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폰을 위해 죽다
<아이폰을 위해 죽다 - 애플, 폭스콘, 그리고 중국 노동자의 삶>, 제니 챈. 마크 셀던. 푼 응아이 지음, 정규식 윤종석 하남석 홍명교 옮김, 나름북스
“아이팟이 디지털 음악을 좋아하는 세대를, 맥이 데스크톱 컴퓨터 기술의 상태를 정의했다고 할 때, 애플의 소비자들은 그것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어떤 조건에서 만들어졌는지 궁금해 한 적 있을까?” -69쪽, 「애플, 폭스콘을 만나다」 중
가끔 어떤 현실은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가 너무 버거워서 눈감고 싶을 때가 있다. <아이폰을 위해 죽다>라는 이 책의 제목은 도발적이다. 그러나 결코 과장된 표현은 아니다. 이 책은 애플의 아이폰 생산을 주로 담당하는 거대 글로벌 기업 ‘폭스콘’ 노동자들의 현실을 취재하고 분석한 연구서이다. 이 책에 따르면 2010년 12월까지 폭스콘 공장에서 18명의 노동자가 자살을 시도했고 그 중 14명은 사망하고 4명은 심각한 상해를 입었다. 이들의 나이는 겨우 17세에서 25세에 불과하다.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의 사슬에서 가장 취약한 고리에 위치한 젊은 노동자들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과정을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전해 듣게 된다.
애플이 아이폰의 혁신을 자랑하며 판매 기록을 갈아치우고 소비자들의 열광을 받는 바로 그 순간, 전 세계 공급업체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점점 더 가혹해질 뿐이다. 보다 더 빠르고, 더 깔끔하고, 더 많은 생산을 요구하는 애플의 압박에 부응하기 위해 폭스콘이 노동자들을 관리하고 착취하는 행태는 단지 ‘비인간적’이라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다.
근무시간 중에는 “대화 금지, 웃음 금지, 취식 금지, 수면 금지”가 제1의 공장 규칙이며 규율을 위반하면 처벌받는다. 규정 위반이 있으면 벌점을 받고, 벌칙이 한 번이라도 있으면 월 상여금을 받을 수 없다. 폭스콘의 창립자인 ‘궈타이밍’은 그의 어록까지 있을 정도인데, “가혹한 환경은 좋은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지 않으면, 태양은 다시 떠오르지 않는다.”등과 같은 <궈타이밍 어록>을 동료들 앞에서 복창하는 것도 노동자들이 받는 벌칙 중 하나다. 생산 성수기에는 일주일에 6~7일 출근해 하루 12~15시간씩 일하는 등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지만, 회사는 이에 대해 ‘강제성이 없다’고 발뺌한다. 일을 마치고 난 후의 일상은 어떨까. 창문이 열리기는커녕 창살로 가로막힌 좁은 기숙사 방에서 8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침대 한 칸에 의지하여 생활하는데, 노동자 간의 소통을 막기 위해 일부러 서로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한 방을 쓰게 한다. 중국은 지방 간 언어 차이가 심하기 때문에 결국 노동자들은 말 한마디 나눌 수 없는 극심한 고립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런 환경에서 아이폰을 만들어 낸 노동자들에 돌아가는 것은 판매수익의 1.8% 뿐이다.
책을 읽다보면 이것은 비단 폭스콘이라는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감시와 규제 역할을 하기는커녕 기업논리에 종속되어 어린 학생들까지 극한 노동환경으로 몰아넣는 각 지방 정부, 노동자의 권리를 빼앗고 친기업적인 정책을 펼치는 중앙 정부, 하청업체를 압박하면서도 노동환경 문제는 남 일이라는 듯 관망하는 태도로 일관하는 애플, 이 모든 것에 눈 감고 더 빨리, 더 자주, 더 새로운 제품을 손에 넣기를 욕망하는 소비자들까지. 책임 없는 자는 아무도 없으며, 우리가 잠시 눈 감고 있는 사이 또 한 사람의 노동자는 삶을 잃어버리고 있다. 내 손에 들려 있는 작은 기계에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죽음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무겁게 깨닫는다.
글을 마치기 전에 책에 소개된 시 한 편을 나누고 싶다. 폭스콘 생산라인에서 일하던 ‘쉬리즈’라는 노동자는 여러 편의 시를 지었는데, 그 중 <땅에 떨어진 나사>라는 제목의 시다.
<땅에 떨어진 나사>
나사 하나가 땅에 떨어지네
야근 중의 이 어두운 밤에
수직으로 떨어져, 가벼이 소리를 내네
누구의 관심도 못 끌겠지
지난번처럼
이토록 어두운 밤에
누군가 땅에 떨어졌을 때처럼
쉬리즈는 2014년 9월 30일 폭스콘 룽화 공장에서 투신하여 생을 마감한다. 당시 그의 나이는 스물넷이었다.
정유은 목사 (라오스평화선교사, 꿈이있는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