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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2]
 
 
 
     
 
 
 
작성일 : 21-04-20 23:18
   
아픈 몸들은 때로 눈빛에 베인다
 글쓴이 : dangdang
조회 : 16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5382 [151]

 



아픈 몸들은 때로 눈빛에 베인다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조한진희, 동녘, 2019

 

반복되는 경험 속에서 깨달았다. 질병이 얼마나 많은 편견과 차별이 작동하는 정치적 영역인지.”(116)

 

자기개발서적을 읽으며 스스로를 채근하던 시절이 있었다. 동기부여나 인생그래프 같은 것이 필요해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대중강연을 비롯해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내며, 겉으로 보기에 뭔가 있어 보이는 저자들의 인생이 부러웠던 것이 컸다. 또 유사종교인 양 불안감을 달래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다. 바쁜 게 미덕이라고 여기며 자기개발서가 노래하는 긍정의 환상을 품었지만, 태생이 느긋한 사람인지라 나 자신을 혹독하게 채찍질하지는 못했다. 시늉에 그쳤던 것 같다. ‘경쟁의 내면화자기착취라는 용어도 유행하고 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내게는 그리 유효하지 않은 듯하다.

 

철학자 레비나스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이웃의 고통을 정당화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부도덕의 원천이라고. 자기개발서의 맹점이 여기에 있다. 시련과 역경이 인간의 성장을 북돋는다고 고백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말이 누군가를 향한 훈계로 돌변하면 위험하다. 어떤 낙인을 찍는 일이 되는 까닭이다. 조한진희는 그의 책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를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질병낙인을 폭로한다. 노력하면 건강해질 수 있다는 말은 판타지라고. 한 구절 인용해보겠다.

 

질병이 잘못 살아온 결과라는 일방적 낙인은 사실이 아닐뿐더러 아픈 사람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낙인을 피하고자 좋은 습관을 유지한다고 해서 질병을 예방할 수 있을 리도 없다. 질병의 개인화만 부추긴다. 환자들에게 죄책감만 심어주는 서사는 이제 정말 그만두자.”(55)

 

식습관이 문제라고, 운동부족이 원인이라고, 환자를 쏘아붙이는 모습은 꽤 권태로운 광경이다. 기시감이 난다. 화자와 청자 사이의 힘의 불균형, 위계가 형성되었음을 간파해야 하는 순간이다. 나약하기에 보호와 통제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고개를 쳐든다. 특히 병약한 여성을 향한 사회적 압박은 거세다. 여성을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존재로 간주한 탓이다. 여성의 통증을 심인성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크고, 항우울제 처방받을 확률이 남성보다 더 높다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질병을 정의하고, 발생 맥락을 규정하며, 치료 과정을 설정하는 것은 매우 정치적인 행위다. 질병을 어떻게 규정하고 질병에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다른 몸을 만나게 된다.”(292)

 

페미니즘의 주요명제 중 하나는 이것이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모든 인간관계는 권력관계이고, 일상의 어떤 부분도 정치적인 성격을 띠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질병을 대하는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위험한 거주환경과 낮은 의료접근성이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라면 그런 환경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저자가 건강불평등이라는 표현을 동원하는 이유다. “차별받는 사람이 더 많이 아프고 삶이 더 불안정하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아프다는 것은 개인의 삶의 질이 떨어질 뿐 아니라 적극적인 사회참여가 제한된다는 뜻이기도 하다.”(264)

 

노오력을 강요당하거나,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에 베이면, 영혼은 시들어간다. 우리에게는 잘 아플 권리가 필요하다. 건강을 잃어도 인생은 아름답고 빛날 수 있다. 빈곤, 불안정노동, 차별과 혐오만 줄어든다면 더욱 그럴 수 있다. 아파도 미안하지 않은, 질병에 시달려도 인간의 존엄성과 품위가 유지되는 세상이 우리에겐 시급하다.

 

김민호 목사 (지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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