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 사람의 특별한 이야기.
<열두 사도 이야기> 이동원 저, 두란노, 2020
우리는 “예수님의 12제자” 하면 믿음의 모범이나 신앙의 모델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예수님의 12제자는 결코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은 대단할 것 없는 평범한 사람. 말 그대로, ‘보통 사람’이었다. 우리가 성경을 통해 예수님의 12제자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이 그들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바꿔 놓았는지를 알기 위해서다. 그래야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소망이 있지 않겠는가?
예수님의 제자들이 어설프고, 실수하는 모습을 통해 위로와 소망을 갖게 된다. ‘베드로도 저것밖에 안 되었구나.’, ‘요한도 별수 없었구나.’ 제자들의 평범한 모습은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하나님 나라를 꿈꾸셨던 예수님은 엘리트를 불러 사용하신 것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을 부르셔서 특별하게 사용하셨다.
여기, 이런 제자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풀어쓴 책이 있다. 평생을 목회의 현장에서 교회를 섬겼고, 지금은 은퇴한 이동원 목사의 <열두 사도 이야기>이다. 이동원 목사는 제자 한 사람씩 캐릭터를 잡아 그들의 삶과 특징을 목회적 관점에서 풀어 놓는다. 말씀 속 인물을 추적해 가면서 그들의 장단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굳이, 신앙적인 교훈을 위해 제자들의 삶을 아름답게 포장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제자들이 놀라운 믿음의 성장과 진보를 보여주는 이야기보다는 때론, 실수하고 넘어지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서두에 밝힌 것처럼, 그런 모습이 더 은혜가 되는 것은 왜일까?
그 대표적인 인물은 역시 베드로이다. 복음서에 나타난 베드로는 분량은 많지만, 예수님의 수제자라 불리기에는 참으로 옹색하다. 그는 예수님과 동행하지만 계속해서 실패의 경험을 한다. 베드로는 즉흥적이고, 감정적이어서 자신이 내뱉은 말조차 잘 지키지 못한다. 그 정점은 역시, 십자가 사건을 앞두고 예수님을 부인하며 도망친 사건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베드로 인생의 결론은 아니었다. 그는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고, 세 번이나 질문을 빙자한 ‘사랑 고백’을 듣게 된다. 그는 마침내, 예수님을 따라가는 진짜 제자가 되었다. 베드로가 대단해서가 아니다. 예수님이 베드로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이런 인물들은 어떠한가? 다대오 유다나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처럼 성경 속에 특별한 에피소드나 분량이 적은 경우, 우리는 이들을 쉽게 지나치고 만다. 그러나 이들 역시, 예수님께 특별하게 쓰임 받은 제자였다. 다대오 유다는 가룟 유다와의 대조를 통해,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유다라는 이름의 뜻은, ‘찬양’인데, 성경은 다대오 유다를 소개하면서 ‘가룟인 아닌 유다(요 14:22)’라고 지칭한다. 이름값을 하지 못했던 가룟 유다와 다르게 다대오 유다는 하나님을 찬양하는 인생을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는 어떠한가? 성경에는 여러 야고보가 등장한다. 예수님의 제자 중에도 세베대의 아들 야고보와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가 있다. 그러나 세베대의 아들 야고보가 예수님을 적극적으로 따라다녔던 핵심 제자였다고 한다면,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는 ‘작은’ 야고보라 불리며, 성경 속 이야기가 거의 없다. 저자는 작은 야고보를 추적해가며, 주연을 위한 조연으로 쓰임 받은 그의 인생을 부각시킨다. 오케스트라 심포니를 위해서는 메인 연주도 필요하지만, 뒤에서 받쳐주며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소리도 반드시 필요하니 말이다. 그렇게 제자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빛나는 인생이었음을 이 책을 통해 배우게 된다.
우리가 제자들의 삶과 생애를 살피는 것은, ‘우리도 베드로가 되자!’ 혹은, ‘우리도 작은 야고보처럼 살자!’ 식의 직접적인 적용을 위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베드로도, 야고보도 아닐뿐더러, 그때와 오늘은, 그곳과 이곳은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예수님을 따랐던 제자들을 보면서, ‘그들은 어떻게 주님과 동행했는가?’ 그리고, ‘예수님은 어떻게 그들을 특별하게 만드셨는가?’를 주목해야 한다. 제자들은 저마다 성격도, 배경도, 능력도 달랐다. 그러나 예수님을 사랑했고, 예수님을 따라가길 원했다. 그들은 모두 별 볼 일 없었지만, 예수님은 그들을 특별하게 구별하셨다. 우리에게도 이런 은혜가 있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는 것이다. 나에게도 그런 은혜가 있다면, 주님 안에 평범하지만 특별한 인생을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신동훈 목사(마포 꿈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