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게시판
바이블25
크리스천라이프
커뮤니티
갤러리
성경/찬송가
지역정보
로중
전도
뉴스
QT
전도모음
Cristian YouTube
     
커뮤니티
칼럼
명언묵상이미지
하늘양식
오늘의책
십자가
명상
영상
설교
말씀
독자편지
독자편지 [121]
 
 
 
     
 
 
 
작성일 : 21-11-09 19:25
   
삶이라는 묵직한 무게 속에서 느끼는 자유
 글쓴이 : dangdang
조회 : 10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6472 [153]



삶이라는 묵직한 무게 속에서 느끼는 자유


<개인적인 체험>, 오에 겐자부로 저, 서은혜 역, 을유문화사

 

한 생명의 탄생만큼 뜻 깊고, 아름다운 사건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성인이 된 남녀가 자석에 끌리듯 만나, 사랑을 하고, 평생의 동반자로의 연을 맺고, 그 품에서 태어난 새 생명은 참 복되고 부모의 인생에 의미를 더한다. 아이에 의해 성인 남녀는 아버지, 어머니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세상의 일들 중 쉬운 것이 하나 없듯, 부모가 되어가는 길 또한 쉽지 않다. 어쩌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어려운 길들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부모가 되는 순간부터 무거운 책임이 뒤따르게 된다. 이는 싱글일 때와 혼인은 했지만 아이가 없는 경우와는 아주 많이 다르다. 나와 배우자만 생각하면 되는 삶에서 삶의 중심이 자녀로 옮겨간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며 최소한의 가구와 살림으로 깔끔하고 세련되게 살아가던 신혼 가정들도 아이의 탄생과 더불어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알록달록한 아이 용품들이 살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부모라는 이름은 이렇게 그들의 가치관, 성향, 때로는 자아실현의 꿈까지도 양보하게 만들기도 한다. 

 

오에 겐자부로의 개인적인 체험은 주인공 버드(Bird)가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느끼는 압박과 묵직한 책임감, 그리고 방황이라는 주제를 아주 세세하게 묘사한 자전적 소설이다. 

 

“내가 실제로 아프리카 땅을 밟아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아프리카의 하늘을 올려다볼 날이 찾아와 줄까? 하고 버드는 불안한 마음으로 생각했다.”(10)

 

버드는 책에서 묘사된 것과 같이 언젠가 드넓은 아프리카 대륙을 자유로이 걷는 꿈을 갖고 있다. 아내의 출산 전까지는 이러한 꿈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그였다. 하지만, 아이의 탄생은 그의 삶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고 가고 있음을 암시한다. 아내가 출산하고 있는 새벽에 병원으로부터 그는 한 전화를 받고 병원으로 가게 된다. 산모와 아이모두 무사했지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그의 아이는 ‘뇌 헤르니아’를 안고 태어난다. 

 

“그냥 여기 (병원에) 둘 수는 없는 건가요? 하고 장모가 물었다. 버드뿐 아니라 세 의사도 모두 멈칫하며 당돌한 질문자를 바라보았다.”(40) 이 귀한 생명은 병을 안고 태어났다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장모와 아버지에 의해 버려질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들의 생각이 윤리적으로 옳지는 않지만 장애를 갔고 있는 아이를 키울 자신은 없었기에. 의사는 수술을 권하지만, 버드가 갔고 있는 돈은 그가 아프리카를 가기 위해 모아두었던 것이어서 아이의 수술과 맞바꿀 결정을 쉽사리 하지 못하고 시간을 두고 지켜보기로 한다. 

 

“버드는 현관 초인종을 눌렀다. 반응은 없었다. 버드는 현관문을 두세 번 흔들며 히미코 상, 히미코 상, 하고 불러 보았다.”(69)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아내의 출산은 그에겐 너무 큰 압박이자 감당키 어려운 책임이었다. 이는 그를 방황하게 만들었고, 무거운 삶의 부담감을 옛 연인인 히미코를 통해 회피하고자 한다.

 

“수술을 해서 정상적인 아이로 자라날 가능성이 있을까요? 어제, 아이가 태어난 병원에서는 그렇게 해봤자 식물적인 존재가 될 뿐이라고 하던데요 하고 버드가 말했다.” (129)

 

“아기의 분유랑을 조절해 보죠. 분유 대신 설탕물을 줄 수도 있겠죠. 그렇게 한동안 상태를 보다가, 그래도 아기가 쇠약해지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수술을 하는 수밖에 없겠지.” (132)

 

수술비는 3만  엔이었으며 버드에게는 아프리카 여행을 위해 모아둔 3만엔이 있었다. 그러나 현저히 낮은 가능성의 수술과 자신의 아프리카로의 꿈을 맞바꾸고 싶지 않았던 그는 의사와의 협상을 통해 분유대신 설탕물을 줌으로 아이를 수술을 받을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쇠약사를 도모했다. 

 

“어째서 수술을 하지 않고 쇠약사하기를 기다리는 거지? …(중략)… 카프카가 아버지에게 쓴 편지에 있는 말이지만, 아이에 대해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찾아오는 아기를 맞아들이는 것뿐이랍니다…” (218) 이는 미국인 델체프가 버드에게 건낸 말이다. “아아, 이 가엾은 작은 자 (this poor little thing)!” 이라는 그의 말에 버드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만다.

 

불행 중 다행이었던 것은 버드와 협의를 해 설탕물을 아기에게 주기로 했던 의사가 그를 배신하고 꾸준히 분유를 아기에게 주었던 것이다. 아기의 건강과 체력은 많이 좋아져서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상태로 되어갔다. 더불어 아이의 이름 짓는 것을 미루어 왔던 그는 병원 창구에서 계산 할 때 필수적으로 아이의 이름을 말해야 했는데, 아내가 제안한 ‘기쿠히코’ 라는 이름이 생각나 그것을 아이의 이름으로 정하게 된다. 드디어, 아이도 이 세상에 불릴 수 있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이다. 

 

“나는 아기 괴물에게서 수치스런 짓들을 무수히 거듭하여 도망치면서 도대체 무엇을 지키려 했던 것일까? 대체 어떤 나 자신을 지켜 내겠다고 시도한 것일까?” (269) “고갤 끄덕이며 버드는 술집을 나왔다. 그가 잡은 택시는 비에 젖은 도로를 무서운 속도로 내달렸다. 만약 내가 지금 아기를 구해 내기 전에 사고로 죽는다면 지금까지 27년의 내 삶은 말짱 무의미한 것이 되어 버린다고 버드는 생각했다. 일찍이 맛본 적이 없는 끔찍한 공포감이 버드를 사로잡았다.” (273)

 

아이가 회복이 되어 수술을 받았을 때 그 아이의 질병은 오진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 아이는 뇌 헤르니아를 안고 태어난 것이 아닌 단순한 육종이었던 것이다. 무겁기만한 현실을 회피하고자만 했던 그가 담담히 마주할 때 그는 어릴 적 친구들로부터 불렸던 버드라는 별명에서 벗어나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가고 있었다. 

 

“버드는 본국 송환을 당한 델체프 씨가 표지에 ‘희망’이라는 낱말을 써주었던 발칸 반도의 조그만 나라의 사전에서 맨 먼저 ‘인내’라는 낱말을 찾아볼 작정이었다.” (276)

 

이 소설은 지적장애 아들을 갖고 있는 오에 겐자부로가 쓴 자전적 소설이다. 소설가로서, 작가로서 명망이 높던 그에게 그의 아들 ‘히카루’는 그의 인생의 큰 오점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그는 그의 아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의 아들의 절대 음감이라는 천부적 재능을 발견하며 그를 작곡가로 키운다. 그는 훗날 이렇게 고백한다: 내 인생에 큰 어려움이었던 히카루(빛)이라는 이름의 아들이 지금은 내 삶을 지탱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고.

 

민학기 (윌로우리버 연합감리교회) 


 
   
 

 
Copyright(c) 2012 http://bible25.bible25.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