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원 그리고 나눔
<랜디 알콘의 기빙>, 랜디 알콘, 토기장이, 2021
죽음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을 전제로 어떻게 의미 있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더해 신앙은 눈에 보이는 현실을 넘어 하나님의 약속에 근거한 삶을 고민해보도록 인도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통해 이 세상에서의 죽음이 끝이 아니며, 영원의 삶이 예비 되어 있음을 믿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영원의 관점에서 어떻게 의미 있게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영원을 오늘의 도피처로 삼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적절한 태도가 아니다. 영원은 참으로 가치 있는 오늘을 살기 위한 토대가 되어야 한다. 영원의 삶은 오늘의 삶과 잇대어져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신앙이 영원의 삶의 방향을 형성하고, 오늘의 순종이 영원의 삶의 열매를 결정한다. 그렇게 한 사람의 삶에 시작된 영원은 오늘을 의미 있게 살아가는 토대가 되어준다. 오늘이 배제된 영원은 신기루고, 영원이 배제된 오늘은 허무하다.
영원과 오늘을 지혜롭게 연결하여, 신앙적 가치관과 태도에 도움을 주는 글을 써온 사람이 있다. 랜디 알콘이다. 그동안 랜디 알콘은 천국과 이에 근거한 재정 관리에 있어서 좋은 글들을 써왔다. 주로 삶을 영원의 관점에서 보는 법을 알려주고, 어떻게 영원의 관점에서 돈을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글들이었다.
‘기빙’도 그가 그동안 써왔던 주제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이 책에서 영원의 관점에서 볼 때,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 멋진 삶인가를 다루었다. 이에 대한 해답은 ‘관대한 나눔’이었다.
랜디 알콘이 말하는 ‘관대한 나눔의 삶’은 나눔에 대한 하나님 말씀과 그가 약속하신 영원에 토대를 두고 있다. 관대한 나눔은 성경 전체에 걸쳐, 하나님의 사람들에게 주어진 진정한 삶의 방향성이다. 현재의 세상과 다가올 세상의 주인이신 하나님에 대한 신앙은 영원의 삶을 바라보며, 오늘부터 나누는 삶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관대한 나눔은 우리에게 자신은 관대하게 나눠주신 하나님께 기쁨을 드리는 일이며, 함께 벗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을 구원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며, 우리의 삶을 진정 의미 있고, 가치 있고,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다.
이 책을 통해 다시금 영원의 관점에서 오늘을 바라봐야 함을 생각할 수 있었다. 오늘의 현실에 갇혀, 영원의 눈을 상실한 채, 불안과 염려에 매몰되어 살아가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이 세상에 끝이 있다면, 더불어 하나님이 약속하신 영원의 삶이 있다면, 영원히 남는 것을 위해 담대히 오늘을 남기는 삶이 요청된다. 오늘과 영원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그의 말씀을 따라 나누는 사람들을 기억하실 것이다. 기쁨으로 나눔의 삶을 응원하고, 지원하며, 보상하실 것이다.
또 하나, 나누는 삶의 가치를 생각할 수 있었다. 세상이 주입하는 멋진 삶은 보다 많은 것을 끊임없이 소유하는 삶이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멋진 삶은 관대한 나눔의 삶이다. 실제로 누군가를 위해 주는 일은 굉장한 행복을 준다. 삶에 의미를 주고, 가치를 창조하는 일이다. 나눔은 현재의 삶에 보람과 행복을 주고, 영원의 삶에서 하나님의 상을 누릴 수 있게 한다. 나눔은 오늘의 세속의 관점에서 볼 때, 반문화적이지만,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볼 때, 당연한 삶이다.
물론 현실의 삶에서의 나눔은 장밋빛만을 약속하지는 않는다. 나눔으로 인해 좋은 일들이 벌어질 수도 있지만, 당장의 삶에 제약이 생기고,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 나눔으로 인해 당장 눈에 띄는 하나님의 보상이 있을 수도 있지만, 때로는 그 보상은 영원의 삶까지 유예되기도 한다. 나눔을 통해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도 있지만, 별 관심을 끌지 못하고 묻히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랜디 알콘은 나눔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이야기한다. 하나님이 예비하신 영원의 관점에서, 오늘의 나와 공동체에게 가장 의미 있는 삶이 관대한 나눔의 삶이기에, 묵묵히 관대한 나눔의 삶을 살 것을 도전한다. 현실의 퍽퍽함을 핑계로 나누는 삶과 거리를 두고자 했던 삶에 균열을 내는 음성이었다. 숨겨진 세속적 욕망으로 인해 본능적으로 나누는 삶과 거리를 두려는 삶에 경종을 울리는 음성이었다.
책을 읽으며, 관대한 나눔의 삶으로 옷소매를 끄는 그의 음성이 때때로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영혼의 가장 깊은 곳에선 참으로 듣고 싶었던,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부르심을 들은 것 마냥 설레는 마음이 일었다. 그 설레는 마음을 또다시 묻어두고, 외면하고, 유예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나눔을 향한 새로운 삶의 시작이지 않을까.
정승환 목사(한우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