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기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지음, 김은령 옮김, 김영사, 2020
지난 50년 동안 지구촌 전역에서 발생한 기후 위기가 심상치 않다. 날이 뜨거워진 것을 넘어 지구 기후시스템이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크고 빈번해지고 있는 산불은 물론 극지방의 빙하와 빙산이 녹고 동토가 녹으면서 발생하는 해수면 상승, 늘어나는 대형 홍수, 극심한 가뭄, 기록적인 폭염과 폭설 등 기후 위기는 이제 우리의 삶과 지구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사람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위협은 폭염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폭염까지 겹쳐 그 어느 해보다 폭염이 혹독했다. 택배기사나 선별진료소 의료진과 같은 야외 노동자들은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7월 지구 표면온도(지표면+해수면)는 20세기 평균 온도보다 거의 1도가 높은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지표면 온도도 1880년 관측이 시작된 이후 평균보다 1.4℃ 높아 작년에 이어 최고치를 또 깼으며 북반구 지표면 온도는 평균을 1.54℃ 웃돌아 2012년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2018년과 올해 폭염의 원인으로 ‘열돔 현상'을 꼽는데, 뜨겁게 달궈진 공기가 바가지를 엎어놓아 가두어져 지표면 온도를 높이고 있다고 보면 된다. 폭염에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거주하는 도시가 더 취약한데, 건물이나 자동차가 많아서 열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데다 도로 위 아스팔트가 열을 잘 흡수하고 밤에도 기온이 안 떨어져 그만큼 온열 질환자가 늘고 생명을 빼앗아가고 있다.
이제 날이 뜨거운 것을 넘어 지구 기후시스템이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기후변화의 마지막 임계점인 지구 온도 1.5도 상승이 이제 10년도 채 남지 않았다. 온실가스 배출을 순제로(Net-Zero)로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2050년이 아니라 2040년으로 10년 앞당겨야 한다고도 한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기후 위기의 심각함을 전하여 지구 상승온도에 변화를 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지금 당장 사람들이 행동에 변화를 줄 수 있을까? 사회학자 에리카 체노워스가 보듯 한 나라의 3.5%가 행동하면 변화가 가능할 수 있는데, 우리는 코로나19로 강제로 멈춰선 지금도 삶의 방향을 바꿔 태도를 달리하려 하기보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만 힘을 쏟고 있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지난 50년간 인구는 두 배, 육류 생산량은 세 배, 비행기 승객은 열 배가 늘어난 지구는 평균 온도가1도 올랐고 평균 해수면은 10센티미터 높아졌다. 절반 정도는 빙하가 녹아 발생한 것이고, 모든 어류와 식물 종의 4분의 1에서 개체 수 감소가 일어났다.
IPCC,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지구 온난화가 대규모 참사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폭염이 대규모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지구 연평균기온이 14도 내외였으나 15도 전후로 1도 상승했는데, 앞으로 0.4도가 더 오르면 지구 전체 인구의 14%가 5년마다 최소 한 차례 이상 극심한 폭염에 노출될 것이란 전망이다.
나는 평소 사람들이 필요를 알고 그만큼 누릴 줄 알아야 세상이 바뀐다고 생각해왔다.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여겨온 에너지 사용량으로 보면, 개인적으로 환경운동을 시작했던 1991년만 하더라도 1인당 전력사용량이 2,312kWh였던 것이, 2000년 5,067kWh, 2010년 8,883kWh, 2019년 10,039kWh로 증가해왔다. 한 사람당 얼마의 전력을 소비하는 것이 필요를 알아 그만큼 누리는 것일까? 사람마다 처한 상황들이 다르니 다 같을 수는 없지만, 1인당 전력소비량으로 보았을 때 우리나라는 2018년 기준 아이슬란드와 미국 다음으로 높고, 영국,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일본, 호주 등 주요 선진국이 모두 우리보다 적게 쓴다. 그러고보면 보다 나은 삶이 에너지 사용량이나 경제성장과 비례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나와 비슷한 시기 때어난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김영사)‘를 쓴 호프 자런은 지난 50년 간 지구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조곤조곤 말한다. 평균 해수면은 10센티미터 가량 상승했는데, 그 절반 정도는 빙하가 녹아내려 생긴 것이다. 육류 생산량은 세 배, 도살되는 돼지는 세 배 늘어 우리가 먹는 고기가 1억 톤인데, 그들에게 먹이는 것이 전체 곡물의 절반인 10억 톤이다. 거기서 나오는 분뇨가 3억 톤이다. 해산물 소비도 세 배가 늘었는데, 잡은 물고기의 3분의 1은 양식장 물고기의 먹이로 분쇄된다. 화석연료 사용량은 세 배 늘었고, 매년 1조 톤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고 있다고 말한다.
일찍이 2년여에 걸친 숲속생활을 ’월든‘으로 기록했던 생태철학자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말대로 우리가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기 위해 애썼다면 어땠을까? 우리가 조금만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려했다면, 조금만 덜 소비하고 더 나누었다면 지구는 달라져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자신뿐 아니라 지구상 모든 존재들이 자신의 필요를 채우면서 진정한 풍요를 누리게 하는 것은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삶의 근본 토대를 파괴하기까지 소비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가 사는 방식과 위험에 처한 지구 사이의 연결고리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누려왔고 또 지금 누리고 있는 풍요와 편리가 만들어낸 심각한 문제를 연관지어 보고 설명할 수 있다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랑어린 눈으로, 우리가 조금 더 풍요롭게 살고자 망가뜨린 지구를 볼 수 있다면, 모두가 골고루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