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정원사의 마음과 시선을 갖자
<지구정원사 가치 사전>,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2021
일반적으로 환경문제는 사람들에게 과학의 영역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환경문제를 과학의 영역에만 국한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환경문제를 이해하는 데에 기초적인 과학지식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수많은 자연현상들도 과학지식이 있어야 보다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수준의 환경 문해력은 먼저 우리가 겪고 있는 혹은 앞으로 예견되는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다양한 현상들의 과학적 매커니즘을 대략적으로 이해할 때 생겨난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지식의 수준이 증가한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우리 사회를 나아지게 하지 않는다. 이처럼 환경문제와 기후변화에 대한 지식이 늘어나고 많은 사람들이 이전보다 이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이 확대되었지만 그것이 곧 기후변화에 대한 탁월한 대응이 가능해졌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실 오래 전부터 기후변화를 예고하고 경고해 온 많은 과학자들이 있었고 그들의 말을 주의 깊게 들은 다양한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존재해 왔다. 이들은 연구나 저술 혹은 영화나 다큐멘터리 등 그들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다루며 많은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려주고자 하였다. 하지만 쓰레기 배출과 에너지 소비는 점점 늘어나고, 탄소배출은 증가했으며 인류가 지구에 남기는 생태발자국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환경문제의 해결은 획기적인 기술적 진보나 탁월한 정치인의 리더십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소수의 영향력 있는 이들을 통한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이상적이다.
기후변화를 경고하는 과학자들은 환경문제의 물질적인 원인과 정신적인 원인의 상관성을 발견하면서부터 더 이상 환경문제가 경제, 정치, 과학의 문제가 아닌 도덕적이고 정신적인 문제라고 바라보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세이건(C. Sagan), 다이슨(F. Dyson), 굴드(S. J. Gould)와 같은 과학자들은 환경문제에 대한 종교계의 지도적 역할을 요청하는 공개서한(Sagan, 1990)을 보내기도 하였고, 실제로 이 서한은 1993년 미국 내 주요 종교계들이 함께 모여 종교의 녹색화와 환경정의를 추구하는 기구를(National Religious Partnership for the Environment, NRPE)를 구성하도록 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요즘 우리사회도 기후변화를 점점 중요하게 다룬다. 뉴스뿐 아니라 TV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 강좌가 방송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조천호, 최재천과 같은 학자들은 기후변화나 생태학에 대한 대중적 이해와 관심 증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사회의 기후변화 담론은 과학중심의 담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이에 기후변화와 생태위기의 원인과 현실을 이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여기서 더 나아가 개인과 사회의 가치 전환 및 실천을 이끌어 내기 위한 흐름이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이와 관련된 의미 있는 시도가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을 통해 이루어졌다.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센터장: 유미호)과 교육연구소(소장: 곽호철)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신학자 및 목회자 50인을 통해 감사, 겸손, 공생, 희망, 나눔, 창조성, 사랑, 용기, 정의 등 25개의 개념에 대한 각자의 목소리를 모아 한 권의 책 안에 담았다. 저술에 참여한 이들은 각 용어가 가지고 있는 생태적 가치에 대한 신학적, 목회적 성찰을 제공하고 독자들이 이에 대해 함께 숙고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 책의 제목(지구정원사 가치 사전)도 흥미롭다. 우리는 세상을 만드시고, 특히 에덴동산을 만드신 창조주 하나님의 활동을 어릴 적부터 익히 들어왔다. 하늘과 땅과 바다뿐 아니라 그곳에 깃들어 살아가고 있는 모든 생명을 창조하고 이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주시는 창조주의 사역은 마치 정원사와 같다. 그리고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 속에 살면서 피조세계를 돌볼 것을 명령 받은 인류의 사명도 정원사의 사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도시생활과 자본주의적 생활양식에 익숙한 현대인들이 정원사의 삶과 가치관에 대해 잘 알기란 무척 어렵다. 그러나 ‘지구정원사 가치 사전’을 곁에 두고 하나씩 음미해 본다면 우리의 생각과 시선이 천천히 지구정원사이신 하나님을 닮아갈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김신영 박사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