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과 나의 기록
<물의 기록> 안윤 지음, 독립출판물, 2021
독립출판물에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물론 기성 출판사는 독자들의 보편적인 취향을 파악하고 대중적인 관점에서 만족할 만한 서적을 낸다. 그런 점에서 엄청난 강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독자들의 반응을 살핀다는 점에서, 그리고 결국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돈이 되는 글을 추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이 논리는 꼭 출판사만이 아니라 모든 곳에 적용된다.
아무튼 하고 싶은 말은 독립출판물을 좋아하는 이유가 작가 스스로 내고 싶어서 냈다는 점에 있다. 그니까 거창한 말로 하면 작가의 자아실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독립출판물로 나오는 대부분의 서적은 아직 프로 작가로 데뷔하진 않은 지망생의 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솔직하고, 하고 싶은 말이 명확한 글이다.
이번 “물의 기록”을 쓴 안윤 작가의 책은 작가의 감정선이 잘 드러나 있다. 특히나 작가의 문장력이 뛰어나다. 그래서 책을 읽는 중간 중간마다 눈에 들어오는 구절들이 있다. 자신의 마음에 드는 구절을 따로 메모해놓고 싶을 정도로 자신에게 솔직한 책이다.
많은 에세이 책들이 받는 비판 중의 하나는 바로 ‘주제’에 대한 중심이다. 아무래도 일상적인 경험을 글로 풀어내는 경우가 많고 그것이 산발적이기 때문에 주제가 통일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단편집이 많고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거나 작가가 대표라고 생각되는 글이 책 제목으로 자리 잡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주제에 대한 중심이 빗겨나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안윤 작가의 이 책만큼은 통일점을 찾아볼 수 있다. 물의 기록이라는 것은 결국 각 개인의 경험 속에서 시간의 흐름을 본다는 것이다. 특히나 작가가 강조하는 것은 ‘물결은 곧 시간의 숨결’이라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물의 기록은 나의 기록이고, 내 삶의 기록이다.
물은 다양하다. 고이기도 하고 흐르기도 하고 넘치기도 하고 마르기도 한다.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것을 앞서 말한 것처럼 나의 기록이라고 생각한다면 좀 더 다른 의미가 생긴다. 그것은 내 삶에 쏟아지는 수많은 감정들을 기록한다는 것이다. 고이거나, 흐르거나 어쩌면 넘친 다양한 감정들 말이다.
독립출판물의 매력을 느껴보길 원한다면 이 책을 구매하기를 바란다. 물론 철학적으로, 사상적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주는 책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항상 마음으로 쓴 모든 글은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길 마련이다.
이경우 (대학원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