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에도 매뉴얼이 있다면?
<인생사용설명서> 유요한 저, 동연, 2021
자, 당신은 새로운 제품이나 물건을 개봉했을 때, 닥치는대로 만져 보고 조작하는 편인가? 아니면, 내부에 친절하게 동봉 되어 있는 ‘사용설명서’부터 꼼꼼히 읽어 보는 편인가? 둘 다 장단은 있다. 쉽게 장비나 제품을 조작할 수 있는 경우, 사용설명서는 너무 뻔해 고리타분하게 여겨진다. 예를 들면, ‘전원을 켠다.’, ‘전자기기를 물에 넣지 않는다.’와 같은 식상한 문구 말이다. 이런 경우, 설명서가 왜 필요하겠는가! 그러나 때론, 설명서를 자세히 읽어보지 않으면 제품을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1)이전에 사용해보지 못한 새로운 제품인 경우, 2)조작법이 복잡해서 사용이 어려운 제품인 경우.
여기, 우리의 구미를 당기는 책이 놓여있다. “인생사용설명서”이다.
우리 모두는 첫 번째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불교도가 아니라면, 이전 생이나, 다음 생을 꿈꿀리 있겠는가? 고로, 모든 인생은 처음으로 자신의 삶을 사용해본다. 가족과의 만남, 입학과 졸업, 취업과 결혼, 출산과 육아, 죽음까지... 처음 접하는 것들 투성이다. 또, 우리 모두에게 인생은 쉽지 않다. 인간이라는 제품의 사용법이 그만큼 복잡하고, 어렵다는 뜻이다. 사는 것이 막연하고, 막막하다. 그렇다면 우리 인생에도 사용설명서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까? 앞길이 막힐 때, 큰 문제를 만났을 때, 관계가 틀어졌을 때, 중요한 결정을 해야할 때마다 들춰볼 수 있는 매뉴얼 말이다. 저자는 그것이 성경이요, 특별히 잠언에 놀라운 지혜가 담겨있다고 말한다.
사실 이 책은, 잠언의 말씀을 52주간 가정에서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묶어놓은 ‘가정예배서’이다. 저자 유요한 목사는 그동안 계속해서 신학적 분석이 아니라, 목회적 관점에서 집필한 성경묵상집을 내놓고 있다. 특히 몇 번에 걸쳐 가정예배서를 내놓았는데, 그것은 말씀을 배우고 가르치는 출발점이 가정이어야 한다는 것과 ‘가정예배가 회복’되면 ‘가정이 회복’된다는 그의 목회철학과 신념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본서는 단연 으뜸이다.
저자는 본서를 열면서, 모든 부모가 자녀의 성공을 꿈꾸지만 그 기준이 지극히 물질적이고, 세속적이라고 꼬집는다. 부모의 끔찍한 사랑은, 자녀의 명문대 입학과 좋은 스펙을 위한 노력으로 표현되기 일쑤다. 그것이 성공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욕심 있는 부모’도,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게으른 자녀’도 아니다. 열심을 다해 살아가는 인생 속에, 각 사람에게 품으신 하나님의 계획과 꿈이 보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묻고 싶다. 우리가 무엇인가 최선을 다할 때, 특별히 자녀에게 무엇을 요구할 때, 거기에 하나님이 계시는가? 아니면, 세상의 욕심만이 들끓고 있는가?
저자는 말한다.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피조물에는 창조주가 부여한 고유한 목적과 기대가 담겨 있습니다. ... 그런데 창조주의 본래 뜻과 아무런 상관없이 그저 욕심껏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려고 애쓰고 있으니,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해서 불행하고 그 목표에 다다르더라도 만족함이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성경은 자신의 인생에 하나님을 포함하는 것이 ‘지혜’라고 말합니다. (6쪽)
저자는 지혜로운 삶을 자녀에게 가르쳐야 할 책임이 부모에게 있다고 말한다. 부모는 필히 자녀에게 ‘하나님을 모시고’, ‘하나님을 인정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까? 대답은 가정예배에 있다. 가정예배는 부모의 잔소리가 말씀으로 포장되는 ‘설교’의 자리가 아니라, 가족 모두가 막연하고, 막막한 인생을 살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우는 깨달음의 자리가 되어야 한다. 특별히, 잠언(그리고 이 책)을 펼칠 때, 우리는 ‘잘사는 방법’, ‘인생의 의미’, ‘인생의 종착점’을 발견할 수 있다.
잠언은 기록 목적을 이렇게 밝혀두고 있다.
“어떻게 해야 바르게 잘살 수 있는지 가르치고 인생의 의미가 무엇이며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리려고 기록한 말이다(잠언 1:2, 메시지).”
이제 곧 3월이다. 무엇인가를 시작하는 때이다. 자녀를 위해서,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서 매뉴얼을 펼치시길 추천한다. 자, 매뉴얼을 수시로 숙지하고 있는가? 그럼 그 말씀에 따라 우리 인생을 마음껏 사용해보기 바란다. 나와 내 가정을 통해 하나님의 꿈이 펼쳐질 것이다.
신동훈 목사 (마포 꿈의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