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타버스 사이언스
<메타버스 사이언스> 김대식, 동아시아사이언스, 2021
구정 연휴가 막 끝나자마자 백화점에 있는 큰 문고를 들렸다. 백화점에서 쇼핑하면서 책을 살수 있어 편하기도 하지만 동내 길거리 서점이 없어져 대단히 아쉽기도 하다. 이것은 도서라는 산업 외에도 다른 산업에도 마찬가지 현상인 것 같다 그 중심에는 온라인 쇼핑이라는 것이 존재하며, 온라인 쇼핑은 비대면이라는 것 때문에 코로나 시대에 더 가속화되고 있다. 온라인은 개인의 속성을 분석하여 추천하는 기술을 갖고 있어 좋은 점도 있지만 문고 즉 서점에 가서 보고 싶은 책을 우연히 발견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다. 김대식의 ‘메타버스 사이언스’는 그런 즐거움을 서점에서 얻게 한 책이다.
‘메타버스 사이언스’는 최근에 회자되고 있는 메타버스란 무엇인가 그리고 메타버스가 어떤 기술적 특성을 갖고 그것이 뇌 즉 인간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아주 쉽게 설명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대식은 뇌과학자이자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뇌과학, 뇌공학, 인공지능으로, 뇌과학의 최신 연구 성과와 인문학 지식을 바탕으로 인류의 과거, 현재, 미래를 성찰해 왔다 .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뇌 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MIT에서 박사후과정을 보냈으며, 일본 이화학연구소 연구원,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조교수, 보스턴대학교 부교수를 역임했다.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 <김대식의 빅퀘스천> 등을 썼다. (교보문고 저자 소개) 나는 특히 저자의 책을 대부분 읽었으며, 그중 기억나는 것은 2016년 3월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우리나라 바둑 천재인 이세돌과 벌인 바둑 이벤트를 보고 난 직후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을 보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기계가 인간의 직업을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창의력을 키우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나 역시 동의하는 바라서 김대식 교수의 책과 강연을 관심을 갖게 되었다.
‘메타버스 사이언스’는 COVID-19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진정한 21세기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는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진정한 21세기는 2000년이 아니고 2020년이라고 주장한다. 진정한 20세기는 1900년이 아니라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이라는 것과 동일한 접근인 것이다. 19세기 유럽은 계몽주의, 인간의 지적 능력은 우수하여 인간이 최고인 양 생각하고 있었다. 19세기 후반부터 벨 에포크(프랑스어: Belle Époque, 아름다운・좋은 시절)이라고 지칭되는 시절이 세20기 초반에도 계속되었다. 그러나 1914년 인간의 가장 처참한 상황까지 몰고 간 전쟁 그리고 스페인 독감 등 그들이 생각했던 이상주의적 생각이 여지없이 무너지게 되는 과정에서 인성의 변화, 새로운 혁신 등이 나타나 20세기가 진정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럼 세21기는 2020년에 시작 되었을까? 저자는 학교의 온라인 강의를 예를 들면서 진정한21세기는 2020년이라 주장한다. 2020년이 되기 10년 전부터도 온라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사람들은 생각해 왔다. 코로나 펜데믹이 오기 전까지 비대면을 할 필요가 없었다. 왜냐면 대면교육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 펜데믹이 온라인 교육을 시작하게 하였고, 각 학교에서 도입할 당시는 기술적 어려움, 시스템 문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혼란스러웠지만 1달 정도 지나니 어느 정도 가능해졌고 지금은 별 문제없이 온라인 강의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2020년부터 2019년까지도 우리는 단지 20세기의 연장선을 경험한 것이 아닐까? 시간이 흘러, 미래의 역사학자들 또한 21세기의 진정한 시작이 2020년부터 시작 되었다고 결론 내릴지 모른다며 그의 주장을 이어간다. 코로나가 진정되면 코로나 전으로 돌아간다고 보지 않으며 이 코로나는 두 가지 큰 트렌드를 이끌어 갈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것은 탈세계화(신냉전)와 탈현실화이다. 이 책은 탈세계화라는 주제보다는 탈현실화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 간단히 탈세계화 트렌드에 대하여서는, 20세기에 세계화를 목격했다면(대우 김우중 회장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이야기가 생각남) 코로나가 지나가는 21세기는 영국의 블랙시트, 트럼프의 당선, 미국과 중국의 주도권 경쟁, 우크라이나 사태 등 점점 국경선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기후 위기, 경제위기는 우리를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점점 세계화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트렌드인 탈현실화는 현실의 문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이다 보니 화성으로 이주를 꿈꾸거나 메타버스(Metabus)라고 불리는 디지털 현실로 도피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메타버스가 얼마나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지 보면, 초기의 사용자들 간의 화장이야기 등 소소한 관심 있는 이야기를 주고받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서로 물건을 주고 팔고 하는 수준까지 진행 되고 있다. 메타버스 안에서 자신만의 게임을 만드는 로블록스(Roblox), 유명 가수가 메타버스 공연장에서 공연하는 포트라이트(Fortnite), 디지털 상에서 부동산을 팔고 사고하는 어스2(Earth 2), 그 밖에 이프랜드(ifland), 제페토 (Gepeto)등 실제 가상의 물건을 경험해보고 사고 팔고 하는 메타버스가 그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이런 현상을 뇌 과학자인 저자는 우리 눈에 보이는 현실은 세상의 진짜 모습이 아니고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은 인풋(Input)이 아니라, 우리 뇌의 해석을 거친 결과물, 즉 아웃풋(Output)이라는 것이다. 그 예로 우리가 본다는 것은 보고 있는 물체에 빛이 반사되어 우리 눈에 들어 빛의 신호를 뇌가 구성해 내는 결과물이 보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눈 망막에 빛이 닿기 전에 눈의 수정체를 거치면서 그물망의 미세혈관을 거치게 된다. 즉 망막에 도달한 빛은 물체로부터 반사된 빛이 아니라 그 빛이 미세혈관이라는 필터를 거친 빛이다. 또한 현실이란 것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현실이 될 수 없듯이 말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세상이 아니라 뇌가 구성한 현실인 것이라는 거다. 결국 현실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생겨난다.
이번엔 기계로 가보자 벌써 수년이 지나 갔지만 알파고와 이세돌 간의 바둑시합이 있었다. 많은 사람의 예상과 달리 알파고가 이겼다. 빅데이터와 딥러닝이라는 기술이 합쳐져 인간이 할수 있는 계산 능력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의 인공지능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인공지능도 개와 고양이, 남녀의 구분을 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것도 점점 가능해 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기계가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 내고 있는 시대가 되었다. 기계가 만든 현실이 그것이다. TV에서 나오는 가상의 가수들이 그 예이다. 따라서 우리가 살아갈 미래는 실제 세계와 가상의 세계가 결합된 다중적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고 이 책은 짐작하고 있고 이미 우리 곁에 도착해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뇌의 인지에 대한 뇌과학과, 인공지능의 알고리즘 발달과정을 매우 간략하게 이 책 안에서 설명하고 있으니 간단한 지식이 필요하면 이 책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새로운 플랫폼으로서 메타버스를 이 책에 마지막 부분에 설명하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은 회사명을 메타버스로 바꾸었다. 그 밖에 많은 여러 회사들이 메타버스를 미래의 혁신의 주체로 생각하고 있다. 인류는 30만년 동안 다양한 현실(모여 살지 않아서)들 안에서 분리되어 지내다가 1만년 전부터 농업혁명이 일어나면서 한 곳에 정착하면서 문명이라는 플랫폼을 만들어 냈다. 1990년대 이후로 인터넷이란 플랫폼이 만들어지고 ‘사이버 현실’이 그 안에 나타나게 되었다. 여기에 2000년대 부터 모바일 인터넷에 만들어진 사이버 현실이 바로 메타버스인 것이다.
투자회사 에필리온코(EpylionCo)의 매튜볼(Matthew Ball)은 메타버스를 구체적으로 정의하는데, 메타버스는 적어도 다음과 조건들을 충족하는데, (1) 물질 세계와 가상현실을 연결한다. (2) 공유되고 지속되는 인터넷 공간을 지니고 있다. (3) 사용자의 경험들이 서로 연결되며, (4) 다른 이들도 접속 가능하다. (5) 경제적인 거래가 가능하고, (6) 몸을 통한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 메타버스는 이보다 더 광범위하고 이것이 플랫폼이라는 점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공간의 제약 없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순간 이동이 가능한 아바타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타트랙에서 나오는 순간 이동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혼재된)은 언제 가능할지 모르며, 기술적으로 아직 어림없다.
저자는 메타버스를 설명하면서 21세기 대항해시대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기계는 한번 만들어 지면 변화하지 않지만 소(프트웨어의 upgrade도 있지만 하드웨어의 한계 때문에) 인간의뇌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그것은 1012개의 신경세포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간의 연결 시냅스(synapse)를 변화하고 늘림으로서 무한한 확장이 가능하다. 마치 우리가 사는 곳과 곳을 연결하는 도로를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영장류와 포유류는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가 있어 그 기간의 경험으로부터 하드웨어인 뇌의 구조가 거의 완성되어 진다. 오리는 태어나자마자 몇 시간, 고양이는 4주~8주, 원숭이는 태어나서 1년까지, 인간은 10년에서 12년까지 경험이 뇌의 구조를 완성해 나간다. (Critical period를 발견한 과학자는 콘라트 로렌츠([Konrad Lorenz] 197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결정적 시기는 오리 연구로부터 발견되었다. 막 태어난 오리는 그 때 같이 있어 보였던 특별한 색의 장화를 자기의 어미인 줄 알고 평생 쫓아다니는 현상이다.
저자는 이런 현상을 지금의 MZ세대에 적용하였다. 베비붐세대=아날로그 중심, X세대=디지털이주민, 밀레니얼세대=디지털유목민, Z세대=디지털원주민으로 구분해 본다면, MZ세대는 디지털이 체화된 세대이다. 특히 Z세대는 오리의 예처럼 디지털공간이 현실과 같은 것이 된다. 그러므로 Z세대 그리고 그 이후 알파세대의 고향은 대한민국이 아니라 인터넷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저자는 ‘메타버스 또는 디지털 현실을 향해 또 한 번의 새롭고 거대한 여정을 떠나게 된 호모사피엔스, 이 여정의 끝에서 우리 인류가 어떤 모습을 가지게 될지, 새로운 장막 너머로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에 대한 낙관과 비관이 뒤얽힌 가운데, 그 장막은 이제 막 열리고 있습니다.’라고 결론짓고 있다.
나는 세계화라는 트렌드 속에 아날로그 세대로서 살아왔다. 최근 아랍, 아프리카 난민, 아프가니스탄 전쟁, 우크라이나 사태, 미국과 중국의 반목 등 탈세계화를 현실로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편치 않다. 내가 이 책뿐만 아니라 IT, BT 기술의 혁명에 관한 책을 읽어 관심을 가져보지만 진정 21세기 디지털에 의한 대항해시대로 진화하는 세상에 살고 싶지는 않은 심정이다. 하는 수 없어 살고 있지만, 스타벅스에서 커피 주문하는 것이 불편하다(다방과 달라). 쿠팡을 통해 물건을 사는 것이 불편하다(환경 파괴라는 측면과 오프라인 매장이 없어져서), 내가 겉으론 디지털 시대를 추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 속은 아날로그 DNA로 되어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든다.
인간은 언제나 더 넓은 시대로 나갔다. 앞서 언급된 대항해시대를 통해 신대륙을 찾으려 했고, 도시화는 문명을 만들었지만 공간 부족으로 아파트라는 집단 거주지를 만들었고 이것도부족하여 우주로 나가려고 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인터넷과 뇌가 만들어 내는 가상공간에 살려고 하고 있다. 이럴 때 대부분의 인간은 이런 트렌드에 맞추어 갈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로. 그럴 때 그 공간에 있는 내가 진짜 난지? 궁극적으론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에 대하여 논의할 때 ‘달을 보지 않으면 달은 없는 것인가?’ 라는 질문을 다른 과학자들에게 하였다. 거꾸로 나는 ‘가상공간에 있는 내 아바타가 보고 있는 태양은 진짜 있는 것인가?’ 나에게 물어보게 된다. 우리는 지금 잘 가고 있는가?
김종일 대표 (주)비앤에이치웍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