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게시판
바이블25
크리스천라이프
커뮤니티
갤러리
성경/찬송가
지역정보
로중
전도
뉴스
QT
전도모음
Cristian YouTube
     
커뮤니티
칼럼
명언묵상이미지
하늘양식
오늘의책
십자가
명상
영상
설교
말씀
독자편지
독자편지 [122]
 
 
 
     
 
 
 
작성일 : 21-11-17 23:49
   
세상이 아무리 좋아진다 할지라도
 글쓴이 : dangdang
조회 : 11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6522 [140]


 

세상이 아무리 좋아진다 할지라도


<세상이 좋아지지 않았다고 말한 적 없다>, 오찬호, 위지덤하우스, 2020

 

필자는 현재 라오스에서 한 사람의 이주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라오스 생활 6개월차, 이제 겨우 이 곳의 날씨와 환경에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하지만 여전히 어떤 상황을 마주할 때 마다 마치 버릇처럼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한국에서는 그랬는데...’라는 생각에서 출발하는 비교의식이다. 그렇다. 그러지 말아야지를 몇 번이고 다짐하건만 오늘도 한국과 라오스를 비교하며 낯선 나라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채 부유하고 있는 나 자신을 다독이고, 알량한 자존감을 어루만지고 있다. 솔직히 이 곳 라오스에서 한국사회를 바라보면 그야말로 경제대국임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와 인권, 복지와 문화, 코로나 대책 등 모든 면에서 찬란해 보인다는 말도 그리 과장이 아니다. 그만큼 한국사회는 번듯하게 성장하고, 성숙해왔으며 어느 새 ‘선진국’이라는 칭호가 어색하지 않은 나라가 되었다. 맞다. 한국은 나름 괜찮은 나라다.       

 

 하지만 고층빌딩이 높아지고, 세련되어 질수록 빌딩 숲 사이의 그늘은 더욱 짙게 드리우는 법이다. 자고로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도시가 발전될수록 그 도시의 슬럼화 역시 동반되며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고 하니, 한국사회의 눈부신 발전상에 마냥 박수만 치고 있을 수만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사회학자 오찬호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불편한’ 한국사회의 틈과 사각지대에 대한 이야기이다. 더불어 그 그늘 속에서 신음하며 억울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서글픔이 담겨있다. 특히 최근에 화두가 되고 있는 ‘차별’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풀어내는 저자의 예민한 관점은 자칫 ‘이만하면 괜찮지 않나?’라고 생각했던 나 같은 사람의 마음을 ‘뜨끔’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사실 ‘차별’을 객관적인 지표로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어쩌면 인식할 수 없는 무의식의 영역에서부터 시작되는 ‘차별’은 그 기제와 현상, 그리고 결과를 쉽게 예측하거나 분석할 수 없다. 나도 모르는 순간 무의식으로부터 발현되는 차별적 의식과 행위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차별’이라는 단어 앞에서 우리 모두가 겸손해질 수밖에. 차별은 중위소득 이하의 어떤 이들만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존재가 살아있음을 인식하며 사고하고, 행동하는 모든 순간에 발현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순간순간 라오스와 한국의 상황을 비교하는 내 의식의 흐름은 결국 ‘라오스를 차별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마주하고 싶지않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이러한 내 속의 ‘차별 매커니즘’은 라오스를 사랑하고, 라오스 사람을 존중하고자 하는 나의 의지를 배반한다. 

 

이 책의 제목 <세상이 좋아지지 않았다고 말한 적 없다>는 어쩌면 한국 사회의 그늘을 들추는 저자의 작업을 향한 혹자들의 비판과 비난에 대한 저자의 항변어린 대답으로 보인다. 산업화의 성공으로 한국의 경제가 국제사회 최상위급으로 올라선들, 수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한국의 민주주의가 세상의 자랑거리가 된들, 여전히 차별의 기제는 우리의 순간순간을 지배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실제적으로 한국의 사회구조를 기울어진 형태로 장악하고 있지 않은가. 차별은 개개인의 작은 의식의 흐름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회를 효율적으로 지배하기 위한 기득권의 지배이데올로기와 연결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차별적인 지배 이데올로기 앞에서 무력한지를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일례로 산업재해 사망 노동자의 숫자가 수년째 OECD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절망적인 노동 현실을 이야기하면서 코로나 방역대책과 비교하는 지점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만약에 코로나 확진자 숫자를 카운트하여 매일 밤 공표하고, 확진자 역할조사를 하고, 동선을 파악하여 밀접접촉자를 찾아내 죄다 격리시키는 것처럼, 산업재해 사망자 숫자를 매일 밤 공표하고, 그 중대재해 기업을 찾아내 처벌하며,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역학조사하여 시정조치 한다면 어떨까? 굉장히 현실성 있는 방안이지만 절대로 실현될 수 없다는 절망어린 판단이 저자의 결론이기도 하다. 여전히 자본이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 비정규직, 계약직에 대한 차별어린 시선은 결국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현실을 절대 바꿀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이 책이 출판된 이후인 올해 초 통과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제정된 의도를 거의 반영하지 못한 휴지 법안으로 평가될 정도로 기업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고, 안타깝게도 2021년 역시 수많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 현장에서 생을 달리했다. 

 

이 책을 읽고 필자가 뼈저리게 새긴 두 가지는 다음과 같다. 나름 괜찮은 나라, 대한민국에 살던지, 빈곤한 나라인 라오스에 살던지 우리가 꼭 관심 가져야 할 지점은 결국 ‘그늘’ 속에서 버티고 있는 존재들이라는 사실이다. 코로나 밀접접촉자가 되어 2주간의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고 하자. 누군가는 그 2주간의 지루한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걱정한다면, 누군가는 그 시간동안 노동하지 못해 가족들이 먹고살 수 없는 현실을 개탄하며 도무지 버틸 수 없는 절망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결국 아무리 좋은 세상이라 할지라도 그늘 속에서 버틸 수 없는 이들이 있는 한, 세상을 향한 변화의 걸음은 멈출 수 없는 법이다. 

 

다른 한 가지는 ‘차별하는 사람’은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나’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무의식으로부터 발동하는 차별에 저항하는 길은 끊임없이 성찰하며 주변을 돌아보고, 자신의 생각을 점검하는 것뿐이다. 세상이 아무리 좋아진다 할지라도 나의 인식이 저절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코 공평하게 위기에 처하지 않았다. 불행은 가장 아래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의 삶부터 야금야금 씹어 먹는 굉장히 정직한 녀석이다." - 본문 중-

 

이관택 목사 (라오스평화선교사, 신내교회)

 

 


 
   
 

 
Copyright(c) 2012 http://bible25.bible25.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