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과 지구를 살리는 미각
<미각력>, 스즈키 류이치 지음, 이서연 옮김, 한문화
‘내가 먹은 것이 바로 나’라고 하는 말이 있다. 어떤 것을 먹었는지가 우리 몸의 근간이 된다는 말이다. 몸만이 아니라 마음과 정신까지도 좌우하는 게 먹는 것이다.
우리는 먹는 것에 대한 교육을 얼마나 하고 있을까? 삶을 지탱해주는 것인데, 살아가면서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루에도 세 번 이상 먹는 생활을 하면서도 자신의 식생활과 관련해서 깊이 생각해볼 겨를이 없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2009년 식생활교육지원법이 제정되면서, 식생활교육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식생활교육기관이 지정되면서 민간단체와 대학을 중심으로 식생활교육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해주는 음식을 둘러싼 여러 환경과 문화, 정서를 의식하고 바르게 먹을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식생활교육은 어려서부터 하는 것이 중요한데, 생각과 마음뿐 아니라 확실히 몸에 배게 하려면 가정과 학교뿐 아니라 신앙교육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더구나 요즘처럼 맛에 열광하는 시대에는 무엇보다 미각 교육이 중요하다. 잘못된 식습관으로 잘못 길들인 미각은 나빠진 시력과 다르게 교정할 수 있다. 시력은 렌즈를 통해 교정할 뿐 시력 자체를 좋게 할 수 없지만, 미각은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단련할 수 있고 좋은 쪽으로의 개선도 가능하다. 미각은 절대적이지 않고, 환경과 습관에 의해 학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스턴트 식품이나 정크푸드에 자주 노출되어 미각이 둔해진 아이들의 경우 영양이 불균형할 수 있는데, 미각력을 검사하고 매끼 식사마다 맛을 기억할 수 있도록 ‘제대로 맛보는 과정’을 되풀이해주면 미각도 살고 건강도 살아날 수 있다. 더욱이 음식을 소중히 여기고, 음식을 남기지 않고, 밥상에 오른 음식에 담겨 있는 하늘의 은혜과 세상의 정성에 감사할 줄 아는 식사를 하게 하여 지구를 살리는 식사 또한 가능하다. 그만큼 어린 시절 음식에 대한 감각 교육이 중요한데, 그 감각은 맛에 대한 기억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맛에 대한 기억을 결정하는 것은 미각이다.
미각 교육은 1990년대 프랑스에서 시작되었다. 젊은 세대들이 패스트푸드의 획일적인 맛에 길들여져 전통식품의 이름이나 맛을 모르고 멀리하는 현실에 위기의식을 느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된 후 세계 각국에서 실시되고 있다. 전통음식과 자연의 입맛을 살린 좋은 음식을 배우도록 돕고 있는데, 특별히 먹거리, 음식을 그 어떤 산업보다도 중심에 두고 있는 이탈리아는 초등학교 미각 교육을 의무화하고, 어려서부터 생산자나 요리사와 함께 요리해봄으로, 농산물이 자신의 입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을 몸으로 익히게 하고 있다. 제철 식재료로 향토 요리를 배우는 이벤트를 지역의 어르신들이 학교에 찾아와 알려주게 함으로 살아있는 식문화를 배우는 기회를 제공한다.
일본도 2007년에 식육법이 제정되면서 식생활교육을 정부 차원에서 범국민적으로 실시하고 있는데, 단순 교육을 넘어 맛에 대한 감각을 깨워 느끼고 체험하는 교육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 미각 교육은 단순히 전달하여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가진 감각을 자극하여 자유롭게 자신이 느낀 점을 표현하도록 하는데, 정답이 아니라 각자 각자의 기호를 표현하게 함으로, 그 차이를 서로 인정할 줄 알도록 교육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요즘 우리나라 아이들 역시 햄버거, 피자 등 패스트푸드 등 글로벌 메뉴의 음식들로 인해 입맛이 획일화되어 가고 있다. 어른들도 다를 바 없는데, 코로나로 배달음식을 자주 찾게 되는 때이기에, 음식을 한 끼를 때우거나 배를 채운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식사시간에 대한 고려나 음식을 즐기는 여유를 가지고 맛을 느끼고 음미한다는 건 생각지도 못한다. 당뇨, 고혈압, 비만 등 잘못된 식습관에서 오는 질병을 앓는 이들도 늘고 있다.
지금 당장 각자 자신의 미각을 점검해보고, 일상에서 미각력을 회복하는 훈련을 해보자. 병을 부르기도 하고, 몸을 살리기도 하는 미각의 힘을 회복하는, 스즈키 류이치의 ‘미각력(한문화)’은 좋은 안내자가 되어줄 것이다.
우리 모두가 되살아나는 미각을 통해 지역 내지는 국내산 식재료의 중요성을 알게 됨으로, 식량자급률도 높이고, 푸드마일리지를 줄여 기후 위기도 늦출 수 있게 되길 소망한다. 미각이 살아나, 우리 모두 날마다 하는 식사에 좀 더 진심 어린 감사의 기도를 올려드릴 수 있게 되길 소망한다. 나를 나 되게 하는 것들, 즉 하늘의 은혜와 수많은 생명의 정성에 깨어 감사하는 행동을 하게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코로나로 교회에서 함께 식사하는 것은 어려워졌는데, 온전한 감사로 이겨내기 위해서라도 기회가 닿는 대로 자라면서 경험했던 음식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고 또 나눌 수 있는 그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한다. 그날에 우리 모두가 자신이 자라면서 경험했던 음식에 대한 경험이 점차 잃어가고 있는 우리의 감각을 살려내, 나를 나 되게 해주고 있는 생명과의 관계도 다시금 온전하게 바로 세울 수 있게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