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도(企圖) 없는 기도(祈禱)?
<센터링 침묵기도>, 토마스 키팅 저, 권희순 역, 카톨릭출판사, 2006
센터링 침묵기도(말 없는 말, 기도 없는 기도), 이 기도를 처음 접한 권희순목사는 역자 서문에서, “바로 이것이다! 내가 그동안 헤매고 찾던 기도가 바로 이것이다!”라고 말합니다.(5) 하나님의 현존을 선물 받기 위해서 자신의 전 존재를 가만히 열어놓는 기도, 영혼 깊은 심연 속으로 들어가(centering) 하나님과의 교제가 좀 더 깊어지도록 돕는 기도, 자신의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쉬는 기도가 센터링 침묵기도입니다.
이 기도를 ‘향심기도’, ‘구심기도’, ‘집중기도’, 혹은 ‘센터링 기도’라고 번역했지만, 역자는 센터링 침묵기도라고 호칭합니다. 또한 이 기도는 마음의 기도(prayer of heart), 단순성의 기도(prayer of simplicity), 믿음의 기도(prayer of faith), 단순한 기도(prayer of simple regard)의 현대적 형태입니다. 이 기도는 관상기도의 입문 중의 하나입니다.
관상기도는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서 어떤 일이든 가능하게 하시는 기도의 세계입니다. 즉 성령께서 우리 안에서 기도하시고, 우리는 동의하는 형태입니다.(31) 14세기 무명의 저자에 의해 쓰인 <무지의 구름>에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네 가지 종류, 또는 형태가 있다고 합니다. 1) 평범한 삶, 2) 특수한 삶, 3) 고독한 삶, 4) 완전한 삶입니다.(<무지의 구름>, #.1) 그리스도인의 완전한 삶이란 하나님 안에서의 쉼을 의미합니다. 그것이 관상으로 가는 길입니다. 이 길을 향한(intention) 걸음은 개방성에 있습니다. 센터링 침묵기도는 하나님께 우리 자신을 360도로 열어드리는 기도 방법입니다. 자기 자신을 하나님께 순복 시키는 것의 더욱 발전된 동의(同意) 형태입니다.(112)
기도 중에(삶의 전부에)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쉼을 얻기를 원하십니까? 이렇게 해보십시오. 먼저 조용히 앉아서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눈을 감으십시오. 그리고 상징적인 거룩한 단어(sacred word)를 정하십니다. 이것은 조용히 기도할 때에, 떠오르는 오만가지 생각을 그냥 흘려 보내는데 사용합니다. 거룩한 단어는 기도 중에 우리로 존재의 근원으로 침잠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74)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느껴지면, 당신의 의도를 표현하는 이 거룩한 단어로 다시 돌아갑니다.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20여분 동안 머무십시오. 센터링 침묵기도는 우리의 집중을 특수한 것에서 일반적인 것으로, 형태가 있는 구체적인 것에서 형태가 없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는 방법입니다.(167)
우리가 센터링 침묵기도를 통해서 하나님을 알게 되면, 모든 실재를 새로운 차원에서 감지하게 됩니다. 관상기도의 잘 익은 열매는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생활에서 단지 하나님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 안에 모든 것을 통해 모든 것 너머에 존재하시는 그분의 영원한 현존을 인식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173) 여러분 안에 영혼의 불꽃(에크하르트)이 튀고 있습니까? 무의식의 신(빅터 프랑클)을 만나고 싶으십니까? 거짓 자아에서 벗어나 참 자아(the Self)를(융) 찾고 싶으십니까? 센터링 침묵기도를 통해 주님 안에 머물러 보십시오. 주께서 “너는 기도할 때에 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마6:6)고 하십니다. 이제는 은밀한 곳을 찾으십시오. 그곳은 우리의 마음(몸의 지성소)이 아니겠습니까? 마음의 기도는 우리의 순수한 기도(pure prayer)가 될 것입니다.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시46:10)라고 하십니다.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쉬는 기도는 가만히 그분 앞에(마리아처럼, 막10:39) 머무는 기도 없는 기도(centering prayer)입니다.
전승영 목사 (한천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