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의 수용소에서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청아출판사, 2020
필자가 믿는 기독교는 인간의 존재 가치에 대해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한다. 온 세상 만물을 지으시고 주관하시며, 전지전능하신 창조부가 인간을 지었고, 그분의 숨결을 지닌 존재이며, 그분이 창조한 보시기에 좋았던 세상을 잘 경영할 권한과 책임까지 받은 존재가 아니던가?
그러기에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는 ‘천부인권’, 즉 하늘로부터, 혹은 태생적으로 받은 것이며, 그 누구로부터도 침해 받아서도 안 되고, 침해 받을 수도 없는 본질적인 것이다. 한 마디로 인간은 존재 그 자체로 아름답고 존귀하며 존중받아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인간이 존재 그 자체로 존중 받기가 녹록치 않다. 수많은 존중 받아야 할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가는 일은 사실 생존에 가깝다. 특히 전쟁이나 기아와 같은 특수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긴장감이 팽팽해질수록 존재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이 쉽지 않다.
그렇게 생존의 압박이 극한에까지 이른 전쟁 상황, 인종 청소를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했던 죽음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모두 무너져 내리는 것을 경험했을 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남은 사람이 바로 오늘 소개하는 책의 저자 ‘빅터 프랭클’이다.
그는 자기 자신도 수용소에 갇혀 언제 죽임을 당할지 모르는 절망적인 상황의 원치 않는 참여자였지만, 또한 정신과 의사인 관찰자로써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당하고 생존의 위협을 받을 때 인간이 어떤 생각을 하고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심리적인 통찰을 했다.
그러면서 인간이란 무엇인지?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더욱 뚜렷해지며 인간의 존엄성과 생존의 효율성 사이에서 우리가 무엇을 결정해야 하는가?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삶의 의미와 가치는 무엇인가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한 후 이렇게 말한다.
“사람이 자기 운명과 그에 따르는 시련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 삶에 보다 깊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폭넓은 기회를 제공한다. 그런 상황에서 인간은 그 삶이 용감하고, 품위 있고, 헌신적인 것이 될 수도, 아니면 반대로 자기 보존을 위한 치열한 싸움에서 인간으로써의 존엄성을 잃고 동물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여기에 힘든 상황이 선물로 주는 도덕적 가치를 획득할 기회를 잡을 것인가 아니면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선택권이 인간에게 주어져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 세계적 대 유행으로 인한 생존에 대한 압박이 극한까지 이르는 오늘, 생존을 위한 치열함 속에서도 인간은 존엄한 존재라는 가치가 지켜지고 있는가? 혹은 나는 인간의 존재 가치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가 위협 받고 있는 지금, 우리보다 앞서 생존의 극한 압박 상황을 경험한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며 도덕적 가치를 지켜나갈 것인지 성찰해 보는 시간으로 삼으면 어떨까?
신태하 목사 (보문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