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 좀 도와 줘!

<여보, 나 좀 도와 줘!>, 노무현 저, 도서출판 ‘새터’, 2002

이 책은 우리나라 제 16대 대통령을 지낸 고 노무현 대통령의 고백 에세이집이다. 이 책이 출간된 것은 대통령으로 선출(2003년) 되기 전인 2002년이다.  

저자는 1946년 경남 김해에서 출생해 부산상고를 졸업하고, 졸업한 지 9년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판사가 되었으나 다음 해에 사표를 내고 변호사가 되어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1988년에 민주당으로 출마해 국회의원이 된다. 그리고 그 해에 있었던 국회 청문회에서 소위 ‘청문회 스타’가 되었지만, 자신의 정치적 소신 때문에 1990년에 있었던 3당 합당을 거부하고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하고, 그 후 1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과 부산시장 선거에서 낙선했지만 1998년 서울 종로에서 15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고, 나중에 2002년 12월 치러진 제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극적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내년 3월 제 20대 대통령 선거를 약 4개월 앞두고 있고, 여당과 야당의 후보가 정해진 이 시기에 내가 이 책을 다시 꺼내 읽게 된 것은 ‘어떤 대통령이 훌륭한 대통령인가?’ 혹은 ‘누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을까?’ 하는 대통령의 자질이나 사상, 정책에 대해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순전히 책 제목 때문이었다. 

‘여보, 나 좀 도와 줘!’ 

나는 아내와 결혼해서 33년을 함께 살아왔는데, 어릴 적 같은 고향(강원도 영월군 상동면 석항)에서 자라 같은 초등학교(연상초등학교- 당시는 초등학교라는 이름 대신 국민학교라는 이름을 사용했음)와 같은 교회(석항감리교회)를 다녔다는 공통점 외에는 대부분의 일을 처리하는 것이나 사람들을 대하고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고 문화와 환경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우선 나는 3형제의 맏이인데, 아내는 10남매의 막내이다. 나는 계절과 상관없이 늘 더위를 못 참아 이불을 차내는데, 아내는 한 여름에도 추위를 느껴 조끼와 긴팔 옷을 입고 두꺼운 이불을 덮어야 한다. 집에 있는 과일을 먹을 때도 나는 버릴까봐 아까워 상처가 있거나 푹 익은 과일을 먼저 먹으려고 하는데, 아내는 가장 맛있고 이쁘고 최상의 상태에 있는 과일부터 먹는다. 

이런 차이는 가정 안에서 자녀를 대하는 태도나 목회를 하면서 성도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나타난다. 나는 자녀들을 대할 때 원칙을 이야기하고 일상적인 일에는 자유에 맡기고 관심을 가지지 않는데, 아내는 나에게 왜 그렇게 사랑이 없냐고 하면서 아이들의 일을 매일 세심하게 일일이 간섭하며 감성을 가지고 대한다. 성도들 중에서 혹 결석한 성도가 있으면 나는 ‘무슨 사정이 있겠지..’ 라고 생각하고 부담을 가질까 봐 연락을 하지 않고 기다리는데, 아내는 늦지 않게 빨리 전화 심방이라도 하든지 직접 심방을 해야 한다고 재촉한다. 

이런 차이는 서로에게 말하고 대하는 태도에서도 나타난다. 나는 교회에 관한 일은 아내에게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내는 내가 무슨 일이건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길 바란다. 나는 아내에게 무슨 일이건 잘 부탁하지 않는다. 자존심 때문이리라. 하지만 아내는 나에게 많은 일들을 자주 부탁한다. 그것이 아내에 대한 나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서이리라. 

이제 내 나이 60이 되면서 아내에게 부탁하려고 한다. 여러 가지로 어렵고 힘들 때 아내는 누구보다도 든든한 동지이자 협력자일테니까…

‘여보, 나좀 도와줘!’

김환중 목사(에벤에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