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같지 않은 목사!
<목사로 산다는 것>, 크레이그 그로쉘 저, 윤종석 역, 두란노
내가 속한 감리교회는 해마다 4월이 되면 연회가 열린다.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아마도 연회에서 가장 중요한 의식 가운데 하나는 ‘목사 안수식’이라는 데에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감리교회는 목사 안수 과정에 있어 학위, 학교, 과정 고시, 성품 통과, 교회 담임이나 수련목회자의 자격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워 쉽지 않은 과정을 몇 년에 걸쳐 통과해야만 한다. 소위 ‘목사가 되는 것’이 힘들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든다. ‘목사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목사로 사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 ‘부부가 되기 위한 결혼식’과 ‘부부로 사는 결혼 생활’ 중에서 결혼 생활이 결혼식보다 훨씬 더 중요한데도 많은 사람들이 결혼 생활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은 채 결혼식 준비에만 초점을 맞추듯이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목사가 된 지 꽤 오랜 세월이 지난 시점에 이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이 책의 제목 ‘목사로 산다는 것’이 내 고민을 그대로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크레이그 그로쉘 목사는 1967년에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에서 출생하였으며, 오클라호마시티 대학교에서 마케팅을 전공하였고, 1991년 결혼하여 6남매를 둔 가장이다. 그는 1996년에 오클라호마 주 작은 도시인 에드먼드에서 Life Church를 개척하여 10년 만에 성도 수 2만여 명의 초고속 성장을 하였으며, 미국 최초로 multi-site church를 시도한 목사이다. 그가 개척한 Life Church는 2007년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교회’ 5위, ‘가장 혁신적인 교회’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사실 나는 교회 성장이 목회의 최고 목표인 목사, 그래서 마케팅 하듯이 교회와 성도들을 수단으로 대하는 목사, 대형교회를 이루기 위해 작은 교회들을 무너뜨리고 성도들의 수평 이동을 아무런 부담 없이 권하는 목사를 싫어하고 거부감을 가진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가 그런 목회자라고 할지라도 나는 이 책을 통해 깨닫는 바가 있었기에 그 말하는 내용은 우리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목사의 고백 1 나는 지독하게 외롭다.
목사의 고백 2 나는 항상 걱정한다.
목사의 고백 3 나는 보기 싫은 사람이 많다.
목사의 고백 4 나는 기도회가 종종 부담스럽다.
목사의 고백 5 나는 하나님을 의심할 때가 있다.
목사의 고백 6 나는 완전히 자격 미달인 것 같다.
목사의 고백 7 나는 성적 순결을 위해 노력한다.
목사의 고백 8 나는 비판 받는 일이 힘들다.
목사의 고백 9 나는 실패가 두렵다.
마지막 고백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진짜 나’로 살자!
이 책은 한 마디로 목사도 목사이기 이전에 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목사도 한 영혼이다. 목사도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이 필요한 존재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몇 년 전, 성도 중에 한 분이 우리 교회를 나오게 된 이유를 이렇게 이야기했다. “저는 이 교회에 나오기로 결심한 이유가 ‘목사님이 목사 같지 않아서’(?)입니다.” 나는 목사로 살아가고 있는가?
김환중 목사(산호세 에벤에셀교회)