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고수라 지음, 수오서재, 2021
독서를 하는 사람은 모두나 알고 있듯이 책에는 사람의 가치관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를 사람의 가치관을 바꾸는 책을 인생책이라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책은 필자의 인생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이 책은 에세이 형식이기 때문에 위대한 철학자의 책처럼 엄청난 사상을 준다거나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대중적인 책과 비슷하게 작가의 경험이 들어있으며, 그 경험을 작가 특유의 생각으로 해석한다.
제목에서도 잘 알 수 있는 것처럼 작가가 주는 감성은 바로 ‘달빛’이다. 어두운 밤에 환하게 비추는 보름달이 있다면 가로등이 없어도 충분히 걸을 수 있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안다. 그런 것처럼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만약 이러한 달빛이 우리의 삶에도, 더 나아가 사랑에도 적용된다면 어떨까?
작가의 이 책은 그런 상상을 해보게 만든다. 실제로 책을 들여다보면 작가가 달빛에도 걷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가족에 대한 사랑을 찾아볼 수 있다. 삶이 언제나 행복한 것이 아니듯이, 사랑도 언제나 로맨스일 수 없다. 그러나 사랑이 어둠에 드리울 때, 잿빛 하늘에 앞으로의 미래가 걱정될 때, 달빛에도 걷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지금 당신 옆에 있는 사람과 함께 걸을 수 있다면, 걷는 순간이 더욱 마음속에서 살아난다면, 밀란 쿤데라의 말처럼 “함께 거닌다는 것은 아마도 서로 좋아하는 것이라 하는 것”이다. 이런 걸음은 서로의 믿음으로 인해 가능하다. 책 중간의 구절에는 이렇게 나온다. “어둠 속이 너무도 희미해 잘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으니까” 이 구절은 책의 모든 내용을 관통한다고 볼 수 있다.
달빛에도 걸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혹시 있다면 그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함께 거닌다는 마음과 그 마음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 결단하고 있는가? 인생은 홀로 살아가는 게 현실이라고 말하긴 하지만 사실 그렇게 동의하지는 않다. 오히려 인생은 2인 3각이다. 2인 3각을 잘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페이스대로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옆 사람의 페이스를 맞춰야 한다. 페이스를 맞추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움직임을 봐야하고, 반대로 상대방은 나의 움직임을 보고 페이스를 맞춰야한다.
이 지점에서 나는 독일의 철학자인 칼 야스퍼스의 말을 가슴에 품는다. ‘사랑하면서의 투쟁’은 서로가 서로를 맞추기 위한 투쟁인 동시에 실존적 공명이다. 실존적 공명은 결국 내가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과 상대방이 나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아닌 서로가 서로를 위한 투쟁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투쟁 안에는 폭력이 없다. 야스퍼스의 말처럼 우리가 서로 실존 속에서 서로 사랑하면서의 투쟁을 한다면 고수라 작가의 말처럼 달빛에도 걸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경우 (대학원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