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계선 위에서
(<경계선 위에서>, 폴 틸리히 저, 김홍규 역, 동연, 2018)
폴 틸리히는 1886년 독일에서 매우 엄격한 루터교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고, 철학박사, 루터교 목사였습니다. 1차대전에 종군 목사으로 참여하여 전쟁의 참혹성을 체험한 후‘실존주의’신학체계를 발전시켰고, 사회 불의와 불평등을 바로 잡기 위해서 '종교사회주의 운동'에도 참여하였습니다,
나치에 저항하다가 비유대인으로서는 최초로 해직 교수가 되었고, 미국으로 건너가서 철학과 신학을 가르치며 대표 저서인 ‘조직신학’등 많은 저술을 남겼습니다. 칼 바르트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조직신학자로 불리면서도 전통신학을 한 칼바르트와는 대비되는 신학자입니다. 경계선 신학자로 불리며,‘상관관계 방법론’으로 신학을 연구하였습니다.
틸리히의 사유와 삶은 그가 즐겨 쓴 상징 개념 ‘경계선’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그의 자전적 저작인 “경계선 위에서”에서 언급했듯이, 그는 여러 다른 사회계층 사이에서, 이론과 실제 사이에서, 이성과 계시 사이에서, 신앙과 의심 사이에서, 교회와 사회 사이에서, 관념주의와 현실주의 사이에서 삶과 죽음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거부하고 어느 한쪽에 쏠리거나 어느 한쪽을 포기하지 않고 평생 경계선에 서서 치열하게 사유하며 견제와 균형을 이룰려는 노력을 하였습니다.
신앙이 신학을 소홀히 하면 맹목적이 되고 신학이 신앙을 소홀히 하면 껍데기에 불과하게 됩니다, 신앙이 사회적 실천을 소홀히 하면 이기적으로 되고, 실천이 신앙을 소홀히 하면 하나님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그는 양쪽은 상호 대립되고 상호 배타적일 수 있지만, 상호 영향을 미치며 존재하고 있다면서, 양쪽의 다름과 차이를 넘어 양쪽을 궁극적으로 극복하고 연결할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우리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궁극, 상징, 권위, 신비를 구하고 그것에 의존하면서도, 우리가 서 있는 시간, 장소, 관계, 조건, 입장에 대해서도 성찰하고 의심하고 질문을 해야 합니다”(폴 틸리히).
‘상관관계 방법론’은 인간과 세상의 실존상황(소외, 부조리, 불평등, 한계, 고통, 죽음)에 대해서 먼저 의심하고 적나라하게 질문한 후에 성서적인 답을 구합니다. 그리고 신학적 결론은 반드시 궁극적인 기독교 복음으로 귀결합니다. 예를 들어 예수 그리스도의 궁극적 관심인 생명, 사랑, 정의 안에서 새로운 존재로 회복되고 변화되는 것, 성례전적/타율적인 권위, 상징, 초현실주의, 신비주의와 세속적/자율적인 인본주의, 합리주의 양쪽 모두를 예언자적(프로테스탄트적) 말씀과 신율로 극복하는 것, 성서의 원형의 언어를 살리되 왜곡없이 현대 언어로 그 원초적 의미를 명료하게 해석하는 것 등을 말합니다. 상관관계 방법론은 복음없이 사회적 관심사만 얘기하는 경향이나 사회적 참여없이 복음만 말하는 경향 모두에게 소중한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신앙이란 ‘궁극적 관심’에 붙잡힌 상태입니다. 예수의 ‘궁극적 관심’이 생명, 정의, 자유, 사랑으로 압축되는 ‘하나님의 나라’이고, 그것의 실현은 ‘십자가의 죽음’이라는 자기 부정과 자기희생을 통해 온전히 이루어졌습니다. 인간이 궁극적 관심이 아닌 다른 우상들을 섬기는 신앙은 예수의 ‘궁극적 관심’에 의해 회복되고 새롭게 변화해야 합니다”(폴 틸리히).
신영배 (경기중부기독교교회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