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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3]
 
 
 
     
 
 
 
작성일 : 21-09-02 00:39
   
위대한 일과 무의미한 일 사이
 글쓴이 : dangdang
조회 : 16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6083 [119]



위대한 일과 무의미한 일 사이


<에베레스트 솔로- 유리의 지평선>, 라인홀트 메스너 지음, 김희상 옮김, RiRi Publisher, 2020

 

산악인이 아니어도 들어보았을 이름 라인홀트 메스너(Reinhold Andreas Messner)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는 것은 부질없다. 설명이 필요 없다는 말이다. 검색을 해보면 그가 얼마나 굉장한 길을 걸어왔으며 많은 존경과 논란에 서 있는 인물인지를 알 수 있다. 볼차노(Bolzano, 이탈리아 북부 도시)에 있는 메스너 산악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수많은 산악 전설들의 사진 속에 정작 라인홀트 자신의 사진은 ‘겨우 한 장’이라는 사실이 더욱 와 닿는다. 전무후무한 기록의 사나이이지만 정작 자신의 업적을 자랑하기보다 산을 사랑하고 그곳에 일생을 바친 사람들의 이야기 앞에 겸손한 그의 자세가 더욱 존경스럽다.

 

이 책은 1980년 여름 초모룽마(해발고도 8,848m 에베레스트를 일컫는 티베트어로 세상의 어머니란 뜻) 정상 단독 등반을 둘러싼 증언이다. 산악인이 아니면 짐작하기 어려운 초기 에베레스트 등반 역사와 등반 준비 과정에서 해결해야하는 중국 정부와의 협상, 교섭내용까지 상세히 들려주고 있다. 셰르파들의 도움을 받아 노멀 루트로 많은 이들이 줄지어 에베레스트에 올라가기에 지금에야 세계 최고봉 등정이라는 의미가 많이 퇴색 되었지만, 여전히 등반 사고로 한 해 수십 명의 사망자가 나오는 결코 쉽게 볼 수 없는 산임에는 변함없다. 산에 오르는 내내 한 사람도 마주칠 일 없었던 40년 전이라면 더욱 상상하기 어려운 일을 무산소로 그것도 혼자서 해낸 것이다. 열악한 환경, 철저한 고독, 살인적인 등산 강도와 예상할 수 없는 숱한 변수를 이겨내고 그는 홀로 정상에 올랐고 기록을 남겨왔다. 인지와 판단력이 완전히 흐려진 채 어떻게 지나왔는지 모를 하산(그의 표현에 따르면 몽유병자와 같았다고 한다)은 더욱 경이롭다.

 

영상 검색을 하면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찍은 사진과 영상들이 수두룩하다. 오늘날 많은 이들에게 모험은 ‘누군가의 모험’에만 존재한다. 산을 오르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지 못하고 TV나 영화가 보여주는 모험에 순간 짜릿함을 느낄 뿐, 실제 모험과 도전이 없는 일상을 사는 인생은 그 자체로 죽음을 향한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라인홀트 메스너는 등산을 이렇게 정의한다. 

“등산은 정상 보다는 정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과 씨름하는 것이다. 진정한 등산의 예술은 일탈이나 정상 정복 보다는 절절한 외로움 끝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느끼는 ‘살아 있음’의 고마움이다 우리가 감당해야만 하는 도전 역시 정상에서 물구나무서며 균형을 잡으려 안간힘을 쓰는 일이 아니다. 진정한 도전은 오로지 불확실함의 끝까지 존재의 한계까지, 몸의 힘이 닿는 데 까지 고통을 견디며 나아가는 것에 있을 뿐이다(11-12쪽).”

 

국가와 기업의 엄청난 후원을 받으며 대규모 등반대 꾸려 올라가는 방법 대신 혼자 그곳에 오르려는 선택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두 사람은 너무 적다. 한 사람이 무슨 일을 당하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이 말을 뒤집으면 둘도 너무 많다! ‘노스 콜(North Col, 북쪽고개)까지 올라가 유리한 상황을 포착하기까지 기다릴 시간이 충분하다면 혼자 올라가는 것이 홀씬 홀가분해 성공 확률은 높아진다. 최악의 상황을 만나면 죽어도 좋다는 각오만 한다면야(27-29쪽).

 

에베레스트 초창기 탐험가 조지 허버트 리 멜러리의 말을 뒤집어 이해하는 라인홀트의 전복적 상상력은 이미 정상이 아닌 수준이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 본연의 고독과 관련 있다.

 

홀로 고립된 상황에서 극한을 넘나드는 경험을 통해 두려움을 다스리려 할 때 비로소 나는 살아 있음을 느낀다. 이런 생동감을 나는 산이 아닌 다른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산에서 내려오는 것이 일상으로의 귀환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생생하게 살아낸 인생과의 작별, 일종의 작은 죽음처럼 여겨진다.(82-83쪽)

 

어느 시대에나 ‘어차피 잠깐 있다 내려올 것을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그렇게 목숨까지 걸면서 가느냐’는 질문은 끊이지 않고 제기될 것이다. 뒷동산에나 겨우 올라가는 범부가 알피니즘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겠냐마는 얼마나 높은 정상에, 몇 번이나, 얼마나 빠르게, 어떤 방식으로 오르는 것인가에 대한 기록에만 매달리지 않고 산에 오르는 행위와 도전을 사랑하는 사람, 등반 과정에 자신을 부딪쳐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라인홀트 메스너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료함을 세상 그 어떤 무거운 것보다 짐스럽게 여기는 저자는 일생동안 자신의 업적에 안주하지 않고 다시 탐험을 나서는 진정성을 보여주었다. 누구도 비난하고 싶지 않지만 자신이 설정해둔 삶의 범주를 한 치도 벗어나지 않고 어제와 오늘을 반복하고 있으면서 ‘왜 다시 산에 가냐’고 이해 할 수 없다는 듯 묻고 있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도전의 길 떠나는 한 사람은 오늘도 일상 속에서 새로운 탐험을 동경하며, 자신만의 도전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책읽기를 마치고 아들들과 더불어 수암봉을 올라야겠다.

 

*라인홀트 메스너(Reinhold Andreas Messner)

세계 최초 히말라야 14좌 완등, 무산소 등정, 단독 등반 등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신화를 기록한 우리 시대 가장 유명한 산악인이자 모험가다. 극단적 고도에서 자신의 몸이 버텨낼 수 있는지에 대한 과학적 확신이 없던 시대에 산소의 도움 없이 에베레스트를 포함한 히말라야의 여러 산을 오른 그는 인간의 영역을 넘어서는 극한의 도전을 멈추지 않았고 해발 8,000미터 이상의 히말라야 고봉들을 모두 등정한 인류 최초의 산악인이 되었다.

 

신현희 목사 (안산나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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