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수 믿으면 행복해질까
(<예수 믿으면 행복해질까> 이철환 저, 생명의말씀사, 2015)
이 글을 마주한 이에게 묻고 싶다. “예수 믿으면 행복해질까?”, “그 행복은 어떤 행복일까?” 작가는 질문에 Yes or No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이 그 대답을 찾아 나간 과정을 담담하게 기록함으로써, 독자에게 대답할 기회를 넘겨준다. 그래서 더 깊은 울림과 공감이 있다.
<예수 믿으면 행복해질까> 이 책은 43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연탄길>의 작가 이철환이 고통스러운 자신의 삶을 신앙으로 통과한 자전적 이야기다. 그는 서두에 밝혀놓고 있다.
“이 이야기는 굳은 신앙을 가진 자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이야기는 형편없는 믿음을 가진 자가 하나님의 은혜를 통해 거듭난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더욱 아닙니다. 이 이야기는 언젠가는 하나님의 신실한 자녀로 거듭나고 싶은, 지금은 형편없는 믿음을 가진 자의 신앙고백일 뿐입니다.”(10쪽)
무명의 작가였던 이철환은 “연탄길”의 초고를 출판사에 보내며 큰 기대를 한다. 그러나 번번이 거절당하며 깊은 패배감을 경험한다. 그렇게 3년이란 세월 끝에 연탄길이라는 책이 세상에 나온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글쓰기에 몰두한 7년의 시간은 그에게 이명(耳鳴)을 가져다주었다. 그의 양쪽 귀에는 날마다 전기톱으로 쇠파이프 자르는 소리가 들렸다. 고통스러운 나날이었다.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구체적으로 죽음을 생각했다. 제대로 걸을 수도,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도 없었다. 이명은, 불면증, 어지럼증, 우울증으로 번져갔고, 삶엔 절망만이 가득했다.
그는 고통을 잊고자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매일 마셨다. 술이 깨고 나면 갑절로 큰 고통이 찾아왔지만 잠시라도 고통을 덜고 싶었다. 그렇게 마시고, 고통 속에서 후회하다, 또 마시기를 반복하며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 문득, 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아내와 딸에게 더이상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의지할 것은 술이 아니라 하나님이라는 사실이 새삼 다가왔다.
붙잡을 분은 역시, 하나님뿐이었다. 그래서 기도했다. 열심히 기도하면 이 젊은 사람을 이렇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 굳게 믿었다. 그러나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또 기도했다. 그러다 다시는 기도하고 싶지 않았다. 그럼에도 또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은 확신 가운데 기도했다. 그러나 어떤 날은 절망 가운데 허우적거리며 기도했다.
주일 예배시간, 목사님의 설교도 들을 수 없었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한마디가 그의 귀에는 천둥소리처럼 들렸다. 그래서 최대한 설교 소리가 작게 들리는 곳을 찾아,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에서라도 예배드린 것은 믿음이 좋아서가 결코 아니었다. 그 모습이라도 하나님께 보여드리고 싶어서였다. 그렇게라도 매달리고 싶었다.
아내는 말한다. “우리 같이 기도해요.” 그는 대답한다. “당신이나 기도해. 나는 그딴거 안 해.” 그러나 진심은 아니었다. 이렇게 다 끝나버릴까봐 두려웠다. 그때부터 기도는 전투가 되었다. 마음속에 깊이 자리한 두려움과 절망을 가져다주는 악마를 무찔러야 했기 때문이다. 기도하다 지치면 쓰러져 잠들었고, 다시 정신을 차리면 체력이 남아있는 한 기도했다.
갑자기 이런 기도가 나왔다. “하나님, 이명과 어지럼증을 고칠 수 없다면, 담대히 그것과 맞서 싸우게 해주세요. ... 다시 일어서면 저 하나만을 위해 살지 않겠습니다. 저보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겠습니다.”(75쪽)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책, “연탄길”이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야 했다.
“하나님, 제가 텔레비전에 나가서 한 시간 동안만 연탄길에 대해서 말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연탄길에 날개를 달아 주세요.”(76쪽)
이제 막 책을 낸 무명작가에게 가능성 없는 기도였습니다.
기적이 일어났다. KBS, “TV 책을 말하다” 피디에게서 “연탄길”에 대해 1시간 동안 소개해 달라는 전화를 받은 것이다.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책은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갔다. 수많은 강연과 프로그램 출연 제의가 쏟아졌다.
아! 이명이 궁금하신가? 진짜 기적은 이것이다. 이명과 어지럼증은 여전했지만, 건강한 사람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일정을 거뜬히 감당해 낼 수 있었다. 절망에 사로잡혀 골방에서 드린 ‘이길 힘을 달라던 기도’가 없었다면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제는 그가 약속을 지킬 차례다. 착한 마음 때문이 아니라, 약속을 지켜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기금을 만들고, 힘들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해 후원 사업을 시작했다.
작가는 이후로도 여러 번, 고통으로 절망하길 수차례 반복한다. 우리가 기대하는 완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말한다. 진짜 기적은 이 모든 상황을 이겨내고, 내가 해야 할 일을 찾게 된 것이라고! 하나님이 바울의 간구를 거절로 응답하셨던 것처럼, 그는 이 아픔을 딛고 살아가고 있다.
필자는 글을 쓰면서, 책의 내용을 요약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글의 한 절, 한 절이 고통의 현실 속에서 기여 올린 보석 같은 깨달음이었기 때문이다. 글귀마다 진실한 삶과 신앙의 고백이 뚝뚝 묻어난다. 이 책을 예수를 모르는 이들에게, 또 예수를 아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
신동훈 목사 (마포 꿈의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