만 잘못되어도 내 탓인양, 내가 미안해해야만 하는 것처럼 그렇게 자신에게만 과녁을 맞추고 화살을 돌리는 이들은 결국 자신에게 가장 불친절한 사람이 되어, 그 날카롭고 아픈 바늘을 자기 심장에 꽂곤 한다. 세상은 그런 이에게 평소에 착하다고, 바르다고 헌신적이라고 그렇게 칭찬하였었을까? 그녀는 그것을 감당하기 어려웠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이 비정한 도시에서는 전기가 끊어지면 삶도 끊어지는 것 같다. 작가는 말한다. 이 도시에서 전기를 끊는 행위는 결국 죽어서 해결하라는 무언의 권유 타살은 아닐까? 라고. 나도 동의한다. 그런 방법으로 우리는 다수를 위한 사회와 국가라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번영을 향해 달려왔다고. 그러니 그 속에서 몇몇 사그라질 수 밖에 없는 개인들이야..그저 나약해서일뿐이라고. 어쩌면 고독사와 가난은 친구인지도 모르겠다. 가난해지면 외로워지고, 그렇게 외로워지면 혼자가 되고, 혼자가 되면 죽음에 더욱 가까워지는 시스템. 자본의 힘으로 버텨내고 있는 이 사회는 자본이라는 무지막지한 힘으로 개인의 어깨를 짓누르고 그 무거움을 도저히 견뎌낼 수 없는 개인에게 또 다른 생의 길을 재촉하는 것만 같다. 

 

형이 죽어버린 빈 집을 치우는 사이, 중년의 동생은 그 집을 찾아와 형이 머물던 방에서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렸다. 작가는 그 동생이 울음을 들키지 않을 수 있도록 소리가 나는 청소도구를 사용하여 다른 방을 청소하고 있었다. 어떤 죽음인들 안타깝지 않을 수 없으나, 어떤 사정으로 인해 같이 살 수 없었고, 돌볼 수 없었던 나이 들고 병든 형의 죽음을 잘 정리해주지 못했다는 아픔을 그 동생은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닐까?형이 숨을 거둔 그 현장을 그래도 지켜봐주고 눈물로 잠시나마 머물러준다면, 그 망자의 가는 발걸음은 조금이나마 훠이훠이 가벼울라나..

 

누군가 쓸쓸한 외로움과 더 이상 발견할 희망이 없는 삶의 마지막이 남겨놓은 흔적을, 작가는 애도하며 보내고 있다.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짐과 치울수 없는 쓰레기만 남뎌놓았다고 죽음 이후에도 타박당하는 이들을 위해 작가가 건네주는 아주 나즈막하고 작은 목소리의 위로를 듣는 듯 하였다.​

 

책을 읽으면 삶과 죽음이 등을 맞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살아가고 있는 오늘은 다가오고 있는 죽음을 향해 한발짝 내딛는 일이다. 살려는 강력한 의지는 고무줄처럼 팽팽해서 그걸 어느 순간 툭 놓치게 되면, 그 반대편의 등짝인 죽음으로 그 의지가 돌려지기도 하는 것 같다. 

 

그렇다 할지라도 우리에게 죽음을 선택할 자유와 권리가 허락되었다고 믿지는 않는다. 그것은 죽음으로 인한 신의 벌에 대한 두려움 떄문만은 아니다. 그저 앞으로 보고 걷더라도 등은 늘 나와 붙어 있고, 나의 등을 보고 걸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걷다가 쉬다가 엎어져 울다가 그렇게 뒹굴더라도, 나의 등을 향해 걷지는 말자고 다짐한다. 산다는 것의 의미, 죽는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당연하다. 어떻게 그걸 다 깨우치겠는가? 내 내담자들은 가끔 그걸 알고 싶다고 말한다. 나도 알고 싶다. 우리의 인생 전체가 그걸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러니 답이 없다고 모르겠다고 너무 힘들다고 포기하지는 말자.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때가 되면 어두움은 찾아온다. 그리고 내가 원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자연스러게 그 어두움은 또 새로운 햇살로 인하여 물러난다. 우리의 삶도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권미주 목사 (희망나무 심리상담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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