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답하라 오리지널 팝
<응답하라 오리지널 팝>, 류석원 저, 그래서음악, 2021
보니 엠이라는 그룹이 부르는 노래 ‘Rivers of Babylon’(1978년)은 물결소리, 저 멀리 새소리, 노랫말 없이 사람들이 내는 콧소리로 시작합니다. 전주가 나오다가 노래를 시작하면 영어로 된 노랫말과 상관없이 제 입에서는 이런 가사가 불쑥 튀어 나옵니다. ‘다들 이불개고 밥 먹어.’ 1980년대 한 코미디언이 방송에서 이 노래 처음에 나오는 ‘By the Rivers of Babylon’이라는 노랫말을 그 뜻과 아무런 상관없이 발음이 비슷한 우리말로 불렀던 게 유행하는 바람에 저도 모르게 그렇게 따라 부르게 된 거죠.
저는 노래에 별 관심도 없었고 더구나 영어로 된 노래라서 그 노랫말이 무슨 뜻인지 알려고 해 본적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 어느 구약신학자가 시편을 강해하다 말고 노래를 하나 들려주시겠다는 겁니다. 웅장한 성가곡이나 많은 이들이 함께 부르는 찬양곡이 나오나 했는데 엉뚱하게도 바로 이 노래 ‘Rivers of Babylon’ 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 노랫말이 시편 137편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는 겁니다. 그래서 시편 137편을 영어성경으로 찾아보고 이 영어 노랫말과 같이 보았더니 정말이더군요. 포로가 되어 바벨론으로 잡혀가 옛 시온을 기억하며 울며 불렀던 노래를 이렇게 경쾌한 반주에 맞추어 부르다니. 노랫말이 성경 시편이라는 것과 이 밝은 노래 안에 민족의 한과 슬픔이 담겨 있다는 사실 때문에 놀랬습니다.
그러다가 얼마 전 또 다른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노래가 보니 엠의 노래가 아니라 원래 이 노래를 불렀던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겁니다. 자메이카 출신 레게 그룹인 멜로디언즈(The Melodians)가 1972년에 불렀답니다. 이 노래는 영화 ‘The Harder They Come' 사운드 트랙에 있습니다.
잠깐만, 노래에 별 관심도 없다더니 이런 걸 어떻게 알았냐구요? 그건 순전히 <응답하라 오리지널 팝>이라는 책 덕분입니다. 이 책을 쓴 이는 음악을 전공하거나 팝의 역사를 연구해 온 사람이 아닙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 덕분에 닥치는 대로 팝송을 듣다가 많은 곡들이 원곡이 아니라 다시 부른 노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답니다. 그 때부터 원래 노래를 찾으며 팝송을 듣는 재미가 늘었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노래를 듣고 정리하면서 페이스북에 글을 썼는데 그 글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알려진 덕분에 한 때는 부산경남 대표방송 KNN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날마다 사연을 소개하는 이로 출연하기도 하였고 이렇게 책으로 펴낸 겁니다.
모두 120곡이 이 책에 실려 있는데요, 전문가도 아니면서 그저 혼자 듣고 혼자 정리한 것이라는 말이 믿기 힘들 정도로 잘 되어있고 모든 노래를 소개할 때 마다 글쓴이가 자기 지난 기억 한자락을 함께 소개해 주어서 글을 읽는 재미가 더해집니다. 글을 읽다가 문득 이 노래들이 궁금하기도 하고 듣고 싶을 때 어떻게 하면 될까요? 한 제목이지만 원곡과 리메이크곡, 이 두 노래 유투브링크를 QR코드로 만들어 놓아 스마트폰에서 바로 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친절함이 모든 장마다 담겨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쓰는 어려운 말들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설명해 줄 뿐만이 아니라 쉽게 그 노래들을 들을 수 있도록 한 마음씀씀이가 참 멋있습니다. 새롭게 알게 되고 누리게 되는 노래의 기쁨과 함께, 하늘의 언어를 땅의 사람들에게 풀어 전해야 할 사명을 맡은자로서 부러움과 함께 깊은 고민을 갖게 됩니다. 언젠가 저도 그렇게 쉬운 말로 편하게 다가가 진리의 길로 안내하는 일을 멋있게 해 낼 수 있겠죠?
송주일 목사(신장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