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다음단계로 나아가는 12가지 법칙
<질서 너머-인생의 다음단계로 나아가는 12가지 법칙>, 조던 피터슨 지음, 김한영 옮김, 웅진 지식하우스
블레즈 파스칼의 저서 중에 ‘질고(疾苦)의 유익한 사용을 위해 하나님께 부르짖는 파스칼의 기도’ 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의 제목에서 느껴지듯 사람의 질고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따라 사람에게 각각 다른 영향을 끼치게 된다.
파스칼은 질고 가운데 외면치 않으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며 이 책을 써내려갔다. 그는 병고를 경험할 때,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그 고통을 감당케 하시기를 기도했으며, 병고 가운데서도 순종하게 하시기를 하나님께 간구했다. 질고로 인해 무너지는 삶이 아니라 그마저도 유익한 사용이 되기를 바울처럼 기도한 것이다.
사람이 아프면 만사가 힘겨워진다. 부모 또는 자녀가 아프기라도 하면 그것이 내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며 무척이나 신경이 쓰이는데, 자기 자신이 아플 때는 더없이 힘겨워지기 마련이다. 물론 무쇠 같이 강인한 사람도 있지만 대체로 사람은 그렇다는 것이다.
<질서 너머>는 『12가지 인생의 법칙』 으로 잘 알려진 조던 피터슨의 책이다. 조던 피터슨은 맥길대학에서 임상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고 하버드대에서 심리학 교수로 재직했다. 21세기 들어 가장 큰 신드롬을 일으킨 학자라고까지 평가받는 이 사람은 실로 대단한 학자요 지식인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책의 주된 내용과 별개로 놀라운 사실 하나를 먼저 발견하게 된다. 이 대단한 지식인에게도 인생의 질고는 피해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사랑하는 딸의 건강 문제로 고통을 겪었고, 그 다음에는 사랑하는 아내의 건강 문제로 힘겹게 씨름했다. 그 자신도 약의 부작용으로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 상당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저자의 이런 경험 때문일까. 이 책에서 저자는 과거의 확신과 지식은 앞을 알 수 없는 미래의 우리를 구하지 못한다는 점과 경직된 질서와 통제의 위험을 넘어설 때 놀라운 지평이 펼쳐진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전작과 비슷한 구조로, 법칙1- ‘기존 제도나 창의적 변화를 함부로 깎아내리지 마라’부터 법칙5-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마라’... 법칙11- ‘분개하거나 거짓되거나 교만하지 마라’, ‘법칙12- ‘고통스러울지라도 감사하라’까지 12가지의 법칙을 통해 글을 전개해 가고 있는데, 이는 혼돈 세상의 해독제로 규칙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전작에서 한 단계 더 깊이 있게 나아갔다는 평을 받는다.
각각의 법칙을 하나하나 설명하고 자신의 논지를 전개해 나갈 때, 저자는 성경 말씀을 인용하기도 한다. 신앙적인 기대를 가지고 이 책을 접한 것은 아니었는데, 성경 말씀을 기록하고 성경의 이치를 적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펼쳐가기도 했기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위드 코로나의 시대, 우리는 또 다른 혼돈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혼돈 속에는 위험이 도사리지만 더 나아질 기회와 가능성 또한 거기에 있다고 도전하는 이 책을 통해, 한층 높은 곳으로 올라가며 보다 나은 나 자신과 우리를 코로나의 혼돈 속에서 꿈꾸어 보기를 희망한다.
이종무 목사 (열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